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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에서 새롭게 선보인 이정원 작가의 금빛 도자 전시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에서 새롭게 선보인 이정원 작가의 금빛 도자 전시

한없이 투명할 것만 같은 실루엣, 이를 투과하는 한 줄기의 빛 그리고 잠식할 듯 일렁이는 그림자. 이정원 작가가 새롭게 선보인 금박을 입은 달항아리와 전통적인 미감의 도자가 발현하는 매력은 하나같이 그의 손을 거친 고심에 대한 은유다.

금박을 입은 달항아리가 영롱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비정형적인 곡선의 유리 도자에 입힌 백색의 그러데이션, 속이 비칠 듯 투명한 플레이트 속을 유영하는 수많은 물방울. 유리라는 소재를 활용해 가열차게 행한 변주는 모두 이정원 작가의 손에서부터 탄생했다. 그리고 3년 전, 학생과 교수로 만난 도예가 권은영과 함께 선보였던 협업전시에 이어 올해 다시 그는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선연한 금빛을 입은 채로. 조선시대 도자에서 영감을 받은 실루엣과 은은하게 제 빛을 발하는 별이 속속들이 박힌듯한 20여종의 도자를  6월11일부터 약 한달간 조은숙 아트 앤 라이프스타일 갤러리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된것. 볕이 무자비하게 내리쬐던 6월의 어느 날, 전시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이정원 작가.

 

 

이번 전시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이전에 선보였던 작품에 색다른 접근 방식을 접목하고 싶었다. 가장 직관적인 재해석은 새로운 소재를 들여오는 것이었다. 그중 눈에 띈 것이 바로 금이다. 그 중에서도 마치 종이처럼 얇게 펴진 금박을 활용하고자 했다. 먼저 작은 입자처럼 금박이 입혀진 도자를 상상해봤다. 유연한 유리에 비해 금박은 작은 충격만 가해도 쉽게 찢어진다. 종이 같은 재질의 얇은 금박을 유리에 감싸듯 말아버리고 다시 유리를 덧입힌 다음 블로잉 작업을 거치면 그 속에 있는 금박이 자연스레 잘게 찢어지게 될 터였다. 이러한 상상에서 비롯된 형태와 질감을 연구하고 실제로 구현해본 결과가 바로 이번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도 달항아리의 존재감이 단연 돋보였다. 유리라는 소재로 구현된 달항아리인 만큼 확연한 정체성을 품고 있는 데다 오묘한 금빛을 발하니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었을 듯하다. 달항아리라는 것이 백자의 형태가 더 눈에 익을 것은 자명하다. 그런 만큼 다른 시선을 입히고 싶었다. 그래서 도자에 유리라는 현대적인 물성을 도입하는 재해석을 시도했다. 나아가 이번 전시에는 노르스름히 꽉 차오른 달, 만월의 형상을 닮은 유리 달항아리를 선보이고 싶었는데, 금박이 지닌 효과를 톡톡히 봤다.

금박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물론, 은을 사용해도 금박이 주는 효과를 일부낼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제약 또한 따른다. 은에 화학작용을 일으켜서 노르스름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인위적으로 만드는 효과인지라 최선의 선택지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금이 자연스럽게 발현하는 은은한 광채를 오롯이 구현해 낼 수는 없었다. 구태여 만들어내지 않고 재료 자체가 지닌 본질적인 색채와 광을 활용해야만 비로소 완성도 있는 작품을 손에 쥘 수 있으리라 믿었다.

 

조은숙 아트 앤 라이프스타일 갤러리에서 이정원 작가의 금빛 도자 전시를 만날 수 있다.

