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8대 명주라는 마오타이주를 샀다. 진짜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건대 앞 차이나타운을 거닐다 마오타이주를 한 병 샀다. 호기심에 중국 식료품 파는 가게에 들어갔고, 선반에 진열되어있던 마오타이주가 섬광처럼 눈에 띄었고,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품에 술병이 안겨 있었고…중국의 8대 명주라 불리는 마오타이주는 그렇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수수(고량)를 주원료로 하는 백주白酒는 숙성 기간에 따라 농(濃), 장(醬), 청(淸), 미(米) 등으로 나뉜다. 마오타이주는 간장 냄새가 나는 장향醬香형의 백주다. 15년산, 30년산, 50년산 등 그 종류만 해도 160여가지나 되는데, 에디터가 산 것은 2013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마오타이주를 샀다고 신이나서 떠들었더니, 술 좀 마신다는 지인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거, 짝퉁 아냐?” 그럴리가. 아무리 ‘메이드 인 차이나’라지만 그럴 리 없었다. 분명 에디터가 산 것은 1915년 샌프란시스코 만국박람회에서 최고의 술로 선정된, 닉슨 대통령의 환영 만찬 건배주로 나오기도 했던 그 마오타이주였다. 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할수록 미간의 주름은 깊어지고, 마음 속은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깊게 빠져들었다(중국 고위 공무원에게 선물 받았다고 해도 믿지 못할 것이 마오타이주의 진품 여부라는 말까지 있었다).
촬영차 만난 셰프에게 고민을 토로했더니 그는 부처처럼 넉넉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마오타이를 여러 번 먹었는데, 뭐가 진짠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가짜도 먹을만 할거예요. 가짜를 만들려고 해도 비싼 재료를 써야 하거든요. 야, 이거 진짜 맛없어, 가짜야. 이러는 사람들은 한 번도 못봤고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셰프는 에디터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콕 집어 해주었다. 그래. 이미 산 것을 어쩌겠는가. 양장피를 안주 삼아 귀여운 전용잔에 마오타이주를 따른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명주를 입에 털어 넣는다. 목이 타 들어갈 듯한 짜릿함 뒤에 깊은 간장 향이 오래 남는다. 흐뭇한 표정으로 양장피를 먹으며 중얼거려 본다. 에이, 이거 진짜 맞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