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도시는 다름 아닌 서울이다. 그 서울을 16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눠 면밀히 살펴보았다. 지금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것들, 서울의 트렌드 말이다.
09 환경을 대비한 가전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공기로 청정 기능을 하는 가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ditor 원지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청소기,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해도 충분했다. 하지만 급격히 악화되는 공기로 인해 이제는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등 실내 공기의 질을 책임지는 세컨드 가전 없이는 불안할 정도다. 최근에 있었던 LG 트렌드 세미나에서는 청정 공기에 대한 주제가 대두되기도 했는데, 가정집 현관에 의류관리기, 청소기, 공기청정기 등을 둬 청결을 책임지는 일종의 ‘클린 현관’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 바깥에서 묻어온 각종 미세먼지와 세균을 현관에서 미리 제거하고 들어간다는 취지였다. 마치 연구실에 들어가기 전 소독을 거치는 클린룸이 연상돼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미세먼지가 심한 날 칼칼해지는 목 상태를 떠올리면 그리 나쁘지 않은 대안 같기도 했다. 또한 단지 내 조성된 공원에 공기 정화 시스템을 설치해 미세먼지 농도를 감소시키고 사물인터넷을 접목해 집 안의 미세먼지를 자동으로 환기시킨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점점 더 공기는 악화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가전이 늘어나고 있다. 최첨단 기술에 놀라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10 사진 찍으러 가는 카페
요즘은 어디가 가장 핫하지? 가보고 싶은 카페를 고르는 기준으로 카페에서 판매하는 음료와 디저트의 맛도 중요하지만 인스타그램 속 멋스러운 인테리어를 담은 인증샷을 먼저 확인하고 찾아가는 추세다. 현재 가장 빠르게 트렌드를 따라가는 곳이 카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카페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너도나도 재빠르게 ‘가오픈’ 기간 중인 카페에 들러 인증샷을 남기려는 이들만 봐도 말이다. 이제 카페는 커피만 마시러 가는 곳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진화하고 있다. 맛과 인테리어를 모두 사로잡은 서울의 카페 5곳을 들여다보자. editor 원지은
@003archive 미래형 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003 아카이브’. 그간 보지 못했던 독특한 형태의 가구와 네온빛 등 독창적인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3D 프린팅을 활용해 만든 가구나 1990년대 이케아 빈티지 가구 등 소재감이 남다른 것들로 꾸며 그래픽적이고 개성 강한 카페로, 이른바 힙스터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hi_thatcoffee 신촌에 이제 갓 오픈한 ‘댓 커피 로스터스’는 대표가 손수 짓고 가꾼 오래된 산장을 모티프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산장 특유의 따뜻한 감성으로 추운 겨울 꽁꽁 얼어붙은 몸이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 같은 분위기가 정겹다. 인적이 덜한 신촌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이곳은 천장을 유리로 마감해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데, 산골 산장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cafe_search_hall 연남동의 루프톱 카페 ‘서치홀’은 독특한 외관에서부터 눈길을 끈다. 1층은 카페, 2층은 이곳을 디자인한 디자인 투톤의 스튜디오, 3층은 루프톱으로 운영된다. 전체적으로 크림 톤의 베이스에 도형미가 돋보이는 가구와 유니크한 오브제가 조화를 이뤄, 흔히 말하는 ‘인스타 감성’ 사진을 담기에 완벽하다. 베이지 색상의 천연석 트라버틴으로 마감한 바 카운터와 금속이나 세라믹 등 소재와 은은한 색감에 집중한 인테리어를 감상할 수 있다.
@eert_eeffoc 성수동의 핫 플레이스 ‘이이알티 Eert’는 Tree를 거꾸로 한 이름으로 푸릇푸릇한 식물과 정원, 넓은 창밖으로 보이는 공원 뷰가 한데 어우러져 도심 속 작은 쉼터가 되어준다. 카페 내부에 일본 전통 모래 정원인 가레산스이를 만들어 일본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인테리어에 못지않은 독특한 메뉴 또한 주목할 만하다. 3단으로 이루어진 벤토 박스를 판매하는데, 가벼운 식사가 될 수 있도록 메인부터 디저트까지 구성되어 있다. 메뉴는 계절에 맞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만든다고 한다.
