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있는 벽

표정 있는 벽

표정 있는 벽

밋밋한 벽을 장식할 수 있는 아이템과 함께한 비포&애프터.

BEFORE

1 강한 색감의 페인트를 바르기가 망설여진다면 위쪽은 무난한 색깔로, 아래쪽은 과감한 포인트 색깔로 칠하는 것도 방법이다.

회색 체크 패턴의 ‘코티 벤치’는 히로시 야지마의 디자인으로 보쿠즈에서 판매. 버건디 색깔의 페인트는 던 에드워드의 ‘가넷 이브닝’으로 나무와 사람들에서 판매.

2 바닥에 놓은 벤치 옆이 허전해 보여 오브제 겸 작은 테이블로도 활용할 수 있는 트렁크를 두었다. 트렁크 색깔과 맞춰 벤치 위의 쿠션도 연한 분홍색으로 골랐다.

벤치 위에 놓은 유기농 리넨 소재의 ‘몰리 미니 쿠션’은 짐블랑에서 판매. 구릿빛 장식이 클래식한 회색과 분홍색 트렁크는 에잇컬러스에서 판매.

3 트렁크를 활용해 오브제를 장식하고 따뜻한 느낌의 니트 무늬 쿠션과 질감이 돋보이는 러그를 깔았다. 동절기 인테리어에는 질감이나 무늬가 포근하고 아늑해 보이는 아이템을 고르면 공간이 따뜻해 보인다.

니트 조직이 실사 프린트된 ‘트위레 필로 플라밍고 쿠션’은 이헤베뜨에서 판매. 와이어를 이어 붙인 듯한 구조적 형태의 수납 바구니는 에잇컬러스에서 판매. 도톰한 텍스처가 돋보이는 ‘캐러멜 핑크 플래드 러그’는 이헤베뜨에서 판매.

4 이제는 벽을 장식할 차례다. 와인색의 붉은빛이 감도는 벽에 무채색이나 나무색 혹은 같은 붉은 계열의 아이템으로 매치해 장식했다. 프레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적절하게 섞어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

클래식한 뻐꾸기시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벽시계는 이헤베뜨에서 판매. 검은색 숫자 타이포의 포스터 ‘5678’과 자작나무 합판에 대리석 무늬가 인쇄된 ‘우든 일러스트레이션’은 에이치픽스에서 판매. 수작업으로 만든 나비 액자는 루밍에서 판매. 도기 재질의 흰색 우주선 모양 오브제는 짐블랑에서 판매.

AFTER

여름에는 벽을 시원하게 비우는 것이 보기 좋다면 겨울에는 아이템을 여러 개 매치해서 복닥거리는 느낌으로 벽을 풍성하게 꾸미는 것이 아늑하다. 대신 프레임이나 무늬가 비슷한 것보다는 벽의 색깔과 어울리는 것들로 자연스럽게 장식할 것.

세로로 건 흰색 잡지꽂이와 검은색 와이어 선반은 모두 메이즈 제품으로 루밍에서 판매. 타이포를 활용한 ‘m’ 포스터는 에이치픽스에서 판매. 와인색, 베이지색의 종이 수납 박스와 클립보드는 모두 에잇컬러스에서 판매. 황동 소재의 쟁반과 육각 기둥 연필꽂이는 짐블랑에서 판매. 숫자 1이 그려진 원형 쿠션은 짐블랑에서 판매. 기하학 패턴의 ‘헤븐리 허니 콤보 스툴’은 이헤베뜨에서 판매.

“계절이 바뀌면서 소소한 방법으로 집 안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면 벽에 장식을 더해보세요. 큰 가구를 사거나 바닥재를 시공하는 등의 방법보다 품은 적게 들면서도 신선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벽을 꾸미는 방법 중엔 액자나 선반을 걸거나 벽에 스티커를 붙이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어느 한 가지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아이템을 매치하는 것이 벽을 더욱 풍성하고 재미있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선반이나 잡지꽂이 같은 벽 고정 가구를 설치하고 계절에 따라 소품을 달리한다면 이색적인 벽 공간을 꾸밀 수 있어요.”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스타일리스트

김은희(세컨드 플로어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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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알고 싶다

그곳이 알고 싶다

그곳이 알고 싶다

<메종>의 해외 기사에 등장하는 리빙숍 정보가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잘 알려진 인테리어, 리빙 디자인숍 모음.

