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도예가로 활동하고 있는 제이드 패톤은 사물로써의 기능은 물론 자연적인 색감과 고대 유물을 떠올리게 하는 조각적인 형태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도예가 제이드 패톤Jade Paton은 2018년, 도예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녀의 작품은 고대 유물에서 영감을 얻어 투박하지만 자연스러운 멋이 묻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흙과 땅, 하늘, 풀 등을 떠올리게 하는 자연의 색감을 주로 사용하는데, 그렇다고 자연적인 컬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붉은색과 초콜릿색, 아보카도 녹색과 같이 밝은 채도를 띠거나 유약을 발라 광택을 내기도 한다. 또 다양한 시도를 통해 터득한 자신만의 방법으로 유약을 섞어 독특한 빛깔을 만들어낸다. 기능적이면서도 예술적으로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화병과 촛대, 저그, 볼 등의 제품을 선보인다. 사실 그녀를 처음 접한 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였다. 유니크한 형태를 지닌 도자 제품이 인테리어 요소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그녀의 작품을 보니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겨 연락을 취했다.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눈 그녀는 도예가로 활동을 시작한지 이제 갓 2년이 된 신진 작가이지만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과 가치관을 지닌 것만은 분명했다. 지구 저 반대편에서 묵묵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제이드 패톤을 소개한다.
<메종> 독자들에게 자신에 대해 소개해달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도예가다. 지난 2년간 찰흙을 사용해 손으로 직접 조각하는 조각품을 만들고 있다.
케이프타운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케이프타운에서 나고 자랐다. 산과 바다,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아름다운 이곳에서 사는 것에 매우 만족한다.
부모님이 케이프타운에서 유명한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꽃과 연관성이 있는 화병을 만들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창조적인 가정에서 자란 것이 예술가로서의 길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제이드 패톤 세라믹의 컨셉트에 대해 설명해달라.
“미니멀하고 볼드하며 조각적이다”라고 묘사하고 싶다. 고대와 미래의 느낌이 공존하며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미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업을 위한 아틀리에가 있나?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집에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따스함과 편안함으로 가득한 이곳은 가족과 함께 하기에 좋다. 집 현관에 두 개의 가마를 두고 작품을 전시해 고객이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하다.
모든 작품은 직접 손으로 제작한다. 점토로 가는 끈을 만들어 감아 쌓는 기법인 코일링 테크닉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종종 형태가 변형되고 예기치 않은 모습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손으로 직접 빚는 것이 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는 물건의 품질에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다양한 문화의 고대 유물과 자연에서 발생하는 형태에서 영감을 얻는다. 또한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와 발렌타인 슐레겔 Valentine Schlegel, 헨리 무어 Henry Moore 같은 예술가는 나에게 무한한 영감을 안겨줬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책과 자료를 살펴보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세라믹 작품의 첫 시작은 언제였으며, 어떤 모습이었나?
가장 처음 만든 작품은 2년 전 업로드한 인스타그램의 첫 번째 게시물이다. 큰 균열이 있지만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 중 하나다. 키가 큰 목과 둥근 바닥 형태로 이뤄진 작품으로 유약을 바르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색감을 지녔다.
색을 사용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스타일은 항상 변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연스러운 색조와 밝고 채도가 높은 색조의 조합을 즐긴다. 유약에 관해서는 아직도 실험의 초기 단계에 있다. 현재 사용하는 유약은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이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유약을 혼합하는 것을 즐긴다.
상업적인 활동도 하나?
현재 대형 소매 업체와 공동 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또한 소규모 브랜드이지만 도쿄의 LOEFF와 파리의 파멜라 러브 Pamela Love를 위해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한국 역시 유니크한 형태의 세라믹 꽃병과 오브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사람들의 인테리어적 니즈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가 그 어느 때보다 흐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작품은 기능적이면서도 조각적인 느낌을 지녔기에 테이블 위의 화병으로도, 갤러리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나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환경적 변화와 우리가 물건을 소비하고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을 던졌고,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물건에 힘을 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점점 더 독특한 수제품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는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고, 특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긍정적인 면으로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예술 작품이 담고 있는 창의적인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