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쓴 시

소리로 쓴 시

소리로 쓴 시

건축가는 대지 위에 시를 쓰고, 오디오는 소리로 공간에 시를 쓴다. 신사동 주택가에 오픈한 ‘오드 메종 ODE Maison’은 음악으로 쓴 시들을 유유자적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무릉도원이었다.


1 오드 메종 4층에 있는 카르마 리스닝룸. 원목으로 장식한 벽 장식과 빛 가리개가 음악을 타고 율동감 있게 움직이듯 보인다. 앰프는 Tenor Audio 175S, Lyngdorf Audio TA270, 소스는 Triangle Art Signature, 스피커는 Kharma Elegance dB11-S, Exquisite Classic이 놓여 있다. 2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지어진 오드 메종의 외관. 3 한정판 아트피스로 제작된 OMA의 아이로닉 Ironic 스피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오디오에 대한 로망이 있다. 특히 오디오 마니아라고 불리는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만족스러운 음질을 찾기 위해 오디오 관련 서적을 보며 시스템을 연구하고 끊임없이 실험한다. 최근에 등장한 하이엔드 오디오는 첨단 과학 기술을 적용해 음향의 풍부한 울림으로 공연장에서 듣는 것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때문에 오디오 마니아들의 소유욕을 불태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런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눈이 번쩍 뜨일 성지와 같은 ‘오드 메종 ode maison’이 신사동 한적한 주택가에 오픈했다. 기다란 회색 박스처럼 생긴 지상 5층 규모의 건물은 밖에서는 그 구조를 가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문패도 오드 로고가 전부. 사실 취재차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 흔히 봐왔던 오디오 쇼룸을 상상했지만, 단순한 짐작은 보기 좋게 어긋났다. 지음 아뜰리에의 수석 디자이너 박재우 소장이 총괄 디렉터로 참여한 오드는 설계 단계부터 세심한 계획 아래 건축된 공간이다. 소리를 쾌적하게 즐기는 오디오 전용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보통 2.2m인 층고를 3.6m로 높였고 층간 두께도 일반보다 두 배나 두꺼워서 방음과 진동을 잡았다. 심지어 전기 배선도 일반용과 오디오용으로 구분했다. 소리 구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균일하고 안정적인 배전을 위해 오디오는 병원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 들어가는 시스템에 접속돼 있다. 박재우 소장은 “단지 귀로만 만족하는 것이 아닌 장인의 손길과 정신을 존중하여 그 정신과 정성을 공간에 녹여냈습니다. 이 공간은 말로만 전해 듣거나 사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해보고 느껴야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이어 오드 메종의 임우석 상무는 “오디오가 ‘소리’라면 소리를 보고 느끼고 만지고 서로 대화하게 하며 때로는 향기로 마음을 치유하는, 즉 오감을 치유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좋은 오디오를 소개하는 공간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오디오의 좋은 소리를 느끼게 되는 곳입니다.” 오드는 하이엔드 오디오를 통해 음악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다시금 이야기하고 감동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4 4층 카르마 청음실. 앰프는 Tenor Audio 350HP, Tenor Audio Line1, 소스는 Burmester 069CDP, 스피커는 Kharma Enigma Veyron EV2로 세계에서 처음 생산된 시리얼 001번이 비치되어 있다. 5 임스 라운지 체어에 앉아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시네마룸. 6 스타인웨이B 그랜드피아노가 놓여 있는 지하 라운지에는 OMA의 나비 모양의 모나크 Monarch 스피커가 있다. 7 지하에는 바를 갖추고 있어 살롱 음악회를 비롯해 각종 대관 행사를 하기에도 유용하다. 벽에 걸린 작품은 김희원 작가의 작품이다.

 