 

낯선 소재인 만큼 다루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도자에 그러데이션을 입히는 작업을 했을때만 하더라도 재료의 수급과 같은 부차적인 걱정은 전혀 없었다.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교를 내는 작업이었으니까. 그런데 무슨 일인지 금박이라는 소재는 도통 예측이 되지 않더라. 가령 양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두께는 적절한지에 대한 계산말이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날아가기 일쑤였고, 조금만 힘을 줘도 쉽게 찢기곤 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변수를 최대한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데이션, 물방울 그리고 금박. 이제껏 선보인 작품의 표현은 제각기 달랐지만 결국은 ‘유리’라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귀결된다. 유리의 어떤 점에 매료된 것인가? 흔히들 유리 하면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한다. 사실 유리는투명과 불투명이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는 소재다. 그리고 두 요소의 조화와 변주가 격렬히 이루어질 때 유리의 매력은 무한히 확장된다. 또 하나, 유리는 조명을 활용할 경우에도 매력이 더욱 배가 되는 소재다. 빛을 받은 외관에서 발산하는 은은한 광택은 물론이거니와 함께 생기는 그림자에서도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히 투명해 보이는 유리도 빛이 관통할 때면 그림자에 육안으로는 쉽게 확인할 수 없는 미세한 무늬가 생겨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금박을 관통해 형성된 그림자와 도자의 실루엣이 어우러지는 오묘한 조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방울이 담긴 듯한 표현이 돋보이는 플레이트.

 

 

마지막 작업 즈음이 돼서야 완성한 금빛 달항아리. 유려한 곡선과 표면에 일렁이는 빛이 매력적이다.

 

긴 시간 동안 하나의 소재만을 고집하기란 쉽지 않을텐데, 혹시 유리공예 외에도 다른 장르에 눈을 돌려본 적은 없었나?  솔직히 말하면 유리 하나로도 버겁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또 한번 느꼈다. 유리공예는 협업이 정말 중요한 예술이다. 특히 너비가 큰 달항아리를 만드는 데는 대략 여섯명 정도가 달라붙어야 한다. 큰 품이 드는 만큼 당연히 손발을 맞추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새로운 작업에 임하는 것이니 실수도 잦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과정에 대한 숙련도와 이해도가 쌓이게 되더라. 그때쯤 작업이 수월하게 진행되는 느낌이었는데 웬걸, 마지막 결과물을 만드는 작업에서야 비로소 만족할 만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조금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웃음),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는 것 아니겠나.

어떤 점을 보완하고 싶은가?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기마련인데, 오래도록 하다보니 간혹생략해도 되지 않겠나 싶은 과정이 보이기도 한다. 오히려 그럴수록 정도를 밟아야 한다. 모든 과정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런 점에서 내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결국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해봤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동감한다. 결국은 기초와 기본이다. 유리공예는 서서히 큰 덩이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다.완결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중심을 잡아야 하는 과정, 형태의 변주를 주는 과정 등 모든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아나가야 하는 장르라는 뜻이다. 결국은 다시 기본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다. 제작과정에서 작은 공기 방울이 생기는 것을 간과하고 넘기게 되면 어김없이 크랙이 나듯이 말이다. 타협 대신 끈기와 기본을 고수하는것. 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절실히 느끼게 되는 점이다. 그러니 늘 냉정해지고 마음을 정돈해야만 한다.정도를 걷는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으니까. 언젠간 내 손으로 만든 결과물이 증명해주리라 믿는다. 그저 보고 지나치는 정도의 것이 아니라, 이상하리만치 한번 더 시선을 끄는 작품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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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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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의 아름다움

미리 소개하는 서울공예박물관의 하이라이트

미리 소개하는 서울공예박물관의 하이라이트

서울공예박물관이 7월 15일 개관한다. 우리나라 최초 공예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를 미리 소개한다.

비단에 갈대와 기러기를 수놓은 자수노안도 10폭 병풍. 19~20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며, 노후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사전가 직물관은 자수박물관 허동화 관장이 생전에 기증한 5000여 점의 자수 작품을 중심으로 상설 전시가 열린다. 사진은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 전시에서 호평을 받았던 골무의 모습.

 