마가장 M1
‘마가장 M1 Magasin M1’은 프랑스의 가구 유통 업체 실베라의 이사인 폴 실베라와 LHLC 프레스 그룹의 설립자 로랑 데니제 드 에스트레가 합심해 오픈한 숍으로, 새로운 그래픽디자인의 출판물을 소개하고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자 한다. 주로 수작업으로 제작한 가구와 소품, 식기, 장신구 등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선보이며 알레시 등 유명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한다. 프랑스 디자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젊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면 센 강 근처에 자리한 마가장 M1을 방문해볼 것.
주소 34 Quai dchr(39)Austerlitz 75013 Paris
문의 +33-(0)1-76-77-34-82 www.facebook.com/MagasinM1

상투
1977년에 처음 오픈해 유럽의 컨템포러리한 디자인 제품을 소개해온 ‘상투 Sentou’는 ‘페리고의 나무’라는 가구 공장을 운영하던 로베트 상투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문을 연 부티크다. 이사무 노구치, 아릭 레비, 로낭&에르완 부룰렉 형제 등 유명 디자이너의 컬렉션은 물론 루시 카스 식기 등의 소품도 판매한다. 상투의 소속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하고 자체 제작한 가구와 식기, 조명 등 다양한 제품도 만날 수 있다. 파리 중심부인 라스파일 거리, 마레 지구, 쿠르셀 거리에 3곳의 매장이 있으며 온라인몰에서도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주소 26 Boulevard Raspail 75007 Paris
문의 +33-(0)1-45-49-00-05 www.sentou.fr

블랑 디보아
패션계 출신 디자이너인 모닉 피셔가 1994년 설립한 홈 데코 브랜드 ‘블랑 디보아 lanc d’ivoire’는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프로방스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나무로 만든 협탁, 의자, 선반, 헤드보드 등 다양한 가구가 있으며 조명, 액자, 향초 등 데커레이션을 위한 소품과 패브릭 제품을 매 시즌 새롭게 출시한다. 블랑 디보아는 프랑스 전역은 물론 네덜란드, 영국, 스페인, 독일, 한국 등 세계 각지에 진출했으며, 9개의 단독 매장과 그 외 600여곳의 인테리어 편집숍에 입점해 있다.
주소 25 rue de Saintonge 75003 Paris
문의 +33-(0)1-42-77-09-35 www.blancdivoire.com

카라반
패브릭을 중심으로 한 인테리어 제품을 취급하는 ‘카라반 caravane’은 편안하고 안락한 침실, 식당, 응접실 등을 연출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템을 제작한다. 고급 리넨으로 제작한 침구 컬렉션, 커튼, 쿠션, 러그 외에도 패브릭 소파, 태국에서 손으로 직접 만든 종이 전등, 촛대 등의 가구와 소품을 만날 수 있다. 카라반 본점 외에도 카라반 샹브르 19, 카라반 엠포리움, 라 메종 카라반 등 파리에만 4곳의 매장이 있으며 올해 초에는 런던의 뉴 캐번디시 스트리트에도 매장을 열었다.
주소 6 rue Pavée 75004 Paris
문의 +33-(0)1-44-61-04-20 www.caravane.fr

밀리메트르
인테리어 디자이너 로르 셰데가 2011년에 오픈한 키즈 편집숍 ‘밀리메트르 Milimétres’는 빈티지한 스타일의 유아용 가구와 조명, 장난감, 파티 용품부터 아기자기한 의류, 패션 소품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 영국의 패브릭 디자이너 브랜드 도나 윌슨, 감각적인 아동복 브랜드 보보 쇼즈, 미니 로디니, 아이들의 다양한 놀잇감을 선보이는 프랑스의 디자인 회사 오마이 Omy 등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밀톤 거리에 오프라인 매장이 있으며 온라인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주소 19 rue Milton 75009 Paris
문의 +33-(0)1-71-70-96-99 www.millimetres.fr