오드는 송시 頌詩 혹은 송가 頌歌를 뜻한다. 특정 인물이나 사물을 기리기 위해 지은 서정시를 말한다. 오드가 기리는 사물은 오디오이며 인물은 오디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이름에서처럼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소리로 쓴 시적인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소개하고 있는 오스왈드 밀 오디오 Oswalds Mill Audio(OMA), 버메스터 Burmester, 스타인웨이 링도르프 Steinway Lyngdorf, 카르마 Kharma는 각 층마다 하나씩 자신만의 아우라로 공간에 자리 잡았으며, 그 공간의 브랜드 캐릭터를 녹여내 공간과 오디오가 마치 한 몸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각 층에는 청음실을 만들어 오디오의 깊이를 전문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공간 곳곳에서 핀 율의 가구와 임스 체어, 바르셀로나 체어, 로 체어 등 명품 의자에 앉아 음악을 감상할 수 있고 사진작가 김희원의 웅장한 창문 작품들이 벽에 걸려 있어 시공간을 넘나드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지상의 공간과 달리 지하는 커다란 라운지 형태인데, 작은 바를 만들어 음료나 술을 즐길 수 있고 한쪽에는 피아노 라운지가 있어 살롱 음악회를 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드의 백미인 돌비 애트모스 Dolby Atmos가 구현되는 VIP 시네마룸이 있는데 임스의 라운지 체어가 10개 놓여 있을 뿐 아니라 벽면에는 건강에 좋은 편백나무 마감재를 사용해 풋풋한 자연도 만끽할 수 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 ‘시’는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가 가져다주는 잠깐의 여유는 하던 일을 멈추고 사색에 잠기게 하는 여유를 준다. 오드는 그런 ‘느림’을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어느 책에서 읽었던 평론가 성시완의 말이 생각났다. “이 조그마한 지구에 이렇게 무수히 많은 음악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머리가 수그러진다. 음악은 저 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처럼 헤아리기가 불가능하다. 더구나 우리 눈에 보이는 별보다 감춰진 별들이 더 많다. 언젠가 여러분도, 나도 그중에 일부만을 듣고 이 지구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8,9
4층 카르마룸 입구의 클래식한 공간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김희원 작가의 사진 작품을 벽에 걸어 공간의 끝을 알 수 없이 연장된 듯 보인다. 10 3층 스타인웨이 링도르프룸은 야외 데크 공간과 이어진다. 바르셀로나 체어와 팬톤 체어가 놓인 무대 앞으로는 스타인웨이 링도르프의 시스템 C, 시스템 S가 세팅되어 있다. 11 버메스터룸의 청음실에서는 앰프 Burmester909, Burmester 808 mk5, 소스  Burmester 111 Network Player, 스피커  Burmester B100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12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풍기는 1층 OMA룸에는 김희원 작가의 사진 옆으로 OMA 미니 스피커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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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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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 담은 세상

접시에 담은 세상

접시에 담은 세상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에서 개최된 전에서 도자 작가 몰리 해치를 만났다. 국내에서는 테이블웨어 작업으로 잘 알려진 그녀는 직접 빚고, 핸드 페인트한 접시를 한데 모아 벽면에 설치, 전혀 다른 오브제를 탄생시키는 독특한 시선을 지닌 작가다.


전시는 작가의 성정을 가늠하는 리트머스시험지와 같다. 오랜 시간 자신의 길을 조응해온 작가의 세계가 전시장이라는 한 공간에 응축되며 수많은 이들에게 다층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도자 작가로 잘 알려진 몰리 해치 Molly Hatch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가졌다. 지난 8월 9일,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에서 개최된 그룹전 전에 참여했으며, 건축재로써의 타일이 아니라 타일에 내재된 다양한 속성이 오늘날 작가들에 의해 어떻게 구현되는지 천착해보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녀는 개성 있는 설치 작업을 선보이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사실 몰리 해치는 국내에서 테이블웨어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테이블웨어 브랜드 트위그 뉴욕과의 협업을 통해 꽃과 새 등 손맛이 느껴지는 그림이 담긴 식기 시리즈를 선보이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순수미술을 전공했어요. 여름방학 때 우연히 도자 수업을 수강한 것이 계기가 되어 도자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제게 있어 도자와 페인팅은 어떤 한쪽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창작 도구예요. 아름다운 모양으로 도자를 빚고, 그 위에 갖가지 무늬로 핸드 페인트를 하는 것이 주된 작업이죠. 페인팅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요즘은 빈티지 패브릭의 문양에서 영감을 얻곤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몰리 해치는 핸드 페인트한 접시를 여러 개 모아 벽에 걸어 하나의 오브제를 만드는 독특한 설치 작업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다층적인 작업 세계를 과감하게 펼쳐 보였다. 붉은색의 안료로 화려하게 그린 꽃무늬 접시 여러 개를 벽면에 일정한 배열을 따라 붙여놓으니 서로 연결감을 띠면서 하나의 거대한 꽃밭으로 변하는 ‘리사이트 Recite’, 각기 다른 문양의 접시를 동그랗게 한데 모으면 신화적인 풍경이 되는 ‘프라고나르 콴드 온 에임 Fragonard Quand on Aime’ 등 그녀의 작업은 독특하고 흥미롭다. 하나하나 그림을 그려 넣은 접시들을 그룹 지어 모아놓았을 뿐인데 멀리서 보면 거대한 회화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났다. “도자와 회화를 접목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도자 접시를 캔버스로 활용해보자는 것이었죠. 무늬가 없는 흰색 도자 접시를 원하는 크기로 늘어놓으면 딱 제가 원하는 크기의 캔버스가 됐어요.” 하나씩 분리하면 각기 문양이 있는 일반 접시가 되고, 한데 모으면 벽면을 장식하는 거대한 오브제가 되는 이중적인 매력을 지닌 몰리 해치의 설치 작업은 일찌감치 미술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등 유명 미술관에서 협업을 요청해왔으며, 현재 미국과 유럽의 유명 미술관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2,3 물레를 돌려 접시를 만든 다음 접시를 벽에 캔버스처럼 펼친다. 그리고 그 위에 페인팅을 하는 것이 작업 순서. 4 접시를 모으니 말을 타고 사냥을 가는 풍경이 그려졌다. 5 도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를 개최하는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 전경. 6 전시 오프닝 현장에서 몰리 해치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7 몰리 해치의 유명작인 ‘리사이트’. 접시 뒤쪽으로 진한 핑크색을 칠해 흰 벽에 붙여놓으면 붉은빛이 반사된다. 8 접시에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안료들. 9 뉴욕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에 몰리 해치가 가구 작가인 남편, 7살  딸과 함께 사는 집이 있다.

