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지은 라이프스타일 에디터 ‘VARIOUS ANGLES’

원지은 라이프스타일 에디터 ‘VARIOUS ANGLES’

원지은 라이프스타일 에디터 ‘VARIOUS ANGLES’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봄 날씨에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었다. 먼 곳으로 가기에는 시간도 없거니와 체력이 바닥인지라 잠시 콧바람을 쐬러 갈 곳이 필요했다. 갈 곳을 모색하던 중 서울과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천안에도 아라리오 갤러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라리오 갤러리

 

삼청점만 알고 있었는데, 한적한 삼청점과 달리 천안 아라리오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터미널 바로 앞에 위치한다. 이는 부담 없이 갤러리에 들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천안 아라리오에서는 엄태정 작가의 <두 개의 날개와 낯선 자 A Stranger Holidng Two Wings>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박서보, 김환기, 이우환, 유영국 등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작가는 왜 몰랐을까. 엄태정은 한국 추상 조각의 1세대 선구자이자 1967년대 초반 철의 물성에 매료된 이후 지금까지도 금속 조각을 고수하며 재료와 물질을 탐구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7년부터 18년까지 제작된 대규모 알루미늄 신작뿐만 아니라 지난 50여 년간 연구한 다양한 금속 조각과 작품까지 총 50여 점을 선보였다. 알루미늄 판과 철 프레임을 주재료로 수직과 수평, 면과 선의 조형성과 은빛과 검정의 색채 조화 등 서로 다른 물성과 색채 간의 공존과 어울림을 이야기한다. 특히 대형 금속 조각 사이로 건너편의 작업을 바라보면 그 모습이 또 새로워 작품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며 전시를 감상했다. 즉흥적으로 떠난 갤러리 탐방은 매우 만족스러웠고, 새로운 작가에 대해 알게 되어 아깝지 않은 휴일을 보낼 수 있었다.

tel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 041-551-5100

 

천안 아라리오

 

두 개의 날개와 낯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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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BEAUTY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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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를 지닌 고택에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과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이 작품을 내걸었다. 그리고 그것은 진정 ‘한국적인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우리만의 아름다움 말이다.

 

운경고택

운경고택 마당 한켠에 평상을 놓아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게 했다. 대나무로 만든 평상은 하지훈, 눈꽃 패턴의 차양은 장응복 디자이너가 만든 것으로 가구와 패브릭의 한국적인 만남을 엿볼 수 있다.

 

사직단을 끼고 언덕을 오르다 잠시 숨을 고를 즈음 마주 하는 고택이 있다. 바로 운경 이재형 선생이 1953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머물렀던 운경고택이다. 운경 선생은 조선 선조 의 일곱 번째 아들인 인성군의 후손으로, 한국전쟁 후 조상의 체취가 남아 있는 고택으로 돌아와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400년의 시간을 훌쩍 건너 다 시금 자신의 뿌리를 찾아 돌아온 것이다. 선생의 손녀인 운경재단 이미혜 이사는 <차경-운경고택을 즐기다> 전시를 통해 고택의 아름다움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했다. 운경고택의 사랑채에 앉아 텍스타일 디자인을 맡은 장응복, 가구 디자인을 맡은 하지훈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훈 장응복

<차경-운경고택을 즐기다> 전시를 진행한 하지훈, 장응복 디자이너.

 

축하드립니다. 전시 예약이 벌써 마감됐다고 들었어요(인터뷰를 진행한 때는 이른 5월이었고 한 달간 진행된 전시에 총 3000명이 다녀갔다). 장응복 나는 전시하면서 사람들이 안올까봐 걱정이었지, 이런 적은 또 처음이야. 모두 날씨와 한옥 덕분인 것 같아요. 하지훈 작품은 거들 뿐이죠(웃음).

두 분의 작품이 마치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잘 어우러지네요. 운경고택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하지훈 필라델피아 뮤지엄 우현수 큐레이터의 소개로 운경재단의 이미혜 이사님을 만났어요. 우현수 씨가 이사님과 함께 이 공간(운경고택)을 활용할 만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다 저희를 소개시켜주었죠. 장 선생님과는 오래 안 사이예요. 10년 전에 전시를 같이 했었거든요. 장응복 2008년이었나. 제가 상하이 전시에 갔다 하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 연락을 드렸죠. 당시에는 한국에 가구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국제적으로 하시는 분은 거의 없었죠.

한 번 합을 맞춰본 사이라 이번 전시 준비가 더욱 쉬웠을 것 같기도 해요.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했나요? 장응복 얘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진전시켜 나갔어요. 선생님이 가구 다리를 하나 가져와서 작품에 갖다 대보며 이야기하고. 일단 가구가 정해져야 2차 작업을 할 수 있으니 저는 째려보기만 하고(웃음). 준비 기간이 꽤 거룩하게 길었어요. 작년 8월부터 시작했으니까요.

 

운경고택 전시

장롱에 쓰이는 장석을 떼어 패턴화시킨 가구와 한국의 소반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티 테이블은 모두 하지훈의 작품. 여기에 소슬모란 패턴의 한지 벽지로 제작한 장응복의 조명과 패치 쿠션이 함께 장식됐다.

