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간직한 매그 재단 미술관은 작품과 자연을 함께 만끽할 수 있는 숲속에 있다.
남프랑스 니스에서 북쪽으로 약 25km, 꼭 한번 들러볼 만한 아름다운 미술관이 있다. 바로 생폴드방스에 있는 매그 재단 미술관 Maeght Foundation Modern Art Museum 이다. 미술관의 입구에서부터 이미 숲과 나무로 둘러싸여 알렉산더 칼더, 페르낭 레제, 호안 미로, 바바라 헵워스 등의 조각 작품을 보면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덧 미술관 건물에 다다른다. 미술관은 샤갈, 레제, 샘 프랜시스, 칼더 등 유명 작가의 대형 작품으로 가득한 상설 컬렉션룸을 비롯해 미술관을 건축할 때부터 함께 기획된 작은 타일로 그려진 브라크의 ‘연못’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 뒤뜰은 더욱 장관이다. 무려 1200억에 거래돼 화제가 된 알베르트 자코메티의 조각 ‘걷는 사람’을 비롯해 레제, 미로 등의 작품이 즐비한 거대한 조각 공원이 펼쳐진다. 바닥에 깔린 조약돌을 밟는 사각거리는 소리와 분수대의 물 소리 그리고 높은 소나무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설립자는 미술관 이름에도 명시되어 있는 갤러리스트이자 판화가였던 애매 매그 부부다. 부유한 컬렉터의 기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난한 철도 노동부의 아들이었지만 미술을 공부해서 칸에 작은 판화 공방 겸 숍을 운영하고 있었던 애매 매그(1906~1981). 어느 날 그의 숍에 유명한 예술가 피에르 보나르가 방문해 대규모 판화를 주문하면서 그의 인생은 바뀌게 된다. 완성된 작품을 숍에 내놓자마자 팔리는 것을 본 뒤 갤러리스트로 전향했기 때문이다. 파리와 바르셀로나에 갤러리를 차리고 마티스, 샤갈 등 남프랑스에 내려와 있던 유명 예술가의 작품을 판화로 만들어 보급했다. 온화한 성품에 정직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강한 사람들을 조율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지녔던 그는 수많은 예술가를 친구로 둘 수 있었다. 논란이 있거나 아직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적극 수집하고 전시를 열어주었는데, 바로 그들이 현재 엄청난 대가로 평가 받는 브라크와 자코메티다. 작품을 판매하는 수완이 뛰어났던 그의 아내 마그리트 매그까지 합세하면서 갤러리 비즈니스는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1953년, 11세였던 장남이 백혈병으로 사망하는 비운이 일어났고, 낙담한 부부에게 브라크, 미로, 레제 등 주변 친구들은 남프랑스의 예술가들이 모두 당신의 친구이니 작품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종합예술센터를 만들어볼 것을 제안했다. 부부는 미국 여행을 떠나 반스 Barnes, 필립스 Phillips, 구겐하임 Guggenheim 재단 등을 보며 큰 감동을 했고, 실제 이 계획을 현실화시킬 용기를 내게 되었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레제의 대형 유화 작품을 구겐하임 미술관에 판매해야 했지만, 예술가 친구들은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작품을 기부했고 미술관 건축물에 들어갈 조형물을 함께 설치해주었다. 드디어 1964년 프랑스 최초의 사립미술관이 탄생했다. 미술관 한 켠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을 기리는 작은 성당이 마련되어 있다. 개인적인 상실을 더 큰 나눔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든 희생의 씨앗이다. 이곳에는 브라크가 제작한 푸른 스테인드글라스가 예수님의 머리 위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입구에 있는 한국 작가 이배의 작품도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