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부유 가문 로스차일드에서 지은 빌라 에프루시 드 로스차일드는 남프랑스 여행에서 결코 놓칠 수 없는 곳이다. 비운을 겪은 로스차일드 가문의 3대 손인 베아트리스의 열정이 화려한 자태로 남아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부유한 가문으로 손꼽힐 만한 로스차일드! 금융업으로 막대한 부를 일구며 세계 경제를 주름잡고, 우리에게도 친숙한 샤토 무통 로칠드와 샤토 라피트라는 양대 와이너리를 소유한 집안이다. 그들은 대체 어떤 집에 살까? 남프랑스 니스 근교에는 그러한 흔적을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는 뮤지엄이 있다. 바로 빌라 에프루시 드 로스차일드 Villa et Jardin Eprussi de Rothschild다. 이 집의 주인공 베아트리스 Beatrice(1864~1934)는 로스차일드 창업주의 3대손으로, 러시아 은행가 가문의 자제인 모리스 에프루시 Maurice Ephrussi(1849~1916)와 결혼했다. 남부러울 것 없는 결혼처럼 보였지만 실은 19세의 신부가 53세의 신랑을 맞이한 정략혼이었다. 남편은 경마와 도박으로 현재 시가로 약 5백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모두 탕진했고, 1904년 마흔을 맞이한 베아트리스는 빚쟁이들로부터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이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듬해에는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지만, 당시로서는 드물게 딸에게도 아들과 똑같이 재산을 증여한 덕분에 막대한 자산을 갖게 되었다. 잇따른 비운 속에서 베아트리스는 자신의 모든 정열을 쏟아부을 프로젝트를 찾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빌라 에프루시 드 로스차일드의 빌라와 가든이다. 1905년부터 1912년까지 불과 7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아무것도 없었던 황무지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소로 변모했다.
오랜 시간 예술적 취향과 안목을 키워온 베아트리스는 베니스의 아름다운 궁전에서 천장화를 그대로 떼어오는가 하면, 중국과 인도를 여행하며 모았던 이국적인 취향의 컬렉션을 전시할 공간을 마련했고, 일본을 방문했을 때 보았던 아름다운 정원을 재현하기 위해 가든 팀을 일본으로 보내 재료를 공수하기도 했다. 이렇게 완성된 집은 베아트리스의 침실, 드레스룸, 서재, 살롱 그리고 당대 최고의 컬렉션이 모여 있는 뮤지엄을 방불케 했고, 중앙 살롱에서 파티가 열리는 날에는 2층 난간에 음악가들이 숨어 앉아 음악을 연주했다. 각 방마다 어느 쪽에서 창문을 열어도 멀리 바다가 보이고 그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유람선과 요트 덕분에 진짜 풍경이 아니라 마치 엽서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초현실적으로 아름답다. 가든은 모두 9개의 컨셉트로 꾸며져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영국, 프랑스, 프로방스, 스톤, 장미, 이국적인 양식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건 이렇게 아름다운 집과 정원을 마련했지만 베아트리스는 추운 겨울에만 두세 달 머물렀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최남단에 위치해 겨울에도 춥지 않았기 때문이었지만 그마저도 해외 여행을 하거나 바쁜 시즌에는 들르지 못할 때도 있었고, 이곳이 완성된 지 20여 년 후인 1934년 6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그녀는 사후 이곳을 프랑스 학술원에 기증했고,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뮤지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