 

몰리 해치는 언제나 남들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결과를 작품에 담고자 노력해왔다. 똑같은 풍경을 봐도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내고, 이것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때 그녀는 작업의 즐거움을 느낀다. 얼마 전부터 몰리 해치는 벽지와 패브릭을 디자인하며 작업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풍경, 마음을 흔드는 무늬의 패브릭, 앤티크 식기 등 일상에서 찾아낸 소박한 것들을 작업의 주된 소재로 삼는 그녀는 이것들에서 느낀 감흥을 접시 등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소재에 담아낸다. “저는 사람들을 압도하는 드라마틱한 작품보다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벽지와 패브릭 등 리빙과 관련한 제품을 만드는 것에 눈을 뜨게 됐어요.” 몰리 해치는 뉴욕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가구 작가인 남편과 일곱 살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손수 만든 식기와 직접 디자인한 벽지 등을 활용해 아늑한 분위기로 연출한 공간에서 요리하고 정원을 가꾸는 등 일상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보다 다양하게 펼쳐질 그녀의 작품과 앞으로 적극적으로 작업하게 될 리빙 제품에 고스란히 담길 것이다.

 

 


10,13 가마와 각종 미술 도구가 놓인 작업실 전경. 이곳에서는 갖가지 샘플 작업이 주로 이루어진다. 11 손맛 나는 그림으로 가득한 몰리 해치의 식기 시리즈. 국내에서는 트위그 뉴욕과의 협업 제품을 만날 수 있다. 12 몰리 해치의 아늑하고 소박한 분위기의 집. 몰리 해치는 집에서 닭을 키우고 가드닝을 하며 종종 요리하는 하루하루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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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국, Emily Bi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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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으로의 초대

별장으로의 초대

별장으로의 초대

패션계에서 뛰어난 감각쟁이로 알려진 바네사 트라이나가 최근 뉴욕 햄튼에 호화로운 집처럼 꾸민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1 미국 디자인 스튜디오 아틀리에 드 트룹 atelier de troupe의 조명. 2 영국 브랜드 케이멧 kaymet의 금속 트레이. 

 

모델 겸 스타일리스트 바네사 트라이나 Vanessa Traina의 토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더 아파트먼트 바이 더 라인 The Apartment by The Line’이 뉴욕 햄튼의 아마겐셋 Amagansett에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우아하면서도 지극히 모던한 기존 뉴욕, LA에 자리한 더 라인 매장과 달리 이번 팝업 스토어는 바네사가 꿈꾸는 비치 하우스에 그녀만의 정제된 취향으로 엄선한 여름 의류와 가구, 생활 소품으로 채워졌다. 팝업 스토어에 있는 모든 제품은 완벽한 하나의 집처럼 자연스럽게 연출되어 마치 그녀의 별장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을 준다. 특히 이번 스토어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더 라인에서 론칭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텐포드 뉴욕 Tenfold New York의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과 패션, 인테리어 디자인, 웨딩까지 망라하는 라이프스타일 컨설팅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퍼스널 쇼핑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팝업 스토어는 뉴욕의 여름이 끝나는 9월 말까지만 운영하니 참고할 것.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6시까지다. 

add 154 Main St, Amagansett, NY 11930 tel +1-(631)-528-7236 

web www.the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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