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계절인 가을, 그 시작점에서 사용해본 두 가지 향긋한 가전제품.
스메그 레트로 스타일 밀크포머 MFF01
몇 년 사이 다양한 밀크 포머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솔직히 쓸 데가 있을까 싶었다. 웬만한 커피 머신이 대부분 우유 데우기 기능을 갖추고 있기에, 결국 자리만 차지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스메그 밀크포머는 생각보다 훨씬 유용했다. 취향껏 농도를 조절해 두툼하면서도 부드러운 우유 거품을 만들 수 있으니 집에서 먹는 커피의 수준이 훨씬 올라갔다. 또한 뜨거운 물에 차이티를 진하게 우려 밀크티를 만들어도 좋고, 잠들기전 우유를 따듯하게 데워 한 잔 마시니 심신 안정에도 효과적이었다.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사용자의 편리를 고려한 간결한 디자인이다.우유를 데우는 저그는 본체와 손쉽게 분리할 수 있어 세척도 용이하고, 다이얼을 돌리면 6가지 기능을 손쉽게 선택할 수 있어 편리했다. 우유를 데울 때는 일반적인 회전 링을, 거품을 낼 때는 톱니 바퀴 모양의 회전 링을 용도에 따라 피처 안에 장착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링이 너무 작아 잃어버릴까 걱정이 되었다. 회전 링을 장착하지 않으면 기계가 아예 작동하지 않으므로 신경 써서 보관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아, 하나 더 장점을 말하자면 차가운 우유의 거품도 낼 수 있다는 것. 차가운 우유 거품과 얼음, 에스프레소를 넣어 아이스 라테를 만드는 데도 유용했다. 즉 사계절 내내 요긴하게 쓰일 제품이라는 말이다. 귀여운 디자인은 집안 어디에 두어도 잘 어울려 에디터는 서재에 두었다. 책을 읽다 커피가 생각날 때, 주방까지 가지 않고 간단히 라테를 만들 수 있도록 말이다. 따듯한 라테 한 잔과 책 한 권. 다소 구식이기는 하지만, 역시 이만큼 가을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없다고 본다. 34만8천원.
유라 ENA8
은은한 햇살이 비치고 새소리가 들려오는 아침, 기분 좋게 일어나서 커피를 내린다. 갓 볶은 원두를 그라인더에 넣고 섬세하게 굵기를 조절해 갈고 드리퍼에 넣고 적당한 온도의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내릴… 시간이 없다. 역시 아침은 시간 싸움이다. 커피는 손맛이 느껴지는 핸드 드립이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자주 내려 마시지 못하다 보니 전자동 머신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버튼 한번만 누르면 원두 그라인딩부터 커피 추출까지 완성해주는 전자동 머신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일 테니까. 얼마 전 사용해본 유라의 가정용 전자동 머신 ENA8은 여러 면에서 만족스러운 제품이었다. 먼저 스펙을 살펴보자. 그라인더는 분쇄 속도를 두 배 높이고 아로마 손실을 줄인 아로마 G3를 장착했다. 가변 추출 챔버를 장착해 취향에 맞게 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마이크로 입자 크기의 실크같은 벨벳 밀크 폼도 추출할 수 있다. 최대 10가지의 스페셜티 커피 메뉴를 버튼 한 번만으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데, 감동한 것은 메뉴 중에 플랫화이트가 있다는 것이었다. 플랫 화이트가 메뉴에 들어 있는 제품은 세계 최초라고 한다. 그렇다면 맛은? 커피의 아로마도 풍부하고, 입술에 닿는 우유 거품도 실크처럼 부드러웠다. 전문 바리스타가 내린 커피와 딱히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오스트리아 소비자 정보 협회인 VKI와 독일의 소비자 테스트 기관인 슈티프퉁 바렌테스트에서 커피 맛을 인정 받았다고. 전용 앱을 사용해 원거리에서도 커피를 내릴 수 있다는데, 잔을 가져다 두고 가져오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굳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가격은 3백90만원으로 살짝 비싸게 느껴질 수 있으나, 고퀄리티의 전자동 머신이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합리적인 가격이 아닐까 싶다. 3백9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