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에는 고라니가 찾아오고 창을 통해 사계절의 변화를 만끽할 수 있는 운치 있는 단독주택을 만났다. 부부와 세 남매가 살고 있는 이 집은 나만의 집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듯하다.
독특하고 개성 강한 인테리어가 유행이지만, 집은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인테리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이 집은 ‘우리만의 집’을 오래도록 꿈꿔온 송지헌, 이혜민 씨 부부가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완성한 첫 번째 단독주택이다. 남편의 직장 발령으로 강원도 동해에서 4년간 생활한 이들은 더 늦기 전에 단독주택에서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남편은 지금도 동해에서 생활하고 있어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지만, 아내와 아이들만이라도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권에서 살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아이의 교육문제가 가장 컸다.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동해에서 살았기 때문인지 번잡한 서울은 썩 내키지 않았다. 생활의 편의성은 물론 만족할 만한 자연 경관도 함께할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하다 죽전동의 주택 빌리지를 선택했다. 까다롭게 고른 땅인 만큼 가족 모두를 만족시키는 집을 짓고 싶었다. 이미 지어진 집을 구입하고 리모델링을 하는 방법도 고려해봤지만 이왕 주택에 살기로 한 이상 집 짓기부터 시작해보겠다는 남편의 결심은 확고했다. 이들 부부는 8살과 6살 아들, 3살 막내딸 그리고 고양이 구름이가 함께 뛰놀 수 있는 마당을 가진 주택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이 집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남편과 아내가 직접 설계부터 실내 인테리어 시공까지 도맡아 진행했기 때문. 문득 인테리어 업계에 종사하는 건 아닌지 궁금했다. “전혀 아니에요. 남편은 평범한 회사원이에요. 공대 출신인데 워낙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평소에도 작은 가구들은 뚝딱뚝딱 만들곤 했어요. 이곳은 3년 전에 계약해두었던 땅이죠.작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올해 6월에 입주했으니까 대략 5~6개월이 걸렸네요. 저희가 원하는 주택을 몇 가지 구상하고 주말마다 올라와서 공부를 하고 수정도 하며 완성했어요. 물론 전문적인 부분은 공사를 담당한 실장님의 힘을 빌렸고요.” 아내가 설명했다. 지하 차고와 마당, 지상 2층 구조의 이 집은 총면적까지 더하면 231㎡이지만 내부의 실평수는 165㎡ 남짓이다. 마루와 창틀, 계단, 문, 가구부터 작은 소품에 이르기까지 원목으로 통일해 창밖으로 보이는 자연경관과 썩 잘 어우러지며,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충분한 채광도 이 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현관을 기점으로 왼쪽으로는 한복 디자이너 겸 보자기 작업을 하는 아내를 위한 공방을 만들었고, 답답한 것을 싫어하는 부부는 소리가 울릴 만큼 천고를 최대한 높게 시공했다.
이 집에서 가장 공을 들인 곳은 단연 주방이다. “거실보다 주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주방 뒤 수납장에도 책이나 스케치북 등 아이들 물건을 넣어두니 필요할 때마다 손쉽게 꺼낼 수 있어서 좋아요. 저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집 안 구석구석 다니면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으면 했어요.저도 남편도 요리를 좋아해서 우리 부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요.” 2층 오른쪽으로는 아이들 놀이방과 많은 아이들의 로망인 다락방이 있고, 왼쪽으로는 욕실과 안방이 자리한다. “밤이 되면 모두 2층으로 올라가 놀고 그러다 안방에서 다 같이 자기도 해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침실을 따로 만들지 않았지만, 앞으로 큰아이의 침실은 마련해주려고요.” 이 집으로 이사하기 전 아내는 동네가 한적하고, 단독주택이다 보니 또래 아이들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 달리 다둥이를 둔 가정이 많아 아이들이 서로서로 편하게 드나들며 함께 어울리고, 이웃끼리의 관계도 원만하다고 말했다. 이혜민 씨는 단독주택을 꿈꾸는 다른 다둥이 가족 역시 그 꿈을 이룰 수 있기를 응원한다고 전했다. 가을과 겨울이 지나고 활짝 핀 벚꽃으로 가득할 이 집의 봄날이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