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스타일리스트 서정은은 몇몇 브랜드 안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세련된 잣대로 다양한 제품을 선별하는 셀렉트숍처럼 수많은 브랜드들을 모아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든다.
1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의자는 보에에서 구입. 부드러운 핑크 컬러가 마음에 들었다.
2 테이블 위는 두 딸과 찍은 사진들로 장식했다. 캔들은 산타 마리아 노벨라 제품. 이솝 파슬리 씨드 안티 옥시던트 세럼과 토너, 비 트리플 씨 페이셜 밸런싱 젤은 믿고 사용하는 스킨케어 제품들이다. 벽에 걸린 꽃 사진은 포토그래퍼 한홍일의 작품.
3 디자인, 인테리어, 패션에 관한 아트 북이 많은데 딱히 취향이 있다기보다 그때의 기분에 따라 마음에 드는 것을 구입하는 편이다. 단 히스토리가 있는 것, 디자인 원류인 것을 높이 산다. 로저스 스피커 위에 올린 제품은 이솝 스킨케어 라인과 핸드 밤 그리고 테싯 향수.
패브릭 소파는 거스 제품으로 덴스크에서 구입한 것. 가격도 아주 비싸지 않고, 디자인이 튀지 않으면서도 독특하고, 앉았을 때 편안하다. 탁자는 모벨랩이 가로수길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을 때 샀고 지엘드 조명은 10꼬르소꼬모 서울에서 구입했다. 화병은 MMMG 제품이다.
물건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그냥 좋은 것. 어떤 물건을 살 때 브랜드를 먼저 확인하지는 않아요. 우선 제 마음에 들어야 하고, 싫증나지 않고 오랫동안 편안하게 쓸 수 있어야 해요. 옷장 속에는 제가 잘 모르는 브랜드 제품도 많아요.
집이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해요. 인테리어를 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나요? 옷과 마찬가지로 집 또한 편안하고 싫증이 나지 않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가구나 소품도 그저 무난한 디자인보다는 ‘나 자신 같은 것’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구의 느낌을 한 가지로 통일하지 않고 각기 다른 소파와 의자를 조화롭게 놓았어요. 물론 어떤 장식품을 놓아도 잘 어울릴지, 청소는 쉬울지도 충분히 고려했어요.
가구에 대한 취향이 궁금해요.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며, 주로 어디에서 쇼핑하나요? 한번 사면 10년 이상 쓰는 물건이라 특별한 취향이나 단골 숍은 없어요. 편안하고 심플한 목제 가구를 좋아해 성북동 모벨랩과 논현동 밀라노디자인빌리지에 자주 구경 가요. 한번은 모벨랩에서 너무 마음에 드는 그릇장을 발견하고 무작정 샀는데, 이 집에 이사 와서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어요. 예산의 한계가 없다면 가장 갖고 싶은 꿈의 가구는 에르메스예요.
당신의 드레스룸에 가장 많이 있는 패션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으레 패션을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은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데, 저도 그런 편이에요. 굳이 꼽자면 아크네, 주카, 유돈 초이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홍승완 리벤지 같은 남성복도 즐겨 입고 이름 모를 프랑스 브랜드 옷들도 많아요. 포멀한 자리에선 N°21이나 스텔라 매카트니를 입는 편이에요. 신발은 주세페 자노티와 지미 추를 좋아하고, 주얼리는 자주 하지는 않지만 HR을 무척 좋아해요.
만일 ‘서정은 스타일’이라는 패션 화보를 진행한다면 어떤 브랜드를 섭외하고 싶나요? 특정 브랜드보다는 멀티숍이 좋겠어요. 10꼬르소꼬모 서울, 에크루, 조수아를 섭외하면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충분히 나올 것 같아요.
그 외 가장 투자를 아끼지 않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특별히 좋아하거나 모으는 제품이 있다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는 옷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요. 특히 빈티지 무드의 원피스가 마음에 들면 돈을 아끼지 않아요. 패션과 함께 좋아하는 것은 음악이에요. 스피커는 영국의 로저스 제품을 사용해요. 대형 극장용 스피커를 주로 만드는 브랜드인데, 제가 가지고 있는 개인용 스피커는 이제 단종되었대요. 북유럽 가구처럼 짙은 컬러와 네모 반듯한 디자인이 특징이고 중저음이 좋아 빅밴드 재즈 음악을 듣기 적합해요. 아주 고가의 제품은 아니지만 제 수준과 기호에 맞아 애정이 가요.
