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년의 역사를 지녔지만 고루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호기심 많은 청년처럼 새로운 소재와 기법에 열려 있다. 소파라면 자고로 가죽이나 두껍고 빳빳한 패브릭으로 마감해야 한다는 관념에 모두가 사로잡혔을 때, 구김이 심해 잘 사용하지 않던 리넨을 소파 마감재로 선택해 세계적인 명성에 오른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제르바소니는 여전히 새로움에 목마르다.
아웃 스터치가 멋스러운 고스트 컬렉션
라탄으로 만든 플로어 조명 스핀
스위트 컬렉션과 브릭 컬렉션을 조화시킨 공간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제르바소니 Gervasoni는 마니아층이 탄탄한 브랜드다. 소수가 지닌 특수한 취향을 충족해서가 아니라 빼어나게 잘 만든 고급 가구의 진수를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극찬을 받는다는 얘기다. 자연 소재의 특성을 살려 편안한 인상을 주지만 알루미늄, 세라믹, 라탄, 양피지 등 다양한 재료를 결합해 새롭고 재미있는 형태로 완성하는 것이 제르바소니 가구의 특징. 한 가지 컬렉션이라고 비슷한 요소를 반복해서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한데 모았을 때 인상 깊게 연출될 수 있는지를 고려하기 때문에 여러 소재와 형태를 뒤섞어 컬렉션을 완성한다. 내추럴하지만 모던하며 패턴이나 색상이 매우 과감해 개성이 넘쳐 보인다. 믹스매치가 근간이라 공간에 따라 구성되는 조합이 변화무쌍하며, 소파 같은 패브릭 아이템의 경우 커버만 따로 교체하기 수월해 사용하기도 편리하다. 제르바소니 가구는 심미적이고 실용적이라서 쓰면 쓸수록 매료될 수밖에 없다.
1882년 창립해 3대째 이어져 내려온 제르바소니는 현재 지오바니 Grovanni와 미켈레 제르바소니 Michele Gervasoni가 운영하고 있다. 미적 기준과 생산 기술은 세대를 거치며 변화했지만 수작업을 거쳐 섬세하게 만들어낸다는 고집만큼은 여전하다. 숙련된 기술로 천연 재료를 세공하고 심혈을 기울여 완성하는 것이 제르바소니의 자부심. 본래 제르바소니는 라탄 가구를 제작하는 회사로 시작했다. 그러다 지금의 이미지를 갖게 된 건 1998년부터 파올라 나보네 Paola Navone를 아트 디렉터로 영입하면서다. 가구 디자이너, 건축가, 인테리어 데커레이터, 기획자 등 광범위하게 활동하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인정받고 있는 그녀가 제르바소니를 위해 디자인한 ‘고스트 Ghost’ 컬렉션은 제르바소니를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 꼬마 유령 캐스퍼처럼 흐물거리는 흰색 몸체를 지닌 고스트 컬렉션은 피부같이 시트와 밀착시킨 가죽, 패브릭 소파와 달리 잘 구겨지고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는 옷처럼 씌운 리넨 커버로 반향을 일으킨 것. 크기와 형태별로 30여 종이 있으며 모듈형이라 원하는 공간 구성에 맞게 조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흰색 리넨 패브릭이 가장 기본이지만 다양한 색상과 질감, 패턴의 패브릭으로 주문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어떤 스타일도 흡수하기 때문에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파올라 나보네는 이후에도 그레이 Gray, 누볼라 Nuvola, 인아웃 Inout 등 다양한 컬렉션을 완성하며 제르바소니만의 이미지를 확립했다. 제르바소니는 그 밖에 이탈리아 건축가 마르코 피바 Marco Piva, 영국 가구 디자이너 마이클 소더 Michael Sodeau, 재스퍼 스타트업 Jasper Startup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여러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소재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미적, 기능적으로 빼어난 가구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WE ARE BEST COUPLE
파올라 나보네와 제르바소니는 이제 떼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것 같다. 클래식과 모던,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탁월한 감각의 소유자인 파올라 나보네가 디자인한 제르바소니의 다양한 가구 컬렉션.
고스트 Ghost 제르바소니의 시그니처 컬렉션. 패브릭 커버를 쉽게 교체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마치 공기 중에 떠다니는 유령처럼 가벼워 보이는데 패브릭에 따라 얼마든지 캐주얼하거나 우아하게 변신할 수 있다.
