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옷을 입고 젊어진 홍콩. 이유 있는 홍콩 예술 시장의 성장과 흥행은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아트바젤 홍콩 덕분에 지난달 홍콩은 뜨거웠다. 2008년 시작된 짧은 역사의 홍콩 아트페어는 2013년 스위스의 아트바젤페어가 인수하며 이름을 ‘아트바젤 홍콩’으로 바꾸고 올해로 7회를 맞이했다. VIP 카드 소지자만 참여할 수 있는 개관 첫날부터 몰려드는 인파가 심상치 않았는데, 이번 아트바젤 홍콩은 입장객 8만8000명이라는 역대 최다 방문객 기록과 쏠쏠한 판매 효과를 거두며 화려하게 마감했다. 한국에서도 수많은 방문객과 다수의 갤러리가 아트바젤 홍콩, 아트센트럴, 호텔아트페어, 옥션 등 다수의 예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할리우드 로드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 비보 Bibo는 예술 작품으로 연출한 인테리어 덕분에 3월이면 예술가들의 성지가 되어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될 정도다. 이처럼 홍콩의 모든 비즈니스는 이제 예술과 함께 성장할 기회를 꿈꾸고 있다. 덕분에 아트페어 안팎으로 예술적인 협업이 곳곳에서 펼쳐졌고 새로운 전시 공간에 대한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홍콩은 몰려드는 예술 애호가를 수용할 공간을 문화재생 산업에서 찾고 있다. 올해 아트바젤 시즌의 인기 스타로 떠오른 ‘카우스 Kaws’의 전시가 개최된 PMQ는 100년이 넘은 경찰기숙사 건물을 개조한 것으로, 신진 디자이너 및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활용 중이다. 아트바젤 기간에 항상 흥미로운 특별전이 열리는 곳으로, 올해는 이 건물 6층에 자리 잡은 한국문화원도 서승원을 비롯한 한국 작가 5인을 소개하는 개관 1주년 특별전이 열렸다. 제임스 터렐 특별전을 개최한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1860년대 지은 영국군의 탄약 제조 창고를 개조한 건물에 있는데,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지그재그로 지은 건축물이 인상적이다. 한편, 올해 새롭게 주목할 만한 장소로 떠오른 곳은 170년이 넘은 옛 경찰서이자 감옥을 헤르조그&드 뫼롱이 재건축한 타이쿤 Tai Kwun이다. 지난여름 개관했으니 매해 3월에 홍콩을 방문하는 아트 피플에게는 새로운 장소였다. 이 ‘새로운’ 타이밍을 놓칠세라 루이비통은 디자이너들과 함께 가구 전시회를 열었고 이곳에서 갤러리들이 연합으로 한국 작가 ‘이불’을 위해 파티를 열기도 했다. 타이쿤에 자리 잡은 JC Contemporary 미술관에서는 상시 현대미술 전시를 소개하며 서구룡 지구에 구축 중인 M+와 함께 홍콩의 예술계를 이끌어나가는 ‘핫플’로 떠오를 조짐이다. 상설문화기관을 보유하게 되면 아트페어가 열리는 3월만이 아니라 거대한 예술 행사를 상시 개최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홍콩이 영어가 통용되고 면세 정책을 쓰기 때문에 아시아의 미술 시장으로 운 좋게 낙점 받았을 뿐이라는 그간의 오명을 씻을 기회다. 앞으로도 홍콩은 아트페어와 옥션을 더욱 성황리에 진행하며 아시아 예술의 주최국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나날이 젊어지는 홍콩, 예술과 함께하는 이곳의 시간은 거꾸로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