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발스 지역에서 볼거리와 즐길 거리는 건축물과 스파에서의 힐링이 전부다.
1
알프스 중턱에 있는 테르메 발스 7132 호텔
일에 치여 지쳐 있던 몇 년 전 아이슬란드에 다녀온 이후 휴가는 물질적인 것이 배제된 자연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또다시 그런 쉼이 간절했을 때 피터 줌토르 Peter Zumthor의 발스 온천에 가야겠다고 막연하게 마음먹었다. 바일암라인 Weil am Rhien에 위치한 비트라 캠퍼스에서 출장과 웨딩 촬영을 마치고 지금의 남편과 나는 발스로 향했다. 스위스의 서북쪽에서 남동쪽으로 향하는 끝과 끝의 길. 차량이 없으면 이곳에 어찌 올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깊은 산속이다. 굽이 굽이 5시간 넘게 걸려서 도착한 곳은 알프스 중턱에 위치한 테르메 발스 7132 호텔 Therme Vals 7132 Hotel. 주차장에서 고양이가 낯가림 없이 나를 반기며 호텔 입구로 안내했다.
2
호텔 레스토랑에서 준비해준 곰 가운
3
테르메 발스 7132 호텔의 산책로
객실은 5성급의 7132 호텔과 하우스 오브 아키텍처 호텔 House of Architects Hotel 두 가지 가운데 건축가의 룸을 선택했다. 그중에서도 구마 겐코 Kuma Kengor의 룸을 골랐는데 그가 준비한 서프라이즈는 내가 선택한 구마 겐코 룸에서의 웨딩 프러포즈라 더욱 특별했다. 피터 줌토르의 건축물인 발스에서 피터 줌토르 촛대에 불을 밝히고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와 꽃다발을 준비했던 것. 피터 줌토르의 건축물은 현지에 있는 회색 규암 석판 6만 장으로 제작되었다. 발스로 가는 길가에서 봤던 검정 돌이다. 보통은 중심이 되는 재료로 외관을 마감하지만 이곳은 건축 전체를 회색 규암 석판으로 한 것이다. 내부의 온천은 냉탕을 비롯해 미지근한 정도의 온천, 조금 더 따뜻한 온천 그리고 한국식의 뜨거운 온천까지 다양해서 하루 종일 있어도 좋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천장에서는 자연의 빛이 새어 들어왔고 스파 건물 전체가 피터 줌토르의 건축물과 자연의 일부가 되어 마음의 수양을 하듯 스파를 즐겼다.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어 핸드폰을 락커에 두니 더욱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다 빌라 발스 Villa Vals를 발견했다. 산기슭을 동그랗게 뚫어 만든 땅속의 집. 네덜란드 건축가들이 자연의 풍경을 훼손하지 않고 빌라를 지은 것인데, 이 집을 짓기 위해 네덜란드 회사들과 협업을 했다고 한다. 내부 마감 역시 네덜란드 디자이너의 제품으로 가득하다. 스위스의 절경 속에서 힐링하면서 프러포즈까지 받은 이곳에 언젠가 다시 오자고 다짐하며 우리는 발스를 떠나왔다.
4
출입구에서 바라본 발스 온천
5
네덜란드 건축가가 디자인한 빌라 발스
6
제로퍼제로에서 그려준 청첩장
7
구마 겐코의 룸에서 받은 프러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