실베라
프랑스의 가구 유통 업체 ‘실베라 Silvera’는 B&B이탈리아, 카펠리니, 미노티, 모로소, 폴리폼 등 이탈리아의 명품 가구 브랜드와 오스트리아 사무용 가구 브랜드 베네 등 프리미엄급 가구 브랜드 제품을 수입, 판매한다. 단순히 가구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호텔, 사무 공간, 고급 주택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상담해주고 각 공간에 어울리는 고품질의 가구를 제안한다. 파리 곳곳에 12개의 쇼룸을 운영하고 있으며 8곳은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편집숍으로, 나머지 4곳은 B&B이탈리아, 카펠리니, 맥살토, 폴리폼의 단독 브랜드숍으로 마련했다. 온라인숍도 운영하고 있으니 참고할 것.
주소 58 avenue Kléber 75116 Paris
문의 +33-(0)1-53-65-78-78 www.silvera.fr

체&체 아소시에이트
1991년 설립한 소규모 스튜디오 ‘체&체 아소시에이트 Tsé&Tsé associées’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물건에서 특별함을 느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다. 특유의 명랑함과 빈티지한 감성으로 개성 넘치는 디자인의 가구, 조명, 화병, 식기 등을 선보이며 유럽 전역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리빙숍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생 로슈 거리에 있는 체&체의 부티크에서도 제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올해 11월에는 마레 지구 4번가에 2호점을 연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방문해보길.
주소 7 rue Saint-Roch 75001 Paris
문의 +33-(0)1-42-61-90-26 www.tse-tse.com

플뤼
파리의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플뢰 Fleux’는 펌 리빙, 헤이, 노만코펜하겐, 하우스 닥터, 블루밍 빌레, 올라 카일리, 지엘드 등 유럽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리빙 브랜드를 총망라하고 있다. 가구와 조명, 화병, 쿠션 등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은 물론 시계, 목걸이, 신발 등 패션 아이템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기념품이나 선물을 구입하기 좋다. 마레 지구 뒤 매장을 비롯, 총 4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모두 한 골목에 몰려 있어 찬찬히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 듯.
주소 39&52 rue Sainte Croix de la Bretonnerie 75004 Paris
문의 +33-(0)1-42-78-27-20 www.fleux.com

아셈블라주. M
건축가 프랑수아 무라치올이 설립한 ‘아셈블라주. M Assemblage. M’은 종이, 목재, 철 등의 재료를 다양하게 조합해 새로운 조형을 찾아내는 데 집중하는 디자인 사무소다. 사다리와 흡사한 라디에이터, 쿠션을 놓아 소파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등받이와 사이드 테이블을 탈착할 수 있는 모듈형 침대, 원형 샤워 부스, 모듈형 수납 가구 등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제품을 디자인하며 주문하면 맞춤 제작해주는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아셈블라주. M의 홈페이지에서 주문서를 작성하면 견적을 알려준다.
문의 www.assemblage-m.com

에디터 최고은

CREDIT
어느 자동차 디자이너의 집

어느 자동차 디자이너의 집

어느 자동차 디자이너의 집

자동차를 사랑하는 디자이너가 용인 동백지구에 자신의 집을 지었다.
디자인부터 설계, 시공까지 도맡은 여진협·박재선 부부의 첫 번째 단독주택이다.

↑ 부부가 만든 집 모형. 실제 자재와 가까운 색깔을 사용하는 등 실물에 근접하게 만든 추억의 모형이다.

집을 짓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천편일률적인 구조의 아파트에서 산다는 것이 불편했어요. 많은 돈을 주고 그런 아파트를 구입하고 싶지도 않았죠. 외국에 머물 기회가 두 번 정도 있었는데 그때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동네 선정은 어떻게 했나요? 조용하고 예쁜 동네인 것 같아요.
판교 쪽도 알아봤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맞지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용인 동백지구에 나온 땅을 보게 됐어요. 대지 면적은 211m² 정도인데 동네가 조용하고 앞에 놀이터가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직장에서도 멀지 않고요.

↑ 코티지 하우스처럼 아늑한 느낌으로 꾸민 1층 거실. 천장 높이에 차이를 주고 사선 방향으로 설계한 거실이 이국적인 분위기다.

직업이 자동차 디자이너인데 집을 설계했다니 의아해요.
자동차 디자이너 겸 예전에는 레이서이기도 했어요. 자동차를 참 좋아하는데 결국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것과 집을 설계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워낙 건축에도 관심이 많았고요.

