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미관이나 건축에 관심이 많다.
넓게 보면 공공미술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굳이 갤러리나 미술관을 찾지 않아도 작품을 즐길 수 있어서 매력적인데다 어떤 조건에도 상관없이 모두에게 열려 있고, 살아가는 환경의 질 또한 높아지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광화문 <동아일보> 미디어센터에 설치한 다니엘 뷔런의 ‘한국의 색, 인 시튀 작업 Les Couleurs au Matin Calme, Travail in Situ’은 공공미술의 관점에서 꽤 고무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이 대단히 멋있거나 개인적인 취향에 맞아서라기보다는 삭막한 광화문 일대의 표정이 조금은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쯤 쳐다보면서 어떤 작품인지 궁금해하며 찾아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잠시라도 즐거울 수 있다면 그것이 공공미술의 힘이지 않을까 싶다. 다니엘 뷔런은 저항의 아이콘이다. 그는 프랑스 사회문화 운동이었던 68혁명을 이끌기도 했고, 클래식한 건축물에 파격적인 설치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80세가 넘은 그는 지난 50년간 프랑스의 팔레 루아얄, 그랑 팔레, 루이비통재단 미술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베이징 천단공원, 도쿄 긴자식스, 런던 지하철역 등 세계 곳곳의 기념비적인 건물과 공공장소에 ‘인 시튀’ 작품을 전시했다. 이번 작품에도 ‘인 시튀’라는 표현이 들어갔는데, 이는 장소를 특정적으로 선택해서 선보이는 작품을 의미한다. 건축과 주변 환경을 두루 고려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선보이는 설치 작품이다. 다니엘 뷔렌은 <동아일보> 미디어센터 창문 979개의 안쪽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너비 8.7cm의 8가지 컬러 필름을 제작해 붙였다. 햇빛에 따라, 날씨나 시간에 따라 다채로운 색채를 느낄 수 있는 ‘한국의 색, 인 시튀 작업’은 누구든 감상할 수 있는 도심 한복판의 작품이다. 올바른 언론과 미디어의 역할을 수행하고 주위의 많은 목소리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수용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8가지 컬러로 창문에 나타난다. 동아미디어그룹이 100주년을 맞이해 기획한 이 작품은 2020년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컬러풀한 다니엘 뷔렌의 창문처럼 밝고 유쾌한 소식이 간절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