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에서 한때 트렌디한 카페의 대명사였던 카페 ‘플라스틱’의 운영자를 거쳐 이제는 그녀만의 안목으로 작가의 작품을 선정해 소개하는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의 대표가 된 조은숙. 의식주 전반에 걸쳐 깊은 내공을 지닌 그녀를 만났다.
주목해야 하는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나 트렌드는? 화분 하나라도 집 안에 들이는 것이 일상이 되고 있다. 또 자연을 찾아 가까운 곳으로, 먼 곳으로 떠나는 이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좋은 디자인의 조건은 무엇인가? 마치 자연처럼 아무런 디자인을 하지 않은 것이 좋은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뭔가를 인위적으로 더하지 않는다는 게 정말 어려운데, 그렇기 때문에 그런 디자인을 봤을 때 ‘좋다’고 느낀다.
가장 아끼는 물건은? 은 소재의 제품을 워낙 좋아한다. 특히 빈티지 은 커틀러리는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화려하다기보다는 귀엽게 느껴져서 좋다.
작가를 선정하는 데 기준이 있다면? 작품을 선택하는 일은 어떻게 보면 참 추상적인데, 나의 미감과 그 작가의 미감이 통하는지, 같은 것을 추구하는지를 본다.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
카페 플라스틱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 플라스틱 카페는 참 좋아했던 일이었다. 그만두는 날까지 매일 아침 무대에 극을 올리듯 애정을 갖고 돌봤고 지속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이 중요해서 계속하고 싶었다. 하지만 살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더라. 아쉬운 마음이 남아 있다. 의식주 분야를 모두 거친 이로서 최근의
라이프스타일 흐름은 어떠한가? 이제는 의식주가 같이 움직이는 시대다. 예전에는 비싸면 좋은 것이었고, 그것이 곧 내 취향이라고 착각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런 시절도 지났다. 브랜드 마니아가 많다는 것은 불행한 일 아닌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때다.
조은숙의 테이블 세팅과 손님 접대는 멋스럽기로 유명하다. 비결이 무엇인가? 늦게 오는 이들을 배려해 간단하게 차나 샴페인을 마시면서 곁들일 수 있는 고구마나 떡 등을 웰컴 테이블에 내놓곤 한다. 이렇게 손님을 맞이하는 호스트로서 배려와 환영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 기본이다.
구체적인 테이블 연출 팁을 공개한다면? 매끈한 연설보다는 어눌하지만 위트 있는 연설이 매력적이듯 너무 과한 데커레이션은 감동이 없다. 현재 갖고 있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한데 여의치 않다면 화단에 보이는 작은 조약돌이나 예쁜 나뭇잎을 주워서 간단한 연출을 할 수도 있다. 식사 자리에는 향 때문에 꽃보다는 녹색 식물 소재를 선호하고 초를 켜두는 것도 분위기를 돋우는 데 제격이다.
요즘 라이프스타일을 보며 회의적인 부분이 있나? 주위를 보면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하는 일이 드물다. 한때는 외식이 부의 상징이었지만 결국 집에서 모이는 일이 생겨야 한다. 그래야지만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 나만의 집과 취향이 생기고 공간에 애정도 생긴다. 초대 문화가 먼저 발전해야 진정한 리빙 문화를 꽃피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초대가 아니어도 좋다. 집에서
하는 간단한 차 한잔부터가 시작이다.
지성과 문화적인 감성을 기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시시콜콜한 얘기보다는 서로 배울 수 있는 대화를 즐긴다. 여행도 자주 하는데, 여행만큼 다양하고 많은 사람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없어서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