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모던, 빈티지 등 다양한 스타일이 모노톤으로 통일감을 이루며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집.
강렬한 색채와 과감한 시도로 패션 브랜드의 쇼룸 인테리어를 담당해온 바운더리 디자인의 홍혜진 실장. 얼마 전 한남동으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의 집을 찾았는데 절제된 색감에 차분한 분위기가 예상 밖이었다. 단조로울 것 같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개성 강한 소품들이 눈에 띄었다. 또 클래식, 인더스트리얼, 모던에 키치한 스타일까지 다양하지만 의외로 잘 어우러지는 모습에 놀랐다. “작업할 때는 화려한 색감을 자주 쓰지만 원래는 어두운 톤을 좋아해요. 제 취향은 한 가지 스타일에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죠. 다만 여성적인 느낌이 드는 프로방스풍이나 거친 느낌이 드는 핸드메이드 제품은 피했어요. 세련되고 시크한 느낌을 내고 싶었거든요.” 또 그녀는 요즘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집에 하나쯤 가져다 놓는 북유럽 디자인의 가구와 소품은 피했다. 검정과 흰색으로 치장했지만 전형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다.
“한남동에 사무실이 있는데 이사할 즈음이 되어 근처로 오게 되었죠. 지은 지 10년 정도 된 69m² 크기의 빌라인데 양쪽에 베란다도 있어 함께 지내는 반려묘 달이와 지내기에 제격이에요.” 홍혜진 실장은 인테리어 업종에 몸담고 있는 만큼 사는 집을 항상 손보고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결혼하기 전에 마음껏 해보자 싶어 한껏 자신의 취향대로 꾸몄다. 안방과 서재의 바닥재를 검은색 마루로 선택하고 걸레받이 몰딩과 천장 몰딩, 문과 창호를 모두 같은 색으로 맞춘 것. 하얗게 칠한 벽과 천장이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그래픽적인 인상을 주었다. “직선의 각을 맞추는 것에 예민한 편인데 몰딩과 문 색깔이 통일되지 않으면 공간이 정돈되어 보이지 않더라고요. 전에 살던 집은 몰딩과 문, 창호를 모두 회색으로 칠했더니 붕 뜨는 느낌이 들어서 이번에는 무게감 있는 검정으로 골랐죠.” 그녀는 가구와 소품을 고를 때 브랜드를 따지기보다는 얼마나 끌리느냐에 따라 결정하고 저가와 고가 제품을 적절히 섞어 멋을 낸다. 욕실 앞에 둔 화장대는 방콕에 살 때 구입한 이케아 제품으로 본래는 주방에서 쓰는 철제 팬트리라고. 온라인으로 저렴하게 구입한 원형 식탁은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검은색으로 칠해 사용하고 있다. 조명은 더욱 고심해서 고르는 편. 식탁 위에 설치한 펜던트 조명은 한 달 전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가 도쿄의 빈티지 거리인 메구로 지역에서 구입했고, 서재의 천장 등은 진짜 공장에서 쓰는 산업 등으로 2년 전쯤 부산에 있는 조명 공장에서 공수해온 것이다.
그녀의 집은 다른 가구와 소품의 색상을 절제했기에 약간의 색채만 더해도 유독 강렬해 보였다. 키티버니포니에서 구입한 커튼 옆에는 비슷한 색상의 그림을 놓아 거실에 포인트를 주었고, 서재에는 친하게 지내는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CMYK의 멤버들이 생일 선물로 주었다는 그림을 두었는데 대범한 터치와 색상이 주목도를 높인다. 온통 검정과 흰색이라면 부족하거나 허전한 느낌이 들 법하지만 여러 가지 요소가 적절히 버무려지며 그녀만의 공간이 완성되었다.
주방 | 타일을 붙이는 게 번거로워 벽면 전체에 스레인리스스틸 판을 부착했다. 또 기존 주방 가구를 그대로 써야 해서 수납장을 회색으로 칠하고 손잡이를 교체했다. 원형 식탁은 저렴하게 구입했는데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 까만색으로 칠했다.
1 안방 | 퀸 사이즈 침대 하나로 꽉 들어찬 안방. 바닥과 침대 프레임은 검정, 벽과 천장, 침구색이 모두 흰색으로 단순화시켜 좁거나 복잡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2 거실 | 거실을 자유로이 누비는 달이는 6년 전 데려온 길고양이다. 고양이마저 검은색과 흰색이라는 것은 공교롭다.
서재 | 홍혜진 실장이 집에서 작업을 하는 공간. 선반과 수납함은 검정으로 통일해 산만함을 없앴다.
1 거실 | 키티버니포니에서 구입한 화려한 커튼이 어두운 톤 일색인 거실을 화사하게 만들어준다.
2 침실 | 한눈에 반해 구입했다는 사이드 테이블과 포르나세티의 세라믹 수납함이 모노톤의 공간에 위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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