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이 무척 많은 그녀는 자신에게 정말 필요하고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안다.
구름바이에이치(이하 GBH)의 하연지 대표는 인터뷰 내내 ‘좋다’는 말을 자주 했다. 디자인 가구도 좋고, 컬러 있는 아이템도 좋고, 앤티크도 좋고…. 습관적으로 긍정의 단어를 자주 내뱉는 사람이었다. 좋은 게 많으면 공간이 잡다해지기 마련인데, 참 신기했다. 그녀의 집이나 GBH 쇼룸을 보면 무척이나 일관된 취향을 지녔으니 말이다.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이 많아요. 단지 나한테 어울리는지, 앞으로 자주 쓰게 될 물건인지를 보는 것 같아요.” 취향이 또렷이 굳어질 즈음 우리는 그것을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녀의 스타일을 만드는데 일조한 가치관은 내 것이 아닌 것은 깔끔히 포기하는 신중함이다. 구름이, 동동보라는 애칭의 두 아이를 둔 그녀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 전업주부로 지내다 2014년부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집에서 쓰기 위해 바잉한 물건을 취미로 블로그에서 팔았던 것이 뜻밖의 반응을 얻었던 것. GBH에서는 대표의 깐깐한 안목으로 고른 다양한 패밀리 라이프스타일 소품과 북유럽 아동복 브랜드인 던스, 스마포크 등의 감각적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경험에서 셀렉트한 물건으로 채운 편집숍은 전문 MD가 보기에는 다소 두서없이 보일 수도 있다. 주부를 타깃으로, 가족들과 일상에서 정말 필요한 것들로만 구성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저와 비슷한 주부들이 ‘나도 이거 필요했다’며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리고 재미있게도 주부뿐만 아니라 젊은 분들도 좋아해주시더라고요.” 하지만 아무리 실용적으로 셀렉트한 물건이라도 아름답지 않으면 인기를 얻을 수 없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그녀는 특유의 감각으로 아름다운 물건을 고르는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은 그간의 경험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제가 지금 결혼 12년차인데, 지금 집에 정착하기까지 이사를 많이 다녔어요. 이사를 다니다 보면 물건을 많이 사고 버리게 되잖아요. 유행이라서 샀는데 조금 지나니 싫어지고, 그래서 버리거나 되팔게 되고요. 이런 걸 몇 번 경험하고 나니 제가 뭘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또한 그녀는 대개 브랜드를 보지 않고 물건을 구매한다. 한때는 브랜드도 살피고,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 외우기를 좋아할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아이들 스케줄 등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 그럴 여유가 없다고. 쪽잠을 자고, 사이클이 밀려 새벽 4시경에나 잠에 든다는 그녀에게 워킹맘의 고충을 물었다. “없어요. 전혀 없어요(웃음). 일하는 지금이 훨씬 좋아요. 살림을 좋아하긴 했지만, 전업주부였을 때는 가족만 바라보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제 일하기도 너무 바빠서 애들한테도 적당히 해줄 것만 해줘요. 옛날에는 좀 과잉보호했었는데…(웃음).” 하연지 대표는 자신이 모두 잘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취할 것과 버릴 것을 명확히 나눈다. 사람들이 하연지 대표의 또렷한 라이프스타일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그녀가 최고로 관심 갖고 있는 콘텐츠인 ‘패밀리’를 토대로 웹진을 개발하고 있다는 하 대표의 다음이 몹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