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SPACE 레스토랑에 스며든 갤러리, 보메 청담

레스토랑에 스며든 갤러리, 보메 청담

레스토랑에 스며든 갤러리, 보메 청담

단순히 한 가지 목적만을 지닌 공간의 시대는 지나갔다. 건축과 패션, 레스토랑, 그리고 호텔까지도 예술 작품과 맞닿기 시작한 것. 공간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문화와 예술적인 배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여섯 개의 공간을 찾았다.

벽면에는 양혜규 작가와 런던 디자이너 그룹 OK-RM이 협업해 2013년 스트라스부르 현대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인 벽지 작업 ‘이모저모 토템’ 시리즈가 걸려 있다. 높은 천고의 허전함을 채워주는 해골 모양의 작품은 김지민 작가의 작품.

 

발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청담동에 또 하나의 핫플레이스가 오픈했다. 딱딱하기만 한 화이트 갤러리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추세다. 아시안의 입맛과 이탤리언의 취향을 접목시킨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보메 청담은 갤러리에서나 볼 법한 작가의 작품이 가득해 이곳이 먹거리를 위한 공간인지, 작품을 감상하는 갤러리인지 헷갈리게 한다. “작품을 모으기 시작한 지는 4~5년 정도밖에 안 되었어요. 20여 년간 의류업을 해온 제가 자체 브랜드 보메를 론칭하면서 개인적으로 소장해왔던 작품과 어우러질 수 있는 레스토랑 겸 보메의 쇼룸을 오픈하게 되었죠”라며 배진 대표가 설명했다. 콘크리트 마감과 다크한 대리석을 사용해 거친 공간에 직선의 디자인 가구와 곡선의 멋이 살아 있는 조명을 배치하는 등 식사를 위한 장소를 넘어 현대적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널찍한 테라스를 지나 실내로 들어가면 3m에 달하는 프랑스 설치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의 유리 구슬 작품을 중심으로 김지민 작가의 대형 해골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양혜규 작가와 런던 디자이너 그룹 OK-RM이 협업해 2013년 스트라스부르 현대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였던 작품이 높은 천고를 가득 메우며, 프라이빗한 식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작은 룸에는 장마리아 작가와 윤종석 작가의 작품이 자리한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에는 다니엘 아샴의 거울 작품을 걸어 발자취가 닿는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을 찾은 손님들이 직접 앉고 사용하는 가구와 식기 역시 범상치 않았다. 디자이너 양태오가 실내 다이닝 체어를 디자인했으며 벨기에 아웃도어 가구 브랜드 트리뷰의 체어로 테라스를 채워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보메 청담의 요리는 태국의 포슬린 브랜드 야나칸 그릇에 담겨 서빙되는데, 작품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작품에 담긴 맛있는 요리까지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맞은편에 자리한 스케줄 청담이 20~30대를 위한 공간이라면 보메 청담은 예술적인 감성을 갈망하는 40~50대를 위한 레스토랑이지 않을까.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더불어 작품을 감상하며 특별한 식사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이곳을 들러봐도 좋겠다.

 

레스토랑 안쪽에 자리해 프라이빗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작은 룸. 왼쪽에는 두텁게 쌓아올린 마티에르의 물성이 두드러지는 기법을 선보이는 장마리아 작가의 회화 작품을 걸었다. 오른쪽에는 주사기통에 물감을 넣어 헤아릴 수 없는 점을 찍어 작업하는 윤종석 작가의 작품.

 

레스토랑 입구에서는 3m에 달하는 프랑스 설치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의 유리 구슬 시리즈를 감상할 수 있다.

 

양태오 디자이너는 간결하면서도 공간과의 어우러짐을 고려해 다이닝 체어를 디자인했다.

 

화장실에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 다니엘 아샴의 ‘브로큰 미러’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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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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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SPACE 현대미술관이 된 옛 상업거래소, 부르스 드 코메르스

현대미술관이 된 옛 상업거래소, 부르스 드 코메르스

현대미술관이 된 옛 상업거래소, 부르스 드 코메르스

단순히 한 가지 목적만을 지닌 공간의 시대는 지나갔다. 건축과 패션, 레스토랑, 그리고 호텔까지도 예술 작품과 맞닿기 시작한 것. 공간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문화와 예술적인 배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여섯 개의 공간을 찾았다.

