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끊임없이 사람을 끌어들인다. 전통적인 문화 유적지가 없다면, 아트페어를 개최하거나 뮤지엄을 지어 미래의 문화 도시를 선점할 수도 있다. 그 경쟁의 격전지에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진 곳이 바로 아부다비다.
루브르 아부다비 미술관의 개관 1주년. 여기에 더해 아부다비 아트페어의 10주년이 겹치는 겹경사를 축하하기 위해 전 세계 컬렉터와 예술 애호가가 아부다비로 모여들었다. 이안아트컨설팅은 아부다비 아트페어의 한국 VIP 전담을 맡아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유럽에서도 여러 컬렉터 그룹이 참여해 글로벌 네크워크의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VIP를 위한 세심한 프로그램도 대단했다. 루브르 아부다비 미술관이 문을 닫은 저녁 특별 입장이 진행됐고, 전문가의 작품 해설과 함께 바다가 보이는 루브르 정원에서의 디너 파티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클리브랜드 병원과 함께 설립한 아부다비 클리브랜드 병원 분관을 방문해 아트페어에서만 보던 이슬람 현대예술가의 작품이 실제 공간에서는 어떻게 설치되고 전시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으며 두바이 알세칼 애비뉴를 방문해 갤러리 나아티르를 즐기며 작가와의 만남 등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로 알아인 Al Ain 투어다. 알아인은 과거 오아시스가 있던 지역으로 에미레이트항공을 타면 나오는 식수 브랜드 이름이기도 하다. 이곳을 탈환하려는 전쟁도 숱하였던 바, 과거부터 알아인을 지켰던 높은 요새는 이제 문화자원으로 남아 있다. 알아인은 오아시스 터와 요새 등 역사적 유적지를 복합문화센터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특히 아부다비 아트페어와 손잡고 각각의 장소에 대규모 장소 특정적인 작품을 설치했다. 임란 퀘레시 Imran Quereshi와 모아타즈 나스르 Moataz Nasr의 거대한 설치 작품 덕분에 아부다비 아트페어는 단순한 미술 시장이 아니라 비엔날레 못지않은 규모를 보여줬고, 덕분에 이슬람 예술을 지역적 맥락과 함께 보여주는 입체적인 플랫폼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화룡점정은 아부다비 전 국무장관이자 루브르 아부다비를 유치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자키 누세이베의 알아인 별장을 공개한 것이다. 30년간 작품 대여에 무려 1조원이 투자되는 루브르 박물관 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군사력이나 경제력 못지않게 중요한 미래의 힘으로 ‘소프트 파워’를 강조하며 아부다비의 변화를 이끈 인물이다. 그의 큰딸 라나 누세이베는 유엔 UAE 대사이고, 둘째 딸 디알라 누세이베는 아부다비 아트페어의 총괄 디렉터다. 과연 그의 별장에는 수많은 책과 작품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의 아이디어와 사상이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제한 구역조차 없이 그의 집 구석구석을 낱낱이 공개한 것도 놀라웠다.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는 아마도 30년 이내에 빛을 발할 것 같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사막의 왕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라지고 그들의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고 타자의 문화를 수용하는 시선으로 우리도 점점 바뀌어갈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