런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 파리 국립장식미술박물관을 가본 적이 있는지? 이들 박물관은 공예를 기반으로 한 아름다운 전시로 세계를 사로잡고 있기에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힌다. 그간 국내에는 공예 박물관이 없어 아쉬웠는데, 오는 7월 드디어 문을 열기에 모두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유명 갤러리가 모여있는 서울 안국역 부근에 자리 잡아 새로운 명소로 등극할 예정이다. 1940년부터 하나 둘씩 지어진 풍문여자고등학교 건물 5 개동을 부수지 않고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해 완공했다는 것이 의미 있다. 공모를 통한 설계안을 발전시켜 행림건축과 건축가 송하엽, 천장환이 리노베이션에 참여했다. 김정화 관장은 ‘골목길’이 서울공예박물관의 리모델링 컨셉트라고 설명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담장이 없습니다. 기존 5개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안내동 1개만 새로 건축했는데요. 시민들이 언제든지 정원에 들어와 공예가가 만든 의자에 앉아서 쉴 수 있습니다. 야외에서도 우리 공예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삐뚤삐뚤 구불구불한 골목처럼 박물관 전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난 3년간 개관을 진두지휘한 김정화 관장은 김종영미술관, 경기도어린이미술관, 서울여자대학교박물관 개관을 담당했던 경험을 백분 발휘해 벌써부터 기대 이상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과거의 공예가 현대미술과 연결되는 것처럼 과거의 건축물은 현재의 북촌과 연결되어 21세기 문화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헌철 작가의 눈부시게 빛나는 유리 샹들리에 작품이 안내동에 영구 설치된다.

 

한국공예박물관의 개관을 진두지휘한 김정화 관장이 이재순 작가가 만든 의자에 앉아 있다.

 

최병훈 작가의 물푸레나무 의자와 현무암 데스크가 전시 1동을 찾는 관람객을 맞이한다.

 

지난 6월 16일, 이례적으로 개관을 한 달 앞두고 ‘오브젝트9’을 발표했다. 개관에는 3개의 전시동에서 12개의 전시가 열리기에 오브젝트9을 미리 소개하고자 한 것이다. 오브젝트9은 9명의 작가들이 9점의 작품을 박물관 곳곳에 배치해 관람객이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사전 프로젝트다. 추천과 공모를 통해 27명의 작가를 선정했고, 최종적으로 9명의 작가의 작품이 선정됐다.

김정화 관장은 21세기는 공예와 디자인, 현대미술을 굳이 나눌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오브젝트9의 참여 작가도 장르를 분류하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다채롭게 선정했다.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서울공예박물관의 외관은 전시3동 사전가 직물관이다. 한국자수박물관 허동화 관장이 생전에 기증한 5000여 점의 자수 작품이 이곳에서 상설 전시된다. 이 건물의 외관은 오브젝트9의 강석영 작가가 도자로 아름답게 장식했다. 박물관이 위치한 북촌이 역사적으로도 의미 깊은 동네이기에 청자, 백자, 분청으로 외벽을 마무리한 것. 강석영 작가는 이를 위해 4000장이 넘는 도자를 구웠고, 2000장의 도자가 사용됐다. 마치 원래 그런 벽이었던 것처럼 북촌에 스며들어 있는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시3동 옆 문으로 들어서면 새로 지은 건물 안내동을 마주하게 된다. 천장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붉은색 유리 작품은 김헌철 작가의 작품이다. 10m 높이에 설치되어 있는데, 낮에는 햇살을 반사하고 밤에는 LED 조명과 함께 반짝인다. 섭씨 1200℃의 용해된 유리를 파이프에 말아 입으로 불어서 만든 블로잉 기법으로 만들기에 164개의 유리 모래시계는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다.

 

기존 건물의 특징을 활용한 교육동의 독특한 데라코타 외관.

 

박원민 작가의 딸기 색깔 레진 데스크는 교육동 1층에 설치되었다.

 

바로 맞은편에는 이헌정 작가의 하늘빛 도자 안내 데스크와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이헌정 작가는 리셉션 데스크는 박물관의 얼굴이기 때문에 관람객에게 친근한 첫인상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제목은 정현종 시인으로 시에서 따온 ‘섬’으로 지었습니다. 이 작품이 조각과 공예 사이, 박물관과 관람객 사이에서 다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서울공예박물관에는 오브젝트9을 통한 3개의 안내 데스크와 유진경 소목장의 작품 등 총 4개의 안내 데스크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이는 박물관에 담장이 없고 6개의 건축물이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입구마다 안내 데스크를 설치한 결과다.

