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원을 운영하며 ‘출장이 곧 여행이다’라는 생각으로 항상 디자인 여행을 다녔던 터라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또 무언가를 꼭 보고 느껴야 한다는 강박을 없애고 그냥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행을 꿈꿔왔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시칠리아에서의 열흘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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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인의 계단에서 한 컷
시칠리아 주의 수도 팔레르모 Palermo와 시칠리아 남부 해안 도시 아그리젠토 Agrigento. 시칠리아의 여름은 상상 이상의 강렬한 뙤약볕으로 유명해 낮 시간은 온전히 숙소에서만 머물러야 했기에 숙소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해서 개인 풀장이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선택했다(여러 명이 함께 간 여행이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팔레르모의 만다멘토 트리부날리 Mandamento Tribunali 쪽의 프라이빗한 숙소에서 오전 내내 선탠과 수영, 낮잠과 낮술을 즐기다 오후에는 동네 산책을 나섰다. 1800년대 궁전, 박물관, 성당이 즐비하고 도자기 공방, 일러스트레이터의 스튜디오 등 작은 숍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분위기 좋은 초코라테리아 로렌조 Cioccolateria Lorenzo 카페에서 수제 디저트를 먹고 나오면 입이 떡 벌어지는 어마어마한 광경이 펼쳐졌다. 세계에서 가장 큰 상록수인 반얀나무 Ficus Macropylla는 상상할 수 없는 크기와 형태를 지니고 있어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했다. 팔레르모 여행을 마무리하고 렌터카로 3시간여 달려 남부 해안 도시 아그리젠토로 이동했다. 이럴 경우 국도를 이용해 주변의 시골 경관을 볼 것을 추천한다. 아그리젠토를 선택한 이유는 신전의 계곡과 터키인의 계단 Stair of the Turks 때문이다. 신전의 계곡은 시칠리아가 그리스 지배하에 있을 때 계곡 여기저기에 고대 그리스 신전이 만들어진 곳이다. 아그리젠토를 여행한다면 꼭 가봐야 한다! 단, 여름에 이곳에 간다면 모자는 필수다. 터키인의 계단은 점토와 석회가 섞인 흙으로 만든 계단식 절벽이다. 고대 터키 해적들이 자주 출몰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하얀 분필 같은 계단에 기대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여기가 천국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 챕터원 대표 김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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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크기의 반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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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리젠토의 필수 코스인 신전의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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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디저트 카페에서 만난 유쾌한 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