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레오니 알마-마송이 개조한 오래된 복층 아파트. 여행을 좋아하는 독신남 집주인 조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블루 컬러를 가미해 시크하게 완성했다.
금속판을 접어 만든 계단이 레드 카펫처럼 펼쳐지며 두 개의 층을 연결한다. 계단 옆쪽 벽에는 조명을 매입했고, 거실에는 미셸 뒤카로이 Michel Ducaroy가 리네 로제 Ligne Roset를 위해 디자인한 파란색 소파 ‘토고 Togo’를 놓았다. 앞쪽으로는 침실이 보인다. 베개 커버는 소사이어티 Society, 침대 커버는 카라반 샹브르 19 Caravane Chambre 19 제품.
이 집의 ‘before’ 사진을 보면 ‘after’가 나오기까지 정말 끝도 없는 상상력을 발휘했어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닥에는 온통 양탄자가 깔려 있고 흰색 벽은 석회칠이 되어 있으며 문과 들보에는 갈색의 호두 껍질로 만든 염료가 칠해져 있었다. 완곡하게 표현하자면 이런 답답한 데커레이션 때문에 60㎡의 공간이 제 빛을 발하지 못하고 묻혀 있었다. 하지만 이 아파트가 파리 중심부인 생-쉴피스 Saint-Sulpice 구역에 있다는 점은 집주인 조엘 Jool에게 대단히 중요한 요소였다. 또 젊은 건축가 레오니 알마-마송 Leonie Alma- Masson에게도 재미있는 도전이었는데, 그는 특히 복층 구조에서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다. 먼저 각 공간을 새롭게 배치하고 벽을 허물어 넓은 공간감을 살리고 빛의 중요성을 되찾아주었다. 현관이 있는 작은 공간은 원래 쓸모가 없었는데 벽난로로 난방을 하는 거실로 만들었으며, 그 옆에 있는 침실은 흰색 벽에 호두나무로 포인트 벽을 만들어 조화를 이뤄냈고 리넨 커튼을 달아 따스한 느낌을 냈다. 공간은 결국 어떤 인상을 주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늑한 분위기를 내는 데 가장 신경 썼다.
두 개의 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아래에 장작을 보관할 수 있도록 작은 수납장을 만들었다. 이 짙은 철제 계단은 흰색 벽과 만나 그래픽적인 느낌을 선사하는데 드레스룸과 샤워실, 벽장에 설치한 검은색 떡갈나무 문도 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집주인은 깔끔한 분위기를 원했지만, 갖가지 사연을 가진 수십 개의 오브제와 다양한 소재의 맥스매치로 공간이 풍성해지는 것은 괜찮았다. 바깥세상을 사랑하고 특히 범선을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조엘은 ‘쓸모 없어 보이는 어떤 것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가구는 가장 트렌디하고 정말 좋아하는 것만 선택한다는 원칙 아래 구입했다. 그가 물건을 빼곡히 배치한 유일한 공간은 아주 좁은 테라스.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이 공간에서 그는 친구들과 함께 열린 하늘을 감상한다. 생-쉴피스 성당 종탑의 그늘을 누리면서 말이다.
현관에 설치한 미닫이문은 기능적인 공간을 감춰준다. 계단의 그래픽적인 선과 아가트 메이 Agathe May의 판화 작품이 눈길을 끈다. 브르고뉴산 돌이 샤워실에 밝고 예쁜 복숭아 톤을 부여한다. 복층 통로에 있는 스툴 ‘버터플라이’는 소리 야나기 Sori Yanagi가 디자인한 것으로 비트라 Vitra 제품.
노엘 뒤쇼푸르-로랑스 Noel Duchaufour-Lawrance가 디자인한 치나 Cinna의 노란색 패브릭 소파 ‘오토만 Ottoman’과 파란색 암체어 ‘토릴 Toril’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나눈다. 흰색 벽에 제라르 트라캉디 Gerard Traquandi가 애쿼틴트 기법으로 제작한 판화 작품이 걸려 있고, 밝은 떡갈나무 바닥에는 장-파트리스 울몽 Jean-Patrice Oulmont의 토템 조각을 놓았다. 원형 테이블은 놀 Knoll 제품. 바닥에 놓은 조명은 조나 타가키 Jonah Tagaki가 디자인한 ‘팁-톱 Tip-Top’으로 라 샹스 La Chance 제품. 안쪽으로 보이는 부엌 문은 접이식이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닫을 수 있다. 금속 천장 등은 아틀리에 아레티 Atelier Areti. 블로잉 기법으로 만든 유리잔은 더 콘란 숍 The Conran Shop 제품.
20세기 초에 활동한 여성 건축가 에일린 그레이가 1923년 자신의 빌라 E-1027을 위해 디자인한 태피스트리 ‘클라시쿰 Classicum’을 깔아놓은 1층. 여기서부터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 ‘메자닌 Mezzanine’의 금속 난간까지 이어지는 로열 블루는 두 개의 층을 연결하는 색상이다. 책상 아래쪽으로 보이는 아래층의 리넨 커튼 뒤로 침실이 숨어 있다. 1층 거실에는 다 로차가 디자인한 암체어 ‘파울리스타노’와 프랑수아 아장부르 Francois Azambourg가 디자인한 그릴 형태의 아웃도어용 테이블이 놓여 있다.
테라스 안쪽 벽은 기하학적인 패턴의 시멘트 타일로 마감했다. 타일은 모자익 델 쉬르 Mosaic del Sur 제품. 날씨 좋은 날이면 페르몹 Fermob 테이블에 세드릭 라고가 디자인한 로셰 보보아의 세라믹 스툴을 놓았다. 휴대용 조명 ‘메이데이 Mayday’는 콘스탄틴 그리치치 Konstantin Grcic가 디자인한 것으로 플로스 Flos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