 

장응복 디자이너

국화 그림에서 모티프를 얻어 만든 장응복의 볕가리개.

 

아무래도 공간과의 어우러짐도 많이 고려했을 것 같은데요. 하지훈 고택의 콘텐츠를 생각하며 작업했어요. 그전에 운경 선생이 이곳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듣고 그 스토리를 상상하며 공간을 구성했죠. 예를 들어, 사랑채는 정치를 하셨던 운경 선생이 사람들과 모임을 갖던 곳이었어요. 원래 이 자리에는 청나라풍의 다이닝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는데요(당시에는 한옥에 어울리는 입식 테이블이 없었기에 중국의 것을 사용했다), 그것을 빼내고 한옥에 어울리는 가구를 고안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목적에 맞게 만들었죠. 제가 만든 의자는 높이가 조금 낮아요. 한옥의 낮은 천장을 고려한 것이라
한 3cm 정도 낮죠.

이번 전시에서 유달리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장응복 콕 집어서 이야기해야 한다면 지장이요. 종이 패브릭이라는 것이 철이나 유리 같은 물성에 비해서는 굉장히 약해요. 그런데 그 약함이 또 소통을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강점을 발전시키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지장 같은 경우는 아직 협업을 할 수 있는 분이 없어요. 그래서 건축하는 분을 생각하고 있어요. 파티션이나 병풍처럼 지장이라는 아이템이 현대 건축과 아예 설계 단계부터 맞물리는 그런 작업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서촌만 해도, 일본에서 건축을 공부한 사람들이 작업한 것이 많아서 일본식 창살이 많아요. 한옥인 것 같은데 막상 들어가보면 일본식 집인 거죠. 그래서 젊은 건축가들이 그런 부분에 관심을 둔다면 좋겠어요. 하지훈 저는 소반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요. 소반은 본래 좌식을 기반으로 하는 가구인데, 지금은 의자를 사용하는 시대이니 그것을 의자의 요소 중 하나로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죠. (앞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키며) 이것도 호족 소반을 모티프로 한거예요. 저것은 일주반이라고 소반의 높이를 올려서 티 테이블로 만든 것이고요. 그러한 작업에 저는 애착이 가요. 원래는 좌식 문화였던 것을 이 시대에 맞게 반영해서 만들어가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인 거죠.

 

지우산 조명

백자호를 프린트한 장응복의 지우산 조명이 인상적인 공간. 오른쪽에 놓인 삼각침은 장응복과 하지훈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것이다.

 

한옥 인테리어

바람을 안고 찬찬히 부풀어 오르는 볕가리개와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한 티 테이블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적인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두 분의 작품도 그렇지만 운경고택 곳곳에도 볼거리가 상당히 많은 것 같아요. 장응복 사실 우리가 구태여 전시를 하지 않아도 이 집 전체가 하나의 전시장이거든요. 근대 조선과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작가들의 문인화로 온 집 안이 장식되어 있어요. 안채 마루 부분은 모두 운경 선생의 글씨고요. 선생님도 글씨를 쓰셨거든요. (사랑채 건너편을 가리키며) 그리고 저쪽에 국화 그림이 걸려 있는데, 저는 그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패브릭을 만들었어요. 그림 옆에 국화 프린트의 패브릭을 걸어 약간의 연계성을 디자인했죠.

선생님의 패브릭은 바람을 맞을 때 훨씬 멋있어지는 것 같아요. 장응복 그래서 일부러 전시 계절을 5월로 정했어요. 겨울에는 한옥을 이렇게 열어놓고 즐길 수가 없거든요. 요즘은 볕도 아름다우니, 별것 아니어도 한 장의 패브릭만으로 굉장히 즐거울 수 있죠.

전시 제목에 차경(경치를 빌려오다)이라는 말이 있어요. 자연을 소유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즐기는 선조들의 풍류가 담긴 말이라고 들었는데요. 장응복 안과 밖이 서로 소유하지 않고 자연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테마예요. 중국은 거대한 정원, 일본은 미니어처 정원을 만들어 즐겼고, 우리는 자연에 정자를 만들어 대자연을 즐겼다고 해요. 풍류를 즐기는 차원이 달랐던 거죠. 운경고택도 저택이지만 서양의 정원처럼 꽉 채우지 않았고 여백이 많아요. 밖에서 분주히 일하다가 이곳에 들어오니 무척 아름다운 정원과 공간이 있었어요. 엄청난 감동이 밀려오더라고요. 하지훈 아무래도 이 일대가 한옥촌이 아니고 도시에 위치해서 더욱 그런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일종의 대비 효과인 거죠.

좋은 나무를 썼는지, 다른 한옥에서는 보지 못했던 빛깔 같은 것도 났고요. 하지훈 나무 자체가 좋은 것도 있겠지만 관리가 잘된 거예요. 어쨌거나 외부에 노출된 목재는 주기적으로 기름을 먹이면서 관리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회색으로 변해버리죠. 장판 같은 것도 주기적으로 코팅해야 하고요. 장응복 이번 전시를 위해 이미혜 이사님이 벽지, 장판에 손을 보셨대요. 손상된 표면을 정리한 거죠. 여기 바닥 좀 보세요. 낙선재, 창경궁을 가보면 모두 비닐 장판인데…. 여기는 무엇 하나 가짜가 없어요. 이러한 요소가 더해져 운치가 만들어진 거죠.

