음악 감독 김태성의 단순하고 기능적인 작업실은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는 그와 꼭 어울린다. 최소한의 필요한 것으로 채운 공간이지만 일과 삶을 구분할 수 없는 음악인의 열정이 담겨 있다.
영화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음악 감독 김태성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최근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SKY 캐슬>과 최근 많은 이들이 정주행을 하고 있는 드라마 <왓쳐>를 비롯해 <멜로가 체질> 그리고 영화 <명량>, <사바하>, <극한직업> 등 굵직한 영화의 음악을 맡아왔다. 김태성 감독은 얼마 전 작업실을 리모델링했다. 이전에 사용하던 작업실에 집의 개념을 더하는 공사였다. 복층 구조의 작업실은 녹음실과 생활하는 공간이 합쳐져 있다. 집이 곧 작업실인 셈이다. “작업실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일하는 사람의 색깔이 묻어나야한다는 것, 내가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거죠. 그러기 위해선 집과 작업실이 한 공간에 있어야 했어요. 영감이 떠올랐을 때 그걸 바로 작업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작업의 영감은 변덕쟁이라 그때 잡지 않으면 놓쳐버려요.” 첫 대화에서 작업실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리모델링 작업은 3년 전 작업실 공사를 맡았던 에프알디자인의 최선희 실장이 다시 진행했다. 그녀는 감독의 바람대로 음식을 할 수 있는 주방을 만들었고, 녹음실이 있던 계단 위쪽 공간을 침실로 탈바꿈했다. 김태성 감독에게 공간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그의 색깔이 무엇인지 물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삶을 살고 싶어요. 쓰고 있는 글에 맞게 노트북을 들고 장소를 옮겨 다니고, 아침 일찍 일어나 글을 쓴 뒤엔 오후에 스파게티도 해먹고, 맥주도 한잔하고 잠드는 그런 일상이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해서 필요한 가구도, 살림살이도 많지 않아요. 작업 공간과 편히 잘 수 있는 푹신한 침대, 요리할 수 있는 주방이면 충분하죠. 이전의 작업실은 주방이 없어서 좀 우울했어요.”
김태성 감독의 작업실은 단출했다. 책을 좋아해서 작업 공간 벽면에 책장을 짜 넣었고, 나무로 만든 작은 주방과 깔끔한 침실만이 존재한다. 애써 공간을 꾸미기 위한 아이템이나 사치스러운 물건 없이 그의 성향과 삶의 가치를 보여주는 담담한 느낌이다. “최근에는 갖고 있던 차를 다 팔았어요. 걷기 시작했거든요. 3시간씩 걸려 합정까지 가기도 하고, 급할 때 아니면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지하철을 타요. 차가 사라지니 보이는 것이 훨씬 많아졌어요. 늘 작업 생각을 하고 있어서 머리가 복잡한데 걸으니까 명상처럼 쉬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작업실도 무채색 공간으로 최대한 간결하게 만들었죠. 다른 자극 없이 멍하게 쉬고 싶어서요.”
초등학생 때 본 영화 <미션>에서 엔리오 모리코네의 음악에 큰 감명을 받아 음악 감독이 꿈이 됐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길만 뚝심 있게 걸어온 김태성 감독. 24살의 나이에 영화 음악 감독으로 입봉해 지금까지 흥행적인 면에서나 음악적인 면에서 그는 탄탄한 성공대로를 달려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제 행복하고 재미있게 사는 것이 중요해졌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간을 잘 정비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후의 작업실은 어떤 취향으로 꾸며질지 궁금해졌다. “어느 순간 취향이 무의미해졌어요. 마치 좋은 영화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답을 할 수 없는 것처럼요. 대신 삶에 대한 태도가 중요해졌죠. 그런 제 삶의 가치를 담은 작업실 겸 집을 짓고 싶어요. 마당도 있고요.” 모든 것에 꽤 초연해진 김태성 감독이지만 왠지 다음 작업실만큼은 욕심 내어 만들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삶을 살고 싶어요. 쓰고 있는
글에 맞게 노트북을 들고 장소를 옮겨 다니고, 아침
일찍 일어나 글을 쓴 뒤엔 오후에 스파게티도 해먹고,
맥주도 한잔하고 잠드는 그런 일상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