@woody_zip 나무를 뜻하는 ‘우디 Woody’와 ‘압축 Zip.’을 의미하는 ‘우디집’은 나무와 목재를 사용해 따뜻하면서도 예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대리석의 모던함도 좋지만 공장에서 가공한 듯한 차가운 느낌보다는 오래 머무르고 싶은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음료와 디저트 역시 이곳의 우드 톤에 맞춰 그린과 브라운 계열로 선보여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지도록 신경 썼다.
11 갤러리 밖으로 나온 작품
갤러리가 아닌 상업 공간에서 찾은 작가의 작품은 더 이상 멀리 떨어져 바라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대중의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다. editor 원지은
작가의 작품으로 인테리어를 완성한 상업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가구나 소품 하나를 들이더라도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이 아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문화 때문일까? 작가의 작품은 대중적인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바꿔준다. 카페 겸 와인바 에세테라의 공간 기획부터 가구 디자인까지 맡은 서정화 작가는 돌과 금속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해 형태와 구조에 집중한 작업물을 만들어낸다. 서정화 작가에게 대중화란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며, 특히 상업 공간에서의 작가 작품은 더욱 폭넓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공적 기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한식 레스토랑 소설 한남은 한국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으로 천장과 창을 통해 은은한 빛이 들어와 서정적인 분위기를 낸다. 레스토랑이지만 갤러리 같은 느낌을 주는 이곳은 작가의 작품으로 가득하다. 이상민, 신현호 작가의 크래프트 브로와 도자공예가 노기쁨, 금속공예가 김현성의 작품으로 레스토랑이 주는 맛에 멋까지 더했다. 이상민 작가의 말처럼 앞으로도 더욱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삶을 바라본다.
12 새로운 술을 찾아서
최근 술 시장의 트렌드는 바로 맛의 다양성이다. editor 문은정
술을 취하기 위해 마셨던 시대는 가버린 지 오래다. 요즘 서울의 술꾼들은 희소성 있고도 퀄리티 높은 맛을 찾아 헤맨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내추럴 와인이다. 최근의 와인 시장은 컨벤셔널 와인에서 내추럴 와인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맛있어서 그래요. 고추장이나 된장 같은 우리나라의 발효 음식이랑 비슷한 원리예요. 술은 발효를 통해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결과물을 먹는 거잖아요. 시중에서 멸균, 살균 처리한 것을 먹는 것보다 당연히 맛있죠.” 내추럴 와인 수입사 다경의 진정훈 대표가 설명했다. 특히 맛있는 산미에 대한 지속적인 트렌드도 내추럴 와인이나 사워 맥주 같은 술의 인기에 힘을 보탠다. 희소성에 대한 사람들의 꾸준한 탐구는 점점 몸집을 키워가는 크래프트 맥주,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위스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전통주 시장에도 향하고 있다. 특히 ‘전통 주점’이라는 타이틀을 단 곳에서만 맛볼 수 있던 전통주는 주류 리스트에 다양성을 더하고자 하는 바나 각종 레스토랑에서도 손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아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요즘에는 전통주가 온라인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거든요. 네이버 전통주 윈도우에서 1위를 달리는 술은 바로 복순도가예요. 한 병에 1만원이 넘지만 인기가 좋아요. 사람들이 이제는 가격에 대한 저항이 많이 없어졌어요. 막걸리를 싼 것과 비싼 것으로만 구분하던 것에서 이제는 좋은 재료를 써서 제대로 발효시키고 고급화한 술을 선호하는 거죠.” 전통주를 토대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대동여주도의 이지민 대표의 설명이다. 해외 여행이 일반화되고 사람들의 경험이 다채로워짐에 따라 미식 수준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서울의 주류 시장이 날이 갈수록 풍요로워지는 이유다.