자동차는 움직임을 위한 수단이고 집은 고정된 건물으로 전혀 다르지 않나요?
저는 집이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해에 따라서, 바람에 따라서 내부가 수시로 바뀌잖아요. 자동차 디자인에서 중요한 단열, 방수, 비례 등이 집을 디자인할 때도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 자신 있었어요.

1 재봉틀로 패브릭 제품을 만드는 아내의 작업실. 코스터부터 작은 인형까지 아내의 작품이 집 안 곳곳에 놓여 있다. 2 아내의 작업대 옆에 있는 남편의 서재. 조만간 서재 가구도 직접 디자인해서 만들 계획이다.

그래도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아요.
집을 짓는 데만 1년이 걸렸어요. 스케치를 한 후 자재를 정하고 모형도 만들어서 해의 방향에 따라 어디에 그림자가 생기는지도 확인했죠.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건축설계사가 꼭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설계사에게 스케치를 기본으로 한 캐드 작업 등을 부탁드렸고 감리는 우리 부부가 직접 했어요. 외관의 나무 패널에 오일을 섞어서 발라 색을 내기도 하고 문 높이, 창호와 천장의 비례 등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 집 안으로 들어서면 왼쪽에 위치한 휴식 공간이 보인다. 그곳에서 낮잠도 자고 운동도 한다.

완공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들었어요.
완공 후 바뀐 부분이 꽤 많아요. 지금도 진행 중이고요. 일례로 1층 거실 벽도 중간 부분은 벽돌이 없었던 것을 재시공했고 부엌에서 거실로 내려가는 계단의 방향도 잘 맞지 않아서 다시 시공했어요.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죠.

그럼 시공사 결정은 어떻게 했나요?
인터넷을 통해 타일이나 바닥 벽 등 각 분야의 시공팀을 알아보고 따로 불렀어요. 보통 일은 아니었어요. 이직을 위한 휴직 기간 동안 제가 현장 감독을 했거든요. 아내도 현장에 매일 나와 있었고요. 도면과 다른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다시 시공했어요. 그래서 1년이나 걸렸던 것 같아요. 스위치나 경첩, 호스 같은 하드웨어는 외국 출장이 잦은 제가 나갈 때마다 좋은 것으로 사왔어요.

↑ 1층 거실이 음악을 듣는 공간이라면 2층 거실은 TV도 보고 부부가 쉴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다.

정말 공을 들인 집이네요. 어떤 부분을 신경 써서 지었나요?
아내가 걱정했던 난방 문제는 단열과 방수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서인지 겨울에도 추운지 모르고 지냅니다. 1층에 있는 벽난로도 난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요. 스튜디오처럼 여유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또 식탁이나 오디오 랙, 주방 가구도 직접 제작해서 볼 때마다 집에 대한 애착이 커지고 뿌듯함도 느껴요.

그러고 보니 부부가 사는 집인데 다양한 부실이 있네요.
1층에는 거실과 주방 그리고 휴식 공간이 있어요. 휴식 공간은 마당을 마주 보고 있는데 낮잠도 자고, 운동도 하는 공간이죠. 한여름에는 방충망만 내리고 자기도 했는데 정말 시원하더라고요. 1층 거실은 음악을 듣기 위한 공간으로 벽난로가 있어서 겨울에 한층 운치가 있어요. 뒤쪽으로 지하실과 차고로 연결되는 부엌이 있고요. 2층에는 아내와 저의 서재 겸 작업실, 침실, 세탁실이 있어요.

↑ 프랑스에서 구입한 심플한 나무 침대가 놓인 부부 침실.

집에 놀러 온 사람들이 신기해할 것 같아요. 비전문가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했으니까요.
인테리어 업체부터 동네 주민 등 집을 보고 싶다며 벨을 누르는 분들이 많아요. 대부분 집이 예쁘다며 칭찬하지만 둘이 사는데 집이 너무 크지 않느냐, 방은 왜 침실 하나만 있는가에 대해 얘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우리 부부는 집에 놀이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남편이 지하실에 공방을 만들었다면 저는 2층 작업 공간에서 재봉틀로 이런저런 패브릭 제품을 만들거든요.

