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세운상가는 건축가 김수근의 아쉬움이었다.
잠실주경기장 등을 건축하며 현대 건축의 선구자로 불렸던 그였지만, 세운상가는 정책적인 이유와 맞물려 급히 착공됐기 때문이다. 물론 세운의 전성기도 있었다. 한때는 “거기 가면 미사일이나 탱크도 만들어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내 최대의 종합 가전제품 상가로 추앙받았다. 상층부 아파트에는 고위 공직자와 연예인 등이 입주하며 부유층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던 것이 1977년, 도심 부적격 업종으로 지정되며 많은 가게가 용산전자상가로 강제 이전되었고, IMf를 마주하며 서서히 몰락했다. 4년 전에는 해방 후 최악의 건물을 묻는 설문 조사에서 18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그런 세운상가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다시-세운 프로젝트’로 새 옷을 입었다. 그 1단계는 세운상가와 대림상가를 연결하고 약 1km에 이르는 공중 보행로를 만들었다. 청년 스타트업 · 메이커, 시민을 위한 공간도 들어섰다.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의 전담 엔지니어인 이정성씨 등 세운의 기술 장인 16인을 선정하여 입주 기업과의 협업도 노렸다. 상가에 새롭게 입점한 청년 사업가들은 상가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낮에는 다방, 저녁에는 살롱으로 운영되는 그린다방은 1970년대 대림상가에서 유명했던 다방을 살려 꾸민 곳이다. 런던케이크와 호랑이커피, 돌체브라노 등의 카페에서는 다양한 디저트와 음료를 판다. 세상의 기운을 모은다는 이름처럼 다시-세운 프로젝트는 다시 날개를 펼 수 있을까? 지금 세운은 그 시작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