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모던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독특한 감각을 지닌 집을 만났다. 부부와 10살 아이가 살고 있는 이 집은 구성원 모두가 저마다의 색깔을 지니고 있다.
과감한 시도보다는 안전하고 실용적인 쪽을 택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좋아하고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인테리어는 이내 질리기 십상이다. 확고한 취향과 독특한 컬러 감각으로 꾸민 60평대의 이 집은 가족 모두 인테리어와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집 안 곳곳에서 그들의 감각이 묻어나왔다. 패션 사업을 하고 있는 아내 경제은 씨와 키즈 놀이공간 ‘핌 PIM’의 대표인 남편 이승호 씨 그리고 10살 아들 제이가 살고 있는 이 집은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집 안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집주인은 평소 친분이 있는 공간와이의 한수현 실장에게 인테리어와 스타일링을 의뢰했다. “저희는 원래 부부끼리도 알고 지낼 만큼 가까운 사이예요. 사실 이전 집의 공사를 진행할 때도 공사를 맡아준 실장님보다도 언니한테 더 많은 조언을 구했어요. 그만큼 말하지 않아도 잘 통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경제은 씨가 말했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확고했다. 뉴요커의 집. 뉴욕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갤러리 같은 분위기에 아트 피스가 적절히 섞여 있는 뉴욕의 클래식 스타일을 원했다. “제은이와 저는 좋아하는 공통분모가 있어 공사 초반부터 잘 맞았어요. 전체적으로 화이트 배경에 포인트 컬러를 주고 모던한 공간에 클래식한 요소를 더해 적절히 믹스&매치했어요.” 한수현 실장이 설명했다. 이 집의 중심을 가장 강력하게 잡아주는 공간은 주방이다. 원래 블랙으로 칠해져 있던 주방을 경제은 씨가 좋아하는 연분홍색으로 새롭게 도장하고, 넓은 주방을 꽉 채울 만큼 큰 천연석으로 아일랜드를 만들었다. “사실 천연석은 변색도 잘되고 사용하기 까다로운 부분도 있어요. 항상 예쁘냐와 실용적이냐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들 부부는 조금의 불편함은 감수하더라도 흔쾌히 디자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쪽을 택했어요. 그래서인지 어느 때보다도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현장에 임했죠.” 이 집을 완성하기까지의 숨은 이야기를 들어보니 집 안 곳곳에 재미있는 요소가 가득했다 .
현관을 열고 들어왔을 때의 첫인상이 중요했던 집주인은 개성 있는 공간을 원했다. 블랙&화이트의 작은 타일은 매지가 보이지 않을 만큼 촘촘하게 수작업으로 마감했고, 이탈리아에서 주문하고 받기까지 8~9개월을 기다려 중문의 손잡이를 달았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자리한 아들의 공부방도 꽤나 독특했다. 10살 아이의 공부방이라고는 전혀 믿을 수 없는 비주얼이었기 때문. 두꺼운 몰딩이 들어간 책장과 커다란 대리석 책상이 있는 이 공간은 블랙과 골드, 대리석을 좋아한다는 아이의 확고한 취향을 여실히 담아냈다. “저희 아들은 ‘엄마, 아이 같지 않은 방을 만들어줘’ 하고 주문했어요. 그래서 침실 역시 어린아이의 방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골드가 포인트로 들어간 베딩에 블랙 벨벳 커튼을 달아 마치 호텔 방처럼 꾸몄어요. 아이가 마음에 쏙 들어해요.” 아이는 부모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표현할 줄 알고 아내와 남편은 아이의 취향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부모였다. 이외에도 한수현 실장이 직접 유럽에서 구입해온 대형 다이닝 샹들리에와 무조건 보라색이어야 한다는 경제은 씨의 부탁으로 구입한 빈티지 ‘하트 콘’ 체어 그리고 하나하나 깎아 만든 안방 욕실의 거울장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스타일이 아닌 강한 개성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예술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부모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아들 제이는 벌써부터 취향이 확고해 보였다. 이들 가족은 서로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공유하면서 그만큼 집에 대한 추억도 쌓여갈 것이다.
“ 전체적으로 화이트 배경에 포인트 컬러를 주고
모던한 공간에 클래식한 요소를 더해 적절히 믹스&매치했어요.
항상 예쁘냐와 실용적이냐의 갈림길에서 고민했지만
조금의 불편함은 감수하더라도 흔쾌히 디자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쪽을 택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