화장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 피부에 맞는지, 자연의 향이 나는지, 보습력이 좋은지를 따져봐요.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는 이솝이에요. 제품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 자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요란하게 광고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신뢰가 가요.
1 벽면의 사진은 뉴욕 지하철의 풍경을 담은 포토그래퍼 안주영의 작품. 식탁은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것으로 가족이 밥 먹을 때 오손도손 둘러앉을 수 있도록 각지지 않게 디자인했다는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 테이블 위의 찻잔 세트는 프랑스의 빈티지 벼룩시장에서 지인이 출장길에 어렵게 사다주었다. 코너의 그릇장은 모벨랩 제품.
2 이솝의 보디와 헤어 케어 제품이 놓인 욕실. 이솝 제품들은 질감이 가볍고 향이 신선해 목욕 시간을 즐겁게 해준다.
3 거실 창가 앞에서 포즈를 취한 서정은.
Her Favorite
1 그레이매터의 맨투맨 스웨터 팔판동에 있는 남성용 워크웨어 브랜드인 그레이매터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컨셉트의 브랜드라 좋아한다. 2 글로브 트로터의 트롤리 결혼할 때 남편에게 선물 받은 트롤리로 컬러가 마음에 들어 지금도 애용한다. 종이를 켜켜이 붙여 만든 제품이라 가벼우며 내부 수납공간도 넉넉하다. 3 해인, 재인이가 그린 그림 결혼하는 엄마 아빠를 그렸는데 나를 정말 개성 강한 캐릭터로 표현했다. 바빠서 잘 챙겨주지도 못하는 엄마에게 언제나 사랑한다고 속삭여주는 두 딸에게 정말 고맙다. 4 요리책 <좋은 사람 행복한 요리>와 <빵이 좋아하는 50가지 요리>는 가장 최근에 구입한 요리책이다. 친구를 초대할 때 내놓을 만한 음식, 빵과 어울리는 음식에 대한 레시피가 담겨 있다. 5 마가렛 호웰 운동화 기자 초년생일 때부터 호흡을 맞췄고 현재는 세계적인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된 주형선의 선물.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운동화는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6 커스텀 멜로우 스웨터 케이블 니트 스웨터를 좋아한다. 최근 구입한 이 제품은 올겨울 회색 통바지와 첼시 부츠에 매치할 생각이다. 7 헨리 퀴어 숄더백 무두질을 거칠게 해 자연스러움을 살린 숄더백. 1990년대 중반부터 바니스 뉴욕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헨리 퀴어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프렌치 시크를 연출하기에 최적의 브랜드다. 8 이솝 레저렉션 아로마틱 핸드 밤&파슬리 씨드 안티 옥시던트 세럼 부드러운 질감, 신선한 향으로 바르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핸드 밤과 세럼. 피부에 편안하게 스며들고 촉촉하면서도 산뜻하게 마무리된다. 9 HR 반지와 롤렉스 시계 주얼리 디자이너 박혜라의 HR 레이어링 반지는 정말 멋스럽다. 시계는 클래식하고 수수한 롤렉스를 좋아한다. 10 니트 모자 단골 멀티숍인 조수아에서 최근 구입한 모자. 11 수첩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새 수첩을 산다. 올해 간택(?) 받은 이 수첩은 무척 편하게 사용하고 있다. 휴대폰과 함께 바쁜 업무를 관리해주는 비서 같은 존재다. 12 커티스 풀러의 재즈 음반 15년 전 초등학교 동창이 들려준 재즈 트롬본의 거장 커티스 풀러의 음악에 반해버렸다. 그의 자유로운 전개 방식을 무척 좋아한다. 13 페리에 쥬에 샴페인 와인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샴페인으로 기분 전환을 한다. 과일 향이 많이 나는 페리에 쥬에를 특히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