13 Mystery North Korea
세상에서 유일하게 갈 수 없는 나라. 북한은 지금 서울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다. editor 문은정
인간은 근본적으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니고 있다. 최근 진행된 LG 트렌드 세미나에서는 2018년도 트렌드 중 하나로 ‘감춰진 문화에 대한 낯선 매력’을 꼽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만큼 미스터리한 곳이 또 있을까. 코 닿을 듯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거리는 지상 최대로 떨어져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수줍은 미소를 나누던 순간, 우리는 부질없는 희망에 불을 지피게 되었다. 단순히 ‘냉면국’으로 치부되던 북한으로의 여정을 꿈꾸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간 빨간 선전물로 학습해온 북한에 대한 정보는 무척이나 얕고도 편파적이다. 영국인 수집가 니콜라스 보너는 그런 북한을 무척이나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아 흥미를 끌었다. 그의 책을 통해 엿본 북한의 거리는 감각적인 소비에트 Soviet 스타일을 연상시켰으며 차분한 도시 분위기와는 대조되는 알록달록한 그래픽과 패키지 디자인, 위트 있는 문구(아마 그들은 상당히 진지하겠지만)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북한 음식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옥류관 출신의 윤종철 셰프가 운영하는 동무밥상이나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에서 만든 능라밥상처럼 탈북민들이 차린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 또한 최근 프랜차이즈 업체인 놀부와 전통주로 유명한 월향이 손을 잡고 북한 가정식을 주제로 한 체인점 ‘료리집 북향’을 오픈한 것은, 북한 음식의 대중화가 그리 먼 일이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기회가 있어 어떤 음식이 그들의 일상식인지 들어도 보고, 맛도 볼 기회가 있었어요. 복잡해진 남쪽의 음식보다 담백한 맛이 좋더라고요. 특히 김치가 그랬어요.” 동병상련의 박경미 대표는 자신이 경험한 북한 음식에 대해 설명하며, 꼭 맛보았으면 하는 북한 음식으로 두부밥을 추천했다. 두부를 튀긴 뒤 속을 갈라 밥을 넣고, 겉면에 양념장을 발라 먹는 것으로 남쪽으로 치면 김밥 같은 것이다. 또한 그녀는 “북쪽의 정보가 오랫동안 차단되긴 했지만 원형을 많이 해치지 않고 유지된 음식이 많아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도감은 있어요. 하지만 식생활이 남쪽과 아주 많이 변화되었기에 서로 식공감을 나누는 것은 시간이 좀 필요하리라 봅니다”라며 말을 덧붙였다.
14 차이니스 르네상스
중식은 요즘 세련된 옷으로 갈아 입는 중이다. editor 문은정
살짝 과장을 보태자면, 중식은 마치 한식의 한 카테고리처럼 일상과 밀접한 음식이었다. 굳이 비교 대상을 찾는다면 치킨을 들 수 있겠다. 타국에서 왔지만, 마치 한식처럼 한국인의 DNA에 깊게 뿌리 박힌 음식. 그런 중식이 세련된 옷으로 갈아입고 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차이니스 다이닝이 인기다. 소위 트렌드세터라는 이름표 를 단 힙스터들은 요새 중식을 먹는다. 주된 이유는 ‘재미’다. 친숙하게 즐겨왔던 중식이라는 메뉴가 세련된 다이닝과 만났을 때의 충격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중식이라는 카테고리는 어릴 적부터 가장 편하게 즐겨왔던 외국 음식이었죠. 세련된 공간의 다이닝바 또한 몇 년 사이 많이 보이고 있는 레스토랑의 트렌드인데요. 이 중식과 다이닝이 만나면서 만들어내는 세련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 같아요.” 덕후선생의 브랜딩을 맡은 신금호 팀장의 설명이다. 근래 서울에 오픈한 차이니스 다이닝은 그 종류만 해도 다양하다. 사천 음식을 컨셉트로 한 차이니스 다이닝바 레드문과 글래드 호텔의 리마장82에서는 바이주를 재해석한 색다른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홍콩 모트82와의 협업으로 오픈한 레스케이프 호텔의 팔레드 신에서는 중식 파인 다이닝을 선보이며, 마치 영화에 나올 법한 분위기의 다이닝 공간인 덕후선생에서는 묘이면, 백산육처럼 살면서 단 한번도 보지 못했을 법한 색다른 중식을 내놓고 있다. 생각해보면 중국은 우리나라와 인접한 나라임에도, 음식과 주류의 다양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큰 대륙에 짜장면, 짬뽕, 탕수육만 있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차이니스 다이닝은 서울뿐 아니라 세계적인 트렌드다. 어찌 보면 중식은 점점 커지는 자국의 국력에 따라 새로운 도약을 도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위기감 따위는 느낄 필요 없다. 우리는 점점 다채로워지는 미식 신을 그냥 즐기면 되니 말이다.
