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릉의 조용한 주택가에 들어선 붉은 벽돌 건물은 오뚜기의 첫 번째 복합 문화 공간 롤리폴리 꼬또다. 먹고, 보고, 즐기며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곳의 문을 두드렸다.
그간 선정릉 일대를 수없이 오갔지만 칙칙한 회백색의 빌딩과 노후한 주택만 있을 뿐 멀끔한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찾아보기 힘들어 아쉬운 마음이었다. 그러던 중 롤리폴리 꼬또의 오픈 소식은 내심 반가웠다. 이곳은 식품 전문 기업 오뚜기의 첫 번째 경험 공간으로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의 정신과 브랜드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오뚜기의 새로운 시도는 스튜디오베이스의 전범진 소장의 손길이 더해져 더욱 의미 있는 공간으로 탄생했다. 그는 롤리폴리 꼬또의 네이밍부터 공간 기획 및 디자인, 스타일링, 제품 디자인, 그래픽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총괄했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 265m² 남짓한 면적에 오뚜기에서 출시하는 카레와 라면을 판매하는 식음 공간을 기획했지만 전범진 소장은 유휴 공간의 활용을 통한 확장 가능성을 보았고, 애초에 기획되었던 80평의 5배에 달하는 400여 평으로 확대했다. 그의 과감함은 라면과 카레를 판매하는 단순한 구성에서 복합적인 기능을 동반하며 2030 소비자가 브랜드의 새로운 이미지를 경험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가 탄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와 함께 전범진 소장은 브랜드의 노골적인 노출은 피하면서도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은유적인 해석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실제보다 현상을 더 우선해서 생각하는 시뮬라크르 시대에 어쩌면 오뚜기는 젊은 세대한테 정체되어 있는 이미지가 강할 수 있어요.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고 내재되어 있는 기업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기대하며 프로젝트에 임했죠. 롤리폴리 꼬또는 신축이 아닌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예요. 신축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용도로 사용되던 건물의 마주하는 공간을 하나로 해석해 마치 두 건축물 사이에 끼어 있는 듯 연출해서 그런 것 같아요”라며 전범진 소장이 설명했다.
가장 먼저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약 10만 장의 붉은 벽돌로 시공했는데, 오랜 세월이 흘러도 쉽게 변하지 않는 벽돌이라는 소재가 주는 보수적인 느낌과 꾸준히 발전해온 기업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고. 견고한 벽돌의 이미지는 오뚝이의 동그란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곡선으로 중화되며,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내부는 총 7 개의 역할로 구분되는데, 기존의 두 개 건물에 숨어 있는 정원을 하나로 합쳐 가장 넓은 면적을 확보했으며, 각각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설계의 핵심이었다. 흩어져 있는 여섯 개의 공간은 케이브, 큐브, 슬로프, 쉐이드, 가든, 홀, 살라라는 이름과 함께 그 쓰임에서도 주제를 갖추었고, 높낮이를 달리하며 다양한 시퀀스를 제공한다. 입구에 자리한 케이브는 창이 없는 반지하로 오뚜기의 음식과 음료를 판매한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400여 개의 형광색 오브제는 정원의 풍경을 암시하고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케이브를 벗어나 좁은 수직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올라오면 서로 마주한 큐브와 슬로프를 만날 수 있는데, 큐브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개발한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벽돌로 쌓은 계단 형태의 슬로프는 이곳을 찾은 이들이 자유롭게 착석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으며, 최상단에는 잔디를 깔아 정원 전체를 관망할 수 있게 했다. 계단에는 이헌정 작가의 형광색 세라믹 오브제를 디스플레이해 시각적 재미를 더했다. 이외에도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가든이 마련되어 있으며, 기업 행사나 시식회 용도로 사용될 예정인 홀과 가정에서의 응접실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살린 살라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살라는 외부에 개방되지 않고 있다. 추위가 서서히 풀릴 즈음, 대중에게 한발 다가온 오뚜기의 새로운 공간을 들러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