 

차경 운경고택을 즐기다

장응복의 지장과 화문석 소반, 하지훈의 멋진 가구로 꾸민 방.

 

한국의 미

현대적인 스타일로 탈바꿈한 소반.

 

갑작스러운 질문이지만, 한국의 미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장응복 음. 중국, 일본과 차이점을 찾는다고 하면 아무래도 자연스러움이죠. 하지훈 맞아요. 아까도 차경을 이야기했지만, 자연을 바꾸거나 가지려고 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인정하고 그대로 두는 것이 한국적인 미가 아닐까 싶어요. 얼마 전 강연에서 만난 마크 테토도 같은 말을 하더군요. 일본, 중국과의 차이점은 바로 자연스러움이라고, 100% 인정한다고요. 장응복 제가 지난주에 운경고택에서 강의를 했는데, 주제가 비대칭의 아름다움이었어요. 획일화되지 않았을 때의 아름다움이 분명 있잖아요. 야나기 무네요시는 우리나라의 막사발을 보면서 그랬대요. 투박하고 거친데 왜 아름답지? 그래서 막사발을 보며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고 했대요. 제품에서 그 지점을 나타내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한국의 미에 대해 이해하면서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어쩌면 불량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달항아리 같은 것만 봐도 그래요. 약간 찌그러진 그 느낌이 확실히 아름답잖아요.

그렇다면 한옥이 미래의 주택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하지훈 그 누구더라, 북촌 한옥을 거의 40채 이상 지은 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그러시더군요. 앞으로 50년 안에 육송이 없어진대요. 지금은 육송을 사용한 한옥만이 오리지널이라고 인정받거든요. 그렇다면 (육송이 사라지면) 한옥이 없어지는 것이냐? 그건 아니죠. 옛날에 필름카메라 쓰던 사람도 요즘에는 다들 디지털카메라를 쓰잖아요. 처음에는 디지털을 쓰면 사진작가가 아니다, 그렇게 말하던 시대도 있었어요. 뭐든 시대에 맞게 변하는 거죠. 우리는 원래 의자를 갖고 있지 않았던 문화였지만 그것을 그냥 놔두는 것이 능사는 아니죠. 한국적인 의자가 나와야 하는 거예요. 장인은 장인의 일을 하고, 작가나 디자이너는 지금뿐 아니라 미래를 보며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나가야하죠. 우리가 예전에 짚신을 신었지만 지금은 신지 않잖아요. 한옥이 미래에 적합하냐고 묻는다면 맞을 수도 있어요. 다만, 미래를 위해 바뀌어 나가야 할 것이 숙제로 남아 있죠. 우리는 지금 그 숙제를 하고 있는 거예요. 전통적인 것이 지금 시대에 맞게끔 바꾸어 나가는 것, 그것이 작가나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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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준 ·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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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지은 라이프스타일 에디터 ‘자연이 주는 고운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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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리빙 분야를 막론하고 자연 모티프가 트렌드인 요즘, 하나의 제품이 탄생하기까지 소재부터 색감까지 자연에서 얻은 재료만을 사용한 브랜드를 만났다.

 

오마스페이스 쇼룸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오마스페이스는 브랜드의 분위기와도 많이 닮아 있는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다. 오마스페이스는 환경과 전통 수공예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으며, 자연 친화적인 공법을 유지해 소량만 생산한다. 장지우, 다니엘 카펠리안 Daniel Kapelian, 길경영이 이끌고 있는 이 브랜드는 2010년 런던에서 론칭한 이래 3년 전 국내에도 첫 쇼룸을 열었다. “저희는 크게 아트&디자인과 패션, 두 가지 분야로 나뉘어 있어요. 아티스틱한 쿠튀르 라인과 좀 더 일상에서 활용도가 높은 웨어러블한 의상을 제작해요. 또한 아트 피스와 행잉 오브제, 테이블웨어 등 공예 작품도 만들죠.” 장지우 대표가 설명했다. 천연 재료로 색감을 표현하다 보니 색상이 다양하지는 않다. 우리나라 삼베를 주 원단으로 흑단 염색을 하는데, 염색의 횟수에 따라 짙음의 정도를 달리할 수 있다. 어두운 블랙부터 은은한 회색이 감도는 밝은 색깔까지 어느 하나 똑같은 게 없이 특별하다. 별도로 꾸린 내추럴 다잉 Dyeing 팀과 텍스타일 디자인까지 모두 직접 제작한다고 하니 제품에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동양의 전통 테크닉과 새로운 테크놀러지의 만남으로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어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도 오마스페이스만의 특별함이다. 인테리어 소품으로 행잉 오브제와 테이블웨어가 있지만, 앞으로 제품의 영역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며, 온라인숍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마스페이스는 사전 연락 후 쇼룸 방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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