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마다 새로운 것을 사 먹는다. 그 시작으로 스타벅스 나이트로 콜드브루를 마셨다.
점심을 먹고 슬쩍 스타벅스에 들렀다. 출시된 지 이틀 밖에 안된 나이트로 콜드브루를 마시기 위해서다. 숏과 톨, 그란데 사이즈 중 295ml의 숏 사이즈를 주문해보았다. 그랬더니 전용탭에서 바로 따른 커피가 테이크아웃 잔에 뚜껑 없이 담겨 돌아왔다. “빨대 없이 입술로 느껴보시라고…” 항의하듯 바라보니 점원은 살짝 수줍은 표정으로 답했다. 나이트로 콜드브루는 요즘 유행하는 질소커피다. 커피에 차가운 물을 천천히 떨어트려 장시간 추출하는 콜드브루에 고압의 질소와 이산화탄소를 넣어 만든다. 풍성한 거품은 질소가 커피에 닿아 생기는 서징 효과 Surging Effect로 인해 생기는 것. 기네스 맥주도 같은 방식으로 거품을 낸다. 거품을 제대로 느끼려면 빨대가 아닌 입으로 마시는 것이 좋다. 컵 속에서 폭포처럼 번지는 크레마의 움직임을 잠시 감상해 보았다. 흑맥주처럼 보이는 비주얼이었기에 대낮부터 왠지 “건배”를 외치고 싶었다. 입술에 부드러운 거품이 닿자마자 미끄러지듯 커피가 넘어갔고, 고소한 잔향은 입 안에 오래 남았다. 아메리카노처럼 깔끔한 맛이지만, 마치 라테를 마시는 듯 간지러웠다. 둘의 장점만 영리하게 취한 커피였다. 295ml에 5,300원이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얼음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갑은 쉽게 열린다. 반쯤 남은 커피를 들고 나와 직장인들이 와르르 쏟아지는 강남대로를 걸었다. 아이스커피를 들고 걸어도 느긋해지는 걸 보니, 아. 이제 진짜 봄이구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