15 1인 환경운동가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1인 환경운동가들이 많아졌다. 일상에서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습관은 더욱 다양해진 관련 제품 덕분에 가능해졌다. editor 신진수
친환경, 공정무역, 동물복지 키워드는 오래전부터 언급되었지만 이제는 마음속으로 다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할 때다. 최근 들어 각종 환경 규제로 대부분의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있으며,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가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런 변화를 견인할 수 있었던 데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친환경 제품이 큰 역할을 했다. 성수동에 위치한 더피커는 포장이 없는 가게인 독일의 오리지널 언페어팍트에서 영감을 얻은 곳으로, 포장을 최소화하고 있다. 곡물이나 식재료는 생분해되는 용기에 담는다. 한 켠에는 스테인리스 빨대, 분해되는 고무로 만든 요가 매트, 생분해되는 플라스틱 포크 등 당장 구입해서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에코 제품이 가득하다. 더피커뿐만 아니라 살충제 달걀, 구제역 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 또한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던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 동물복지를 생각한 달걀 등을 마트나 코스메틱숍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고, 이를 내세워 마케팅을 하는 브랜드도 많아졌다. 예전에 인터뷰를 했던 <오보이> 매거진 김현성 편집장은 이렇게 말했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자연과 동물을 생각하는 게 말이 되냐고 묻는 분들이 있죠. 하지만 확실한 건 주변 환경과 동물을 생각하는 나라가 사람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는 거예요.” 더 많은 이들이 1인 환경운동가로 활약할 날을 기대해본다.
1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에서 방목한 닭이 낳은 유정란 ‘올가 반숙 통통란’.
2 아마존 고무나무에서 채취한 천연고무, 유기농 목화와 코코넛 섬유 등으로 만드는 ‘베자 Veja’ 운동화.
3 100% 야자나무 잎으로 만든 접시로 전자레인지, 오븐, 냉장고, 냉동실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본플라 제품으로 더피커에서 판매.
4,6 대나무 빨대와 생분해되는 커틀러리는 모두 더피커에서 판매.
5 완제품에 대한 동물실험이 설립 이래 단 한번도 없었고 원재료에 대한 동물실험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러쉬의 컨디셔너 ‘베가니스’.
16 노포여 영원하라
이제 더이상 노포를 아저씨들 전유물이라 할 순 없겠다. editor 문은정
중장년 남성으로 빼곡했던 허름한 식당에 스트리트 패션으로 치장한 젊은이들이 출몰할 줄이야. 소위 아저씨 문화로 여겨지던 노포가 잔잔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에디터는 그 원인을 유행의 반작용에서 찾았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3년을 채 버티지 못하는 서울의 요식업 시장은 단순히 소비되고 있었다. 일본의 장인 같은 마인드로 수십, 수백 년을 꿈꾸는 곳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식당 주인만을 탓할 수도 없다. 아무리 공들여 준비해도, 유행에 민감한 서울 사람들은 금세 새로움을 식상함으로 치부해버리기 일쑤니 말이다. 결국 컨셉추얼하면서도 자극적이며 인스타그래머틱한 음식으로 한탕을 노리는 곳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요식업이 로또가 된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사람들은 이렇게 자극적인 맛의 재미를 즐기는 동시에 피로를 느낀다.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저장해놨던 아름다운 음식은 정작 얕은 깊이에 실망하는 일이 부지기수고, 새로 오픈했다고 하여 가보면 뻔뻔하게 카피해놓은 메뉴만 즐비하다. 하지만 노포는 탄탄하다. 맛은 기본이요, 시간의 흐름을 따라 수많은 사람들의 검증을 거치며 탄생시킨 고유의 색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시간이 빚어낸 맛을 먹으며 진정한 문화를 느낀다. 최근 유행하는 뉴트로(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단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도 노포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저녁 약속이 있으면 90% 이상은 노포를 찾는다는 정동현 푸드 칼럼니스트는 노포의 인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패션에서 레트로 룩이 유행하는 것처럼 유행은 돌고 돌죠. 식음 산업에 있어서도 그런 사이클이 돌아온 거예요. 1990년대, 마이크로 플레이팅으로 대변되던 럭셔리 프렌치가 유행이었다가, 21세기에 이르러 덴마크 노마와 같은 자연주의로 레스토랑 신이 바뀐 것과 비슷한 흐름이죠. 물론 불경기이다 보니 사람들이 더욱 친숙하고 익숙한 것을 찾게 되는 경향도 큰 몫을 한 것 같고요.” 물론 노포가 무조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이웃인 일본과 비교했을 때 노포의 역사가 길지 않은 나라다. 서울 아니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노포가 1904년에 오픈한 이문 설렁탕이니, 고작 100년 남짓한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노포도 미래를 생각해야 하고, 그렇다면 마냥 정체되어 있을 수는 없다. 서비스나 위생, 화장실 같은 기본적인 환경이 개선돼야 할 것이고, 전통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려는 시도도 분명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