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만 있어도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반려묘. 멋스러운 공간에서 보내는 그들의 사랑스러운 일상을 포착했다.
오키
스몰워크 대표 전수영
오키는 이제 막 한 살이 된 소년! 중성화 수술을 해서 땅콩을 뗐기 때문에 귀엽게 옥희라는 소녀 이름으로도 표기하곤 한다. 사실 사십 평생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한 동물은 고양이였다. 그러다 우리 두 남매의 고양이 사랑이 너무나 간절하고 지극해 몇 년간 공부하며 입양을 천천히 준비하면서 고양이를 무척 사랑하게 되었다. 15년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에 나는 오키의 말동무이자 대소변 뒷바라지부터 잠자리 청소까지 집사 역할을 도맡고 있다. 일을 할 때도 내 책상에 오키가 자리를 잡으면 나는 큰 테이블로 노트북을 옮겨와서 작업한다. 오키는 종종 사람처럼 차려 자세로 쉬곤 해 많은 이들이 신기해한다. 창문 틈새나 카펫 위, 바닥에서도 꿈쩍 않고 배를 뒤집고 편하게 잠을 잔다.
시루와 자루
그래픽 디자이너 이재민
반려동물을 키울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몇 년 전부터 두 고양이의 아빠가 되어 있었다. 고양이 이름은 시루와 자루다. 젖소 무늬의 시루는 부산, 고등어 무늬의 자루는 사무실 근처인 종로구 연건동 출신이다. 두 고양이 모두 아기일 때 길에서 위험에 처한 것을 발견하고 구조했다. 어찌 보면 묘연 猫緣이라는 게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어느날 불쑥 만나 가족이 되었으니 말이다. 두 고양이가 집에서 좋아하는 공간은 주기적으로 바뀐다. 여름이면 창가 쪽 책장 선반이나 캣폴 쪽에서 시간을 보내고, 겨울에는 뜨뜻한 오디오 앰프 위나 턴테이블 근처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함께 재즈를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모리
푸드 마케터 박현선
자취를 시작한 지 10년 차 되어 혼자 지내는 일상에 온기가 필요하던 중 우연히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연예인이 고양이한테서 위로 받는 모습을 보고 큰 결심을 한 후 고양이를 데려오게 되었다. 모리는 한 살 된 스코티시 폴드 여자 고양이다. 유독 콧대가 없고 눈이 살짝 처져 있는 억울한 표정이 매력적인 아이다. 츄르가 먹고 싶을 때만 야옹야옹 애교를 부리는 식탐 많은 애교쟁이이기도 하다. 모리와 침대에 누워 있을 때면 가끔 꾹꾹이를 해주기도 하고 캣닢을 맡으며 뒹굴거리는 걸 좋아한다. 식탐 많은 모리가 음식을 먹으려 할 때 밀어내곤 하는데, 있는 힘껏 머리 힘으로 버티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인테리어 소품에 관심이 많은 내가 최근에 들인 소품이 모리의 새 장난감이 되었는데, 냄새를 맡기도 하고 만져볼 때 그 찰나를 포착하다 보면 이렇게 재미있는 사진이 나오곤 한다.
폴과 앤
스타일 디렉터 곽지아
턱시도인 첫째는 6세 폴, 코숏인 둘째는 한 살가량 된 앤이다. 폴은 울산에서, 앤은 문경에서 입양했다. 폴은 지인이 입양처를 구한다는 소식에 사진 한 장만 보고 데려왔고, 앤은 우연히 트위터에 올라온 입양 공고를 보고 쪽지를 보내 만나게 됐다. 당시 고등학교를 다니는 여학생이 앤을 임시보호 중이었는데, 너무나 착한 마음과 성실한 태도에 반해 계획에 없던 입양을 하게 되었다.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은 기분에 따라 바뀐다. 큰 마음을 먹고 패브릭 소재의 캣타워를 설치해주었지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한다. 대부분 폭신한 침대나 뜨끈뜨끈하게 난방을 한 바닥, 햇살 가득한 창틀 앞을 좋아한다.
후추
피스카피스카 김보람
동생이 동네에서 누군가 놓은 쥐약에 어미와 형제를 모두 잃고 울고 있는 후추를 구조했는데 그날이 동생의 결혼식 전날이었다. 결혼식도 해야 하고 신혼여행도 가야 해 임보해줄 사람을 구하던 중 후추의 사진을 보자마자 귀여움에 사르르 녹아 임보를 결정했다. 아직 1년이 채 안 된 후추의 매력 포인트는 그레이 톤의 털과 흰 양말이다. 처음 후추가 집에 왔을 때는 줄곧 오디오 뒤쪽에 숨어 있곤 했는데 지금은 숨바꼭질도 할 수 있고 선으로 장난을 칠 수 있어 가장 좋아하는 놀이 장소가 되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모아두었던 라탄 소품 중에서도 손잡이가 달린 바구니와 화분은 후추가 그 사이를 요리조리 다니기도 하고 발로 툭툭 건들이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새로운 놀이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