예전부터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있었나요?
어떤 공간이든 호기심을 유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집 안으로 들어와도 마당이 바로 보이지 않아요. 공간마다 높이에 차이를 줘서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고요. 그 작은 차이가 분위기를 다르게 만들거든요. 또 아내가 아파트 생활을 할 때 이불을 털거나 빨래를 너는 것을 힘들어했어요. 건조대는 늘 거실에 나와 있기 일쑤였고요. 그래서 다림질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세탁실을 만들었어요. 파리에서 살 았던 집은 변기가 놓인 공간과 세면 공간, 욕실이 완전히 분리돼 있었는데 편하고 쾌적하더라고요. 그런 부분도 반영했죠.

↑ 만드는 걸 즐기는 남편을 위한 지하실. 차고와 이어지는 공간으로 남편의 취미를 위한 놀이터나 다름없다.

집 안을 채운 가구나 소품들은 이전에 사용하던 것들인가요?
거의 대부분 쓰던 것들이에요. 갖고 있는 것에 맞게 아내가 인테리어를 했어요. 저는 주로 구조나 동선, 외관을 신경 썼고요. 둘 다 빈티지한 느낌을 좋아하고 색깔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외관도 자연에 가까운 색깔과 소재를 썼고 내부도 오래 살아도 지루하지 않도록 중성적인 색깔의 아이템이 많아요.

마당이 적당한 크기여서 참 좋네요.
근처에 집 짓는 현장이 있으면 궁금해서 가보거든요. 정말 말도 안 되게 시공하는 현장도 많아요. 단독주택의 묘미는 마당에 있는데 현관을 너무 크게 만들거나 면적 계산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마당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 걸 보면 좀 아쉽더라고요. 마당이 있으니까 자주 다녔던 캠핑도 뜸해질 정도예요. 마당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화초도 가꾸고 소일거리도 생기니 캠핑 못지않은 즐거움이 있네요.

↑ 마당에서 본 휴식 공간. 차곡차곡 쌓은 장작과 아웃도어 가구가 운치 있다.

공방처럼 사용하고 있는 지하실과 차고도 인상적이에요.
미국에서는 개러지, 즉 차고랑 부엌이 그 집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만드는 걸 좋아해서 공방처럼 꾸민 지하 작업실과 차고가 이어지도록 설계했어요. 차고에서는 부엌으로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장을 본 것을 차에서 꺼내서 바로 부엌으로 올라갈 수 있어서 참 좋아요. 2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는 넉넉한 차고와 지하실이 저에겐 놀이터예요.

실제로 집을 지어보니 소감이 어떤가요? 아쉬운 점은 없나요?
아쉬운 점은 살면서 계속 생겨요. 1층 거실에 장작을 보관하는 공간을 사선 방향으로 만들었으면 더 아늑했겠다 싶기도 하고 복도 같은 공간은 넓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결국 무의미한 데드 스페이스가 생기거든요. 또 집을 너무 크게 짓는 것보다는 가족에게 꼭 필요한 공간만큼 짓는 것이 좋고요.

1 실제 집을 지을 때 사용한 외관 패널과 망치. 부부에겐 소중한 추억의 물건이다. 2 할로윈데이를 기다리며 직접 속을 파서 만든 호박 랜턴. 3 친정아버지가 사용하다 물려주신 빈티지 카메라. 4 차를 좋아하는 남편의 소장품인 빈티지 플라모델 자동차.

앞으로 공간에 변화가 있을까요? 계획이 있는지요?
도예를 배우고 있는 아내가 지하실에 가마도 놓고 물레질도 할 수 있는 코너를 꾸미고 싶어해요.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집을 지어본 경험을 살려서 게스트하우스나 작은 부티크 리조트 같은 걸 지어보고 싶어요. 사는 사람을 배려한 디자인의 리조트요. 아내가 만든 패브릭 제품부터 도자기나 그릇 등도 함께 전시하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집을 지으려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저희 집은 화려하거나 최고급 자재만을 사용한 것은 아니에요. 가구나 조명 중에는 이케아 제품도 있고 직접 만든 가구도 많아요. 중요한 것은 비용을 얼마를 들였는지가 아니라 그 비용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가에 있는 것 같아요. 또 일생에 한 번도 짓기 어려운 것이 집인데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 조용하고 평온한 용인 동백지구에 위치한 여진협·박재선 부부의 집. 2 마당이 생기면서 아내가 정성스럽게 가꾸는 크고 작은 식물들.

에디터 신진수│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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