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디자인과 자연스러운 색감으로 인기 있는 엔알세라믹스의 이누리 작가가 자신의 집을 공개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색감으로 물들인 집은 이누리 작가 그 자체였다.
세라믹 작가 이누리는 좋아하는 색이 뚜렷한 사람이다. 그녀가 엔알세라믹스 nr ceramics(@nr_ceramics) 를 통해 선보이는 도자 제품은 대부분 흰색, 미색, 베이지색을 넘나드는 경계에 있다. 주로 제품 사진을 찍는 배경이 되곤 하는 그녀의 집 역시 그랬다. 하얀 벽, 연한 미색의 소파, 침실마저도 단정한 흰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제가 워낙 흰색 계열을 좋아해요. 한때는 패턴이 강하거나 강렬한 색상의 제품도 구입해봤지만 쉽게 질리더라고요. 결국 오래 봐도 좋은 건 흰색이라는 결론을 내렸죠.” 이누리 작가는 도예를 전공하지 않았다. 패션을 전공했고, 리빙 관련 분야에서 일하기도 했는데 취미로 도예를 배우다 현재는 본업이 됐다.
“처음에는 블로그를 운영했어요. 만든 제품을 올려서 조금씩 판매하기 시작했죠. 이제는 얼마 전 오픈한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을 할 수 있고, 작업실은 경기도에 있어요. 집에서는 만든 제품을 촬영하고요.” 최근 내추럴한 인테리어와 색감이 유행하면서 그녀의 도자 제품과 집 사진은 인스타그램에서도 인기가 높다. 그야말로 ‘요즘 스타일’이다. 신혼인 이 집은 그녀가 꾸민 솜씨다. 깔끔하게 생활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이누리 작가의 집은 쇼룸처럼 단정하고 깔끔했다. 흰색을 위주로 휴양지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롭고 편안한 감성이 공간에 가득하다.
이런 성향은 직접 만든 제품에서도 드러난다. 엔알세라믹스의 제품은 담백한 색감과 조형적인 형태가 만나 실용적이고 오래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원하는 형태가 나올 때까지 계속 만들어보는 수밖에 없어요. 인기가 많은 하프 문 베이스도 만드는 게 쉬운 제품은 아니거든요. 수평계를 사용해서 일일이 손으로 문지르며 각도를 맞춰야 해요. 원래는 조형 쪽으로 대학원을 가고 싶었는데 그 대신 도예를 하면서 이렇게 제품을 만들게 됐네요.” 엔알세라믹스의 제품은 조각품처럼 오브제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조만간 블랙 컬러의 제품과 새로운 꽃병 디자인을 선보일 예정인 이누리 작가는 자신이 만든 제품처럼 단아하고 고운 사람이었다. 아직도 메일로 소통하는 것이 더 편하고, 사람들이 트렌디하다고 말하는 곳보다는 자신이 좋은 곳을 더 찾는, 아날로그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유행처럼 밀려왔다 잊혀지는 것이 많은 요즘, 엔알세라믹스와 이누리 작가가 흰색이 주는 꾸준함처럼 오랫동안 사랑받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