전시3동 1층의 안내 데스크는 유진경 소목장이 만들었고, 한창균 작가가 만든 대나무 의자들이 관람객에게 휴식을 선사한다. 한창균 작가는 담양에 있는 자신의 대나무밭에서 직접 채취한 대나무로 이 아름다운 의자를 만들었다. 의자마다 모두 짜임이 달라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직접 앉았을 때의 안락함도 크기 때문에 관람객의 인기를 모을 것 같다. 오가는 시민을 배려해 조경에도 많은 관심을 쏟았다. 공예에 주로 사용하는 재료인 옻나무, 대나 무, 소나무, 싸리나무를 중심으로 수국, 매화나무, 겹해당화 등이 사계절 내내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헌정 작가의 푸른색 도자 작품은 안내동 인포메이션 데스크로 사용한다.

 

과거 풍문여고의 운동장이었던 너른 광장에 배치된 도자 의자 30여 개는 이강효 작가의 작품이다. 매화나무와 겹해당화가 만발한 나무 아래 점점이 놓여 있는데, 제각기 다른 모양이라 흥미진진하다. 직접 배합한 흙으로 만든 분청 의자는 보기와 달리 매우 무거워서 성인 남성 3명이 들어도 옮기기 힘들 정도다. 교육동과 전시2동 사이에는 400년 된 은행나무 아래 이재순 작가의 돌 의자가 펼쳐진다. 이 문을 통과하면 늙지 않는다는 불로문 不老門 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돌문은 관람객에게 희망을 메시지를 전한다. “돌문은 당초와 꽃 문양을 수놓았고 계단식 조경 사이로 전국의 돌로 만든 의자를 놓아 화합을 표현했습니다. 제주도 검은 돌에서부터 마천, 경주, 보령, 원주 등 전국 각지의 돌 의자가 모두 다릅니다.” 돌 의자는 위가 약간 볼록해 빗물이 고이지 않으며, 아랫부분은 거친 돌의 질감이 살아 있으나 위로 올라갈수록 부드럽게 마감했다.

이외에도 최병훈 작가의 현무암 안내 데스크와 물푸레나무 수납장, 박원민 작가의 레진 안내 데스크, 김익영 작가의 도자 의자도 놓치지 마시라. 아무래도 일상에서는 아트 퍼니처를 사용하기가 어려운데, 박물관에서 나마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들의 작품을 가까이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다. 오는 7월 15일 개관을 기념해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자연에서 공예로> <자수, 꽃이 피다> 등 12개의 전시가 동시에 시작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정화 관장은 ‘공예는 동사 動詞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공예라는 것은 최종 결과물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과정과 기법, 재료와 장인 정신에 대한 이해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멀리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서울공예박물관에서 21세기 공예의 새로운 개념을 만 날 수 있게 되었으니, 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

 

 

이헌정, 최병훈, 김익영 작가가 각자 자신이 만든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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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화에 띄운 소망

서울 리빙 디자인 페어에서 만난 키네틱 아트, '풍화, 아세안의 빛'

서울 리빙 디자인 페어에서 만난 키네틱 아트, '풍화, 아세안의 빛'

코엑스에서 개최된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길게 붙잡았던 작품은 ‘풍화, 아세안의 빛’이었다.

 

코엑스에서 개최된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길게 붙잡았던 작품은 ‘풍화, 아세안의 빛’이었다. 위와 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는 키네틱아트 작품으로 밤하늘에 수십 개의 풍화가 떠 있는 듯한 몽환적인 연출이 인상 깊었다. 작품 자체가 움직이거나 움직임을 넣은 작품을 키네틱아트라고 하는데 동작에 대한 메커니즘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키네틱아트는 언제나 흥미롭다. 특히 이번 ‘풍화, 아세안의 빛’은 풍등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속도나 모양새가 거의 실제라고 느껴질 만큼 자연스럽고, 아래가 물이어서 작품이 반사돼 공간 전체가 모두 빛으로 꽉 찬 느낌이었다. 옛날 아시아 사람들은 풍등에 염원을 담아 하늘로 올리는 제의적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그런 제의적인 의미도 있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고, 천천히 조명이 켜지면서 위로 두둥실 떠오르는 풍등을 보고 있으니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요즘 같은 때에는 그저 건강하고 평온한 일상만으로도 감사하지만 야금야금 바라는 것이 계속 생기는 것이 현실이다. 천천히 오르고 내리는 풍등을 보며 그저 하루하루 무탈하기를, 그런 잔잔한 일상이 유지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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