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이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인데, 왜 내가 살찌는가. 바닥에 나뒹구는 감자칩 봉다리를 바라보며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으니, 성장기인가? 이럴 때는 그냥 욕망에 충실하려 뷔페로 향한다. 뷔페는 스칸디나비아의 바이킹들이 널빤지에 술과 음식을 잔뜩 올려놓고 먹던 것에서 유래했다. 국립의료원 안에 있던 우리나라 최초의 뷔페가 ‘스칸디나비안 클럽’이었던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임대 계약이 끝나며 스모가스라는 이름으로 재오픈했다가 결국 아쉽게도 문을 닫았지만, 1958년부터 청어절임 같은 것을 내던 북유럽 스타일의 최전선이었다고 볼 수 있다. 뷔페는 한때 푸짐하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기호를 반영해 가짓수로 승부하던 때도 있었고, 샐러드 뷔페나 시푸드 뷔페 등 한 가지 음식을 특징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좀 먹을 줄 안다는 사람들은 호텔 뷔페로 향했다. 조선호텔 아리아, 신라호텔 더 파크뷰, 롯데 호텔 라세느…. 최근에 오픈한 호텔 뷔페는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컨셉트로 무장했다. 르메르디앙 서울에 위치한 셰프 팔레트는 애주가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유러피언 럭셔리 뷔페’를 표방하는데, 뷔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1인당 반병 꼴의 와인을 제공한다. 메뉴도 아뮤즈부쉬나 타파스 등 술에 어울리게 잘 구성되었다. 스페인식 대파구이인 칼솟타다를 내는 곳은 이곳에서 처음 보았다. 최근 리뉴얼하여 오픈한 JW 메리어트 서울의 플레이버즈 Flavors에 대한 반응도 좋은 편이다. 뷔페 음식은 주로 차게 식거나 오랫동안 불에 올려 적당한 조리 상태를 잃기 십상인데, 곳곳에 주문과 동시에 조리해주는 라이브 스테이션을 많이 두었다. 특히 피자를 꼭 맛보자. 이탈리아 베니스 출신의 페데리코 로시 셰프가 총괄을 맡아 본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먹어본다. 포크와 나이프로 양 어깨살과 안심, 치킨을 썬다. 한식 코너에서 서성이며 나만의 비빔밥도 만들어본다. 더 이상 못 먹겠다 싶을 땐 상큼한 초밥도 집어 먹는다. 디저트로 이미 터질 것 같은 배를 꾹꾹 눌러 채우곤, 나오는 길에는 미처 채 먹지 못한 것들을 떠올리며 미련을 떤다. 녹차 와플, 초코 케이크, 티라미수, 어혈교, 하가우, 매생이전, 문어테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