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너와 플로리스트가 공간을 식물과 꽃으로 장식했다. 공간에 대한 이해가 깊다면 식물 한 점, 꽃 연출 하나만으로도 생기가 느껴지게 탈바꿈할 수 있다.
오브제가 된 식물
플랜트숍 그라운드 이지연
눈높이의 선반에 둘 식물이라 옆에서 봤을 때 더 보기 좋은 식물들로 구성했다. 화이트 벽면과 블랙 프레임, 양감을 강조한 오브제의 심플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주목도가 높은 식물이다. 맨 위에 둔 무늬접란은 무심하게 뻗은 잎의 선이 우아한 식물로 무늬가 있는 오렌지 컬러 토분에 심어 채도를 맞췄다. 주로 행잉 플랜트로 키우는 리코포디움 스퀘어로사와 립살리스 디어혼은 선반에 올려놓고 키워도 좋다. 둘 다 역동적인 수형으로 자라는 식물이라 자칫 딱딱하고 지루해 보일 수 있는 선반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식물의 개성이 강한 편이라 너무 튀지 않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토분에 심었다. 다른 식물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월토이는 블랙 토분에 심어 오브제처럼 보이는 효과를 줬다. 덩굴식물인 무늬 백화등은 원래 나무나 바위를 타고 올라가며 자라지만, 선반에 두고 가지를 늘어뜨리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반복적인 아름다움
엘트라바이 박소희
처음 이곳을 보고 든 생각은 바닥과 소파, 의자의 컬러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색감은 부드럽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독특한 형태의 소파와 존재감을 드러내는 벽 조명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특히 소파는 마치 블록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여기에서 착안해 가구와 비슷한 색감이지만 반복되는 느낌을 주는 플라워 연출이 떠올랐다. 프리저브드 처리를 한 팜트리 잎사귀와 염색을 한 튤립, 꽃잎이 활짝 벌어지고 은은한 광택이 나는 안스리움, 동글동글하게 맺혀 있는 팔손이 나무 열매를 활용해 테이블 위에 꽃병꽂이를 했고, 비슷한 패턴으로 다시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연출을 시도했다. 하나의 연출처럼 보이지만 두 가지로 나뉘어 있는 것 또한 반전이다.
대비 효과의 묘미
엘트라바이 박소희
델피늄, 글로리오사, 온시디움, 아이리스, 미모사, 레드 진저 등 꽃의 종류가 꽤 많이 들어간 연출이다. 벽에 고정된 작품과 짙은 남색의 가로로 긴 소파가 놓인 공간을 보고 굉장히 절제되어 있고 남성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완전히 반대 성향의 플라워 어레인지먼트를 선보이고 싶었다. 마치 식물이 만발한 정원에서 꽃을 한아름 꺾어와 병에 꽂은 듯한 자연스러운 형태로 연출했고, 꽃의 종류도 많지만 색깔도 빨강, 주황, 노랑 등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는 것들로 골랐다. 꽃이 작은 노란색 미모사를 활용해 어느 정도 부피를 만든 다음 열대식물 느낌의 굵직한 레드 진저나 색감이 화려한 글로리오사로 중심을 잡아주었다. 자세히 보면 중간 중간 포인트로 곁들인 보라색 아이리스를 발견할 수 있다.
코너의 존재감
플랜트숍 그라운드 이지연
반듯한 직선의 조합에서 비롯되는 구조가 돋보이는 단순한 흰색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인도고무나무는 볼륨이 있는 잎의 형태와 짙은 컬러로 공간과 대비를 이루며 생동감을 더할 수 있는 식물이다. 천장에 단 모빌을 가리지 않기 위해 키가 아주 큰 나무 대신 드라마틱한 분위기로 연출 가능한 독특한 수형의 나무를 선택했다. 일반적인 고무나무와 달리 가지가 옆으로 길게 뻗어있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잎이 크고 풍성해서 해가 잘 드는 날에는 흰색 바닥재에 드리워지는 그림자의 서정적인 장식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공간과 식물의 색감 대비를 중화할 수 있는 뉴트럴 컬러의 토분에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