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고 간결한 것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만나 부부가 됐다. 단순하면서도 심심하지 않은 공간을 원했던 부부의 바람으로 완성된 둘만의 보금자리.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건 북유럽 스타일의 다이닝 공간.
윤호섭, 유혜림 씨 부부의 집 인테리어 공사는 윤호섭 씨의 부모님으로부터 시작됐다. 같은 건물 아래층에 사시는 부모님이 몇 년 전 제이스플랫 이해진 실장에게 집 공사를 의뢰했지만 사정상 공사를 하지 못했고 시간이 흘러 아들이 신혼집을 꾸미게 됐을 때 다시 제이스플랫을 찾은 것이다. 지금의 신혼집은 아들인 윤호섭 씨가 혼자 살던 집이었다.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 거의 꾸미지 않았고 공간도 처음 구조 그대로였어요. 결혼하면서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 사는 집을 만들고 싶어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게 됐어요.” 부모님과의 인연으로 제이스플랫 이해진 실장을 만난 부부는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공사를 진행했다. 집 전체를 손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화장실부터 방의 구조, 부엌 등 이전 집의 자취는 거의 사라지고 신혼부부를 위한 새로운 집으로 거듭났다. 윤호섭 씨는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보일러실이 사라졌다는 거예요. 집 안으로 들어오면 오른쪽에 보일러실이 있어서 거실과 주방이 답답해 보였거든요”라며 대대적인 공사를 감행한 끝에 비로소 널찍한 주방과 거실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현관 신발장 맞은편은 하얀 벽처럼 보이지만 실은 보일러실과 세탁실로 향하는 문이 숨어 있다. 이해진 실장은 현관 오른쪽에 보일러 기기와 세탁기 등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문을 현관 벽처럼 보이도록 깔끔하게 마감했다.
덕분에 넓어진 공간에는 일자형 부엌 시스템과 아일랜드 식탁을 설치해 거실과 부엌이 막힘없이 시원해 보인다. “보일러실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집 안이 환해졌어요. 벽은 페인트와 분사 스프레이를 사용해 매트한 질감으로 마감했고 바닥도 전부 원목 마루로 다시 깔았어요. 또 거실과 부엌 쪽 천고를 높이고 유리창을 내서 자연광을 끌어들였어요.” 이해진 실장은 페인트 마감 시 도장 후 롤러로 한 번 더 칠해야 나중에 다시 페인트를 발라도 티가 나지 않고 깨끗해 보인다고 전했다.
서로 다른 소재와 색상의 의자, 소파를 매치한 거실. 창가에는 부부가 좋아하는 인형을 두었다.
부엌과 거실에는 무토, 헤이 등 북유럽 브랜드의 가구를 배치했다. 간결한 것을 좋아하는 부부의 취향을 반영해 실용적이고 심플한 디자인의 식탁과 의자를 두고 경사진 천장이 아늑한 느낌을 주는 거실에는 포인트로 파란색 거스 소파를 두었다. “장식이 과하지 않은 가구 위주로 골랐어요. 색깔도 화려하지 않은 것들이죠. 대신 패브릭, 가죽, 나무 등 소재를 조금씩 달리해 밋밋하지 않은 공간을 연출했고 비트라의 포텐스 조명을 벽에 달아 거실 공간을 여유롭게 활용했죠.” 이해진 실장은 부부의 취향을 반영해 가구를 일일이 직접 골라 배치했는데 이에 대한 부부의 만족도가 높았다. “가구나 소품 보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집을 꾸미려면 전체적인 분위기도 고려해야 하잖아요. 처음 인테리어 공사를 해서 그런지 어떤 가구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막막해서 실장님께 대략적인 스타일을 설명했어요. 그런데 저희 부부의 취향에 꼭 맞는 가구와 조명이 와서 놀랐고 마음에도 들었죠.” 유혜림 씨가 가구를 고르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1 안방 침실에서 바라본 드레스룸. 파우더룸을 사이에 두고 침실과 드레스룸이 이어져 있다. 2 디퓨저, 달력, 꽃병 등으로 장식한 침실 옆 선반.
보일러실이었던 공간에 널찍한 일자형 주방이 생겼다. 스테인리스 소재로 모던하게 마감했다.
부엌을 제외한 방 구성도 크게 달라졌다. 원래는 방이 네 개였는데 둘이 사는 데 그렇게 많은 방이 필요하지 않았기에 애매한 크기의 방을 터서 활용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네 개였던 방은 두 개가 되었지만 동선과 방의 쓰임새를 고려한 효율적인 공간이 되었다. 부부는 서재와 침실, 침실과 이어진 드레스룸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지저분해 보이기 쉬운 드레스룸을 안쪽에 배치하고 파우더룸과 안방을 연결해 편리하고 깔끔한 공간을 완성했다. 침실도 부부의 취향을 반영해 나무로 만든 침대만을 단출하게 두었다. 잠들기 전까지 만지작거리게 되는 휴대폰이나 충전기를 올려둘 작은 공간을 헤드보드 쪽 벽에 마련하고 벽은 짙은 회색으로 칠해 안정적인 느낌을 주었다.
침실 헤드보드 쪽 벽에는 작은 수납공간을 만들어 실용성을 더했다.
다른 방과 달리 철제 문과 프레임으로 포인트를 준 서재.
컴퓨터를 하거나 책을 보는 서재 입구 쪽은 망입 유리를 넣어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인상을 주었고 두 사람이 함께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가로로 긴 책상을 두었다. 테라스와 방 사이의 복도가 넓지 않은 편이어서 벽이었다면 좁고 답답해 보일 수 있었지만 중간에 망입 유리를 넣음으로써 답답함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또 전구 형태의 펜던트 조명을 여러 개 달고 다른 방과 달리 철제 문을 달아 서재가 주는 딱딱한 느낌을 탈피했다. “또 하나 공을 들인 공간은 현관에서 부엌으로 이어지는 벽이에요. 다른 벽은 깔끔하게 흰색으로 마감했지만 이 벽만큼은 벽돌 무늬로 시공하고 스폿 조명을 달아 조명이 비치는 곳에 작품을 걸었어요. 일러스트레이터 박정아 작가의 작품인데 원래 액자로 나오는 작품이 아니거든요. 시리즈로 내용이 이어지는 작품이 마음에 들어 작가에게 부탁해 액자로 만들었죠.” 이해진 실장은 오래전에 닿았던 인연의 고마움을 신혼집에 정성껏 풀어냈다. 하얀 벽과 각진 천장이 얼핏 보면 차갑게 보일 수 있지만 침실 헤드보드 위에 올려둔 부부의 사진, 거실 창가를 장식한 인형,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장식한 침실 옆 선반에서 신혼집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레노베이션을 통해 생긴 여유롭고 하얀 여백은 앞으로 신혼의 달콤함으로 촘촘히 메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