로통드에서는 우르스 피셔의 작품으로 세계 각국의 의자를 밀랍으로 만들어 햇빛에 서서히 녹아내리게 했다. ©Urs Fischer Courtesy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Photo : Stefan Altenburger Bourse de Commerce-Pinault Collection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콘크리트 실린더로 생겨난 통로에는 1889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만든 24개의 쇼윈도가 있다. Bourse de Commerce-Pinault Collection ©Tadao Ando Architect& 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Photo Maxime Tétard, Studio Les Graphiquants, Paris

 

부훌렉 형제가 가구의 연장선으로 조명 브랜드 플로스와 협업해 15m 높이의 기념비적인 샹들리에를 만들었다. Ronan et Erwan Bouroullec Luminaire, escalier 19e ©Studio Bouroullec Courtesy Bourse de Commerce-Pinault Collection

 

파리의 도심 가운데 높은 천막과 철근으로 가려 모든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던 옛 상업거래소 Bourse de Commerce 건물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3년 동안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걸친 이곳은 새로운 예술적 목적이 부여되며 재탄생했다. 케링 Kerring 그룹의 회장이자 슈퍼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5000점 이상의 아트 컬렉션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길 갈망했고, 이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실현되었다. 프랑수아 피노의 문화 프로젝트 동반자인 안도 타다오가 건축 설계를 맡았다. 건축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작업이라는 안도 타다오의 말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건물이기에 유산을 복원하는 동시에 건축을 창조하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건물 이전의 영광을 복원하고 그만큼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문화 활동을 위한 공간을 만든 것이다. 1986년 역사문화재로 등록된 상업거래소를 상징하는 돔 천장은 철제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특별한 유리로 보강하고 피노 컬렉션의 작품을 돋보이게 디자인했다. 그리고 내부의 중심인 로통드 전시관에는 무려 29m 너비, 9m 높이의 콘크리트 원통형 공간을 원형 건물 중심에 세워 전시 공간을 나누는 동시에 건물의 중심을 극대화하고 관람객들이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기게 했다. 원통형을 따라 올라가면 유리 돔 아래에서는 세계 무역장소를 묘사한 아름다운 19세기 프레스코화를 마주할 수 있다. 공간을 압도하는 이 프레스코화는 문화재로 등재됐는데 총 넓이가 1400㎡로 5명의 예술가에 의해 제작되었다. 이는 프랑스 박물관 위원회의 인증을 받은 전문가 알릭스 라보의 복원팀이 20m 높이의 철근 위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사람들이 편하게 앉아 쉴 수 있는 벤치 등 건물 내부와 외부 가구는 부훌렉 형제가 맡아 디자인했다. 3개 층으로 이루어진 10곳의 전시 공간에서는 아트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이 공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했고, 회담과 토론, 콘서트도 열린다. 파리의 현대미술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선언하는 의미를 지닌 창립전 <Ouverture>는 피노 컬렉션 프로젝트의 새로운 국면을 시도하는 개막을 의미하는 것 외에도 다양성을 보여주는 예술을 존중하는 열린 마음,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이라는 가치를 표현하기도 한다. 로통드 전시 공간에서는 우르스 피셔 Urs Fischer의 극사실주의 왁스 조각 시리즈부터 콘크리트 원형 공간 통로에 1889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만들어진 24개 쇼윈도에 전시된 베르트랑 라비에의 작품, 2층 갤러리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예술가 데이비드 해먼스의 모든 작품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등 32명의 아티스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프랑수아 피노의 대담한 결단력과 그의 욕망이 예술가들의 본고장인 파리의 중심에 신선한 예술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오랜 건물의 유산과 작품이 어우러져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흘러가는 시간을 하나로 묶은 부르스 드 코메르스는 이미 파리의 새로운 예술 성지가 되었다.

 

콘크리트 원통형 실린더를 산책로처럼 천천히 따라 올라가면 19세기의 거대한 프레스코화와 마주한다. Bourse de Commerce-Pinault Collection ©Tadao Ando Architect&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Photo Patrick Tourneboeuf

 

오대륙 간에 일어나는 무역을 찬양하는 프레스코화는 상업거래소가 품고 있는 보물이다. Bourse de Commerce-Pinault Collection ©Tadao Ando Architect&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Photo Marc Domage

 

2층 전시 공간에서는 이전 피노 컬렉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데이비드 해먼스의 작품이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David Hammons Vue d’exposition “Ouverture”, Bourse de Commerce-Pinault Collection, Paris 2021 Courtesy de l’artiste et de Bourse de Commerce-Pinault Collection. Photo Aurélien Mole

 

상업거래소를 상징하는 돔 천장은 금속과 유리로 만들었으며 리노베이션 공사가 한창 진행될 때도 특별 관리를 받으며 철재는 그대로 살리고 슬레이트 지붕을 기하학적으로 배치해 하나의 작품처럼 완성했다. Bourse de Commerce-Pinault Collection ©Tadao Ando Architect&Associates, Niney et Marca Architectes, Agence Pierre-Antoine Gatier. Photo Vladimir Partalo

 

갤러리3에서는 6인의 사진작가 작품이 전시 중이다. 1970~90년대 작품으로 성별, 정체성, 성을 주제로 다뤘다. ©Louise Lawler, ©Sherrie Levine, exhibition view of Ouverture, Bourse de Commerce -Pinault Collection, Paris, 2021. Photo Aurelien Mole.

