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밥을 먹는데 후배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초등학교 때였어요. 선생님이 10년, 20년, 30년 뒤의 목표를 적으라는 거예요. 그래서 ‘10년 뒤 꿈을 꾼다, 20년 뒤 꿈을 꾼다, 30년 뒤 꿈을 꾼다’고 썼죠. 어떻게 됐냐고요? 당연히 엄청 혼났죠(웃음).” 웃자고 끄집어낸 추억이겠지만, 솔직히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꿈이라는 것은 청춘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간의 고리타분한 생각을 깨트리는 전환점이 되어주었달까.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짐 자무쉬 감독의 <패터슨>이다. 영화는 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는 패터슨과 가정주부인 아내의 일상을 조명한다. 그들의 삶은 우리네와 별다를 게 없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출근하고, 퇴근 후 돌아와서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맥주 한잔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은 이상하게 빛나 보인다. 패터슨은 누군가의 인정 없이도 시인의 삶을 살고, 아내 로라는 커튼과 옷을 만들고 기타를 배우며 컨트리 가수로서의 삶을 꿈꾼다. 뻔한 그들의 일상이 뻔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아마 꿈 때문이 아닐까. 구구절절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최근에 재미있는 꿈을 꾸게 되었기 때문이다. 계기는 천샤오칭 감독의 <풍미 원산지>라는 다큐멘터리였다. 한 편당 10분 남짓한 영상에는 중국의 식문화가 무척이나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었다. 시각뿐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무척 황홀해서 나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을? 다큐멘터리를! 허황된 꿈이지만 꿈이란 그런 허무맹랑함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단어 아닌가. 그래서 요즘에는 방구석에 처박혀 있던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공부하고 있다. 연습 삼아 작은 요리 영상도 만들어보고, 개인 SNS 계정에도 올려보는 중이다. 매일 오가는 출퇴근길에는 영상을 공부하며 머릿속으로 다양한 그림을 그려본다. 이렇게 순수한 흥미로 채워지는 일상이 무척 즐겁다. 인정과 성공은 없어도 좋다. 그 과정이 즐겁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그렇게 유튜버의 삶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유튜브에서 ‘곰식당’을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