브릭 Brick 통나무를 재단해 만든 스툴과 테이블, 각진 이미지를 살려 디자인한 소파와 침대, 문에 커버를 씌워 교체할 수 있도록 고안한 네모난 수납장 등 벽돌의 이미지를 재해석해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 컬렉션이다.
그레이 Gray 19세기 스웨덴에서 유행한 네오클래식인 ‘구스타비안 Gustavian’ 양식과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조화시켜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컬렉션. 가구 프레임을 회색으로 도장하고 패브릭도 회색만 사용하는 등 전체적으로 채도를 낮춰 엘레강스한 느낌을 중화시켰다.
누볼라 Nuvola 3가지 크기의 소파로 구성된 ‘누볼라’는 보기만 해도 푹신해 보이는 구름 같은 볼륨감이 특징. 소파의 기본 프레임에 폴리우레탄과 폴리에스테르를 합성해 만든 올록볼록한 원단인 플러시 Plushy를 씌워 내장재를 보호했다.
스위트 Sweet 동양적인 소재와 서양적인 형태를 절충시켜 파올라 나보네만의 로맨틱하고 달콤한 이미지로 탄생시킨 라인이다. 곡선과 직선을 적절히 사용해 모던하게 디자인했으며 대리석, 등나무, 철재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풍성한 느낌을 더했다.
(위)제르바소니의 아웃도어 가구 컬렉션 인아웃 (아래)고스트 컬렉션 소파
(위)남양주 쇼룸 외관 (아래)인아웃 컬렉션 스툴
자연과 어우러지는 제르바소니
국내에서도 제르바소니의 수려한 가구를 직접 볼 수 있다. 남양주 북한강변에는 제르바소니 코리아에서 운영하는 쇼룸이 자리하는데, 기존 창고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해 얼마 전 문을 열었다. 10m나 되는 높은 층고가 압도하는 웅장한 공간에는 파올라 나보네가 디자인한 아름다운 가구들이 섬처럼 늘어서 있다. 커다란 창 너머로 들어오는 빛이 흰색 천장과 벽에 반사되어 흰색 고스트 소파를 더욱 화사하게 만든다. 고스트 컬렉션을 비롯해 다양한 인도어, 아웃도어 가구가 전시되어 있으며 식물들과 함께 연출해 싱그러움을 더했다. 쇼룸과 창고 사이에 있는 널찍한 마당이 한결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주말에 나들이를 온 듯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제르바소니 쇼룸은 수 · 목 · 토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니 참고할 것. 그 외 요일에 방문하고 싶다면 전화로 사전 예약을 해야 하며, 주로 업체와 B2B 프로젝트 상담을 진행한다.
tel 02-515-5718 web www.gervaso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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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Inout
아웃도어 퍼니처 컬렉션으로 방수 패브릭 커버를 입힌 소파와 암체어를 비롯해 폴리에틸렌과 PVC, 알루미늄, 코르크, 세라믹 등 다양한 소재를 실험적으로 사용하고 고급스러운 컬러를 적용했다. 사이드 테이블, 데이베드와 같은 가구부터 소품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실외는 물론 실내까지 모든 공간에 다양하게 믹스매치할 수 있다.
1,3 1인용과 3인용 소파. 탄성있는 와이어 끈이 시트와 등 쿠션을 지지해준다. 2 코르크로 만든 의자와 사이드 테이블. 4 와이어 끈을 엮은 모양 자체를 의자의 패턴으로 사용한 것이 재미있다. 5 금속 소재의 스툴과 사이드 테이블.
넥스트 Next
거실과 다이닝 공간을 위한 새로운 가구 컬렉션인 ‘넥스트’는 심플하고 우아한 라인을 고수하지만 라탄이나 금속 등 거칠고 강한 이미지의 소재와 결합해 독특하게 완성했다. 전체 디렉팅은 파올라 나보네가 맡았으며 넥스트 컬렉션에 포함된 새 둥지를 닮은 ‘스핀 Spin’ 조명은 마이클 소더가 디자인했다.
6 둥지 모양의 라탄 팬던트 조명 스핀. 7 나무 프레임에 불투명 유리를 올린 사이드 테이블. 8 금속을 거칠게 마감해 멋을 낸 테이블. 9,11 팔걸이의 곡선이 페미닌한 인상을 주는 소파. 10 컵을 올려 놓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라탄 소재의 안락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