 

베르트랑 라비에의 작품은 고대 유물이나 금, 도자 같은 장식품을 보관하는 진열장을 전시실로 만들어 자신의 작품 시리즈를 케이스화한 전시를 선보였다. Walt Disney Productions 1947–2018 n°6, 2018. ⓒBertrand Lavier / ADAGP, Paris 2021, exhibition views of Ouverture, Bourse de Commerce-Pinault Collection, Paris, 2021. Photo Aurelien Mole.

 

부훌렉 형제가 디자인한 실외 벤치는 안도 타다오의 원형 실린더의 연속으로 동심원처럼 퍼져나가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Studio Bouroullec Courtesy Bourse de Commerce- Pinault Collection Photo Studio Bouroullec

 

로통드 전시 공간에는 부훌렉 형제가 아르텍과 함께 개발한 ‘로프 체어’를 처음으로 선보이며 산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강철 튜브로 만들어 간단하지만 두꺼운 로프로 다소 역동적인 지지대와 등받이를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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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SPACE 건축과 자동차의 만남,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ART & SPACE 건축과 자동차의 만남,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ART & SPACE 건축과 자동차의 만남,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단순히 한 가지 목적만을 지닌 공간의 시대는 지나갔다. 건축과 패션, 레스토랑, 그리고 호텔까지도 예술 작품과 맞닿기 시작한 것. 공간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문화와 예술적인 배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여섯 개의 공간을 찾았다.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 2층에서 진행 중인 개관전시 의 일부인 ‘헤리티지 시리즈 포니’. 1975년에 출시한 포니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당시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각진 디자인과 독특한 실루엣을 그대로 살리고 매트한 실버 컬러로 마감해 미래적인 느낌을 더했다. ©BRIQUE Magazine(Kim Donggyu)

 

현대모터스튜디오가 여섯 번째로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을 부산 수영구에 오픈했다. 수도권을 벗어나 오픈한 첫 사례다. 와이어를 생산했던 옛 고려제강의 철강공장 부지에 세워진 복합 문화 공간인 F1963과 맞닿아 있는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원오원 아키텍츠의 건축가 최욱이 설계를 맡았다. ‘사람을 움직이는 수단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으로’라는 비전을 지닌 현대모터스튜디오는 F1963과 함께 지어졌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다. 건축가 최욱은 이곳에서 열린 ‘디자이너스 테이블 마스터스’ 강연에서 먼저 한국의 미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의 미감은 일본의 것과는 달라요. 각자의 힘을 줄이면서 섞이기보다는 병치되고 독주를 하죠. 하지만 전체를 바라보면 한데 어우러져 있어요.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도 이런 한국적인 요소를 닮았죠. 소재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현대와 고려제강을 상징하는 철을 사용했지만 기둥을 제외하고 최대한 비운 아래층이나 주변 풍경을 오히려 주인공으로 만드는 건축 디자인 등에서 한국적인 미학을 발견할 수 있어요.” 건축 자체가 곧 작품처럼 느껴지는 현대모터스튜디오 1층은 필로티 형태로 LED 크리에이티브 월을 설치해 디지털 미디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전시 공간인 2층은 현대자동차만의 디자인 철학과 미래지향성을 반영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3층과 4층은 휴식 공간과 레스토랑 등 클래스를 비롯해 방문객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에서 만든 스튜디오이지만 정작 자동차는 볼 수 없었고, 오직 건축과 진행하는 전시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철학과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최욱 건축가는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의 외관에 고려제강의 DNA를 엿볼 수 있는 거대한 와이어 구조를 설계했고, 사이니지 역시 자동차 경주에서 사용되는 깃발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또 내부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주행도로처럼 시원하게 뻗어 있는 천장에서도 자동차와의 연관성을 느낄 수 있었다. 폐자재를 적극 활용해서 지은 건물이라는 점도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보게 한다. 큰 한옥을 둘러보려면 대문을 지나서도 계속 작은 문을 통과해야 하듯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 역시 1층부터 수평으로 이동하면서 또 다른 미감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미래의 자동차를 미리 타본 것 같은 그런 기분을 말이다.

 

자동차 경주에서 사용되는 깃발에서 모티프를 얻은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의 사이니지.

 

가장 안쪽에서 전시하고 있는 미래 전기차의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프로페시 Prophecy’ 작품. 개방이 느껴지는 공간과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기둥을 제외하고 비운 1층. 영국 디지털 전문 아트그룹인 유니버셜 에프빌씽과의 새로운 협업 작품인 ‘Run Forever’ 작품이 상영 중이다.

 

지붕의 철제 와이어에서 바로 옆 건축인 F1963과의 연계성을 느낄 수 있는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

 

컬러와 빛이 시각적으로 작용하고 움직임에 따라 반사되는 형상을 보여주는 ‘Color&Light’ 작품이 눈길을 끄는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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