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 폴과 함께 살고 있는 스타일 디렉터 곽지아의 집은 나른한 오후 햇살이 잘 어울리는 빈티지한 감성의 사람 냄새 나는 집이다.
1 조용하고 느긋한 부암동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스타일 디렉터 곽지아. 2 그녀의 감성을 엿볼 수 있는 몇 권의 책들. 3 지인이 그려준 반려묘 폴의 모습. 4 서재에 둔 편안한 소파 위에는 그동안 모은 쿠션과 블랭킷을 올려두었다.
패션 매거진의 에디터였고 이제는 스타일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곽지아의 집을 찾았다. 놀이공원에서 볼 법한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부암동 골목길을 오르니 독특한 외관의 벽돌 건물 한 채를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이 건물의 2층에 살고 있다. 독립해 혼자 산 지 올해로 3년이 조금 넘은 그녀는 부암동의 분위기가 좋아서 집을 알아보게 됐는데 타지 사람에겐 여간해서 정보를 건네지 않는 이 동네만의 고집을 경험하기도 했다. “다행히 근처에 사는 지인이 부동산에 잘 얘기를 해줘서 집을 구할 수 있었어요. 집주인은 위층에 살고 있는데 오랫동안 살 사람을 구한다고 했고 집을 보고 나서 마음에 쏙 들었죠.” 오후에 찾은 그녀의 집은 반투명한 유리로 걸러져 들어오는 노란빛의 햇살과 빈티지한 가구와 조명이 어우러져 일본의 옛 가정집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특이한 ‘ㅑ’자 구조의 집은 세 개의 방과 한 개의 욕실로 이뤄져 있다. 전세로 들어왔고 상태도 좋았기 때문에 바닥과 벽지는 그대로 두었고 대신 형광등을 대신할 조명을 전선을 연결해 달았다.
1 빈티지 사이드 테이블과 소파를 둔 서재. 꾸미지 않은 듯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이 집의 포인트다. 2 지인이 그려준 자화상과 폴을 위한 작은 집, 그리고 탭 Tab 조명이 어우러진 서재. 3 굳이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달지 않아도 오후의 햇살이 아름답게 걸러져 들어오는 다이닝 공간.
“가구와 조명 등을 컬렉팅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의 집에 놀러 갔다가 마음에 드는 의자와 조명을 괜찮은 가격에 구입했죠. 워낙 일본을 좋아해서 그런 취향이 집 안에 반영된 것 같아요. 천편일률적이다 싶게 유행하는 북유럽 스타일은 저와 맞지 않았죠.” 이 집은 그녀 혼자 사는 집이 아니다. 반려묘인 고양이 폴과 함께 살고 공유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흰색 셔츠와 정장을 입은 것 같은 턱시도 고양이 폴은 이제 한 살이 된 룸메이트다. ‘야옹’ 소리를 내며 사뿐사뿐 집 안을 걸어 다니는 고양이와 오래된 건물의 창틀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이 묘하게 어울렸다. “집에 있는 시간을 좋아해요. 이렇게 촬영을 해도 되나 싶을 만큼 소박한 집이지만요. 디자인 아이템으로 집 안을 장식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때마다 필요한 물건을 취향에 맞게 골라서 집 안에 들였을 뿐이죠.” 별로 볼 게 없는 집이라는 그녀의 말은 겸손이었다. 유행이나 허세 없이 자신의 안목과 취향으로 매만진 그녀의 집은 사는 사람이 진정한 주인이 된, 자꾸만 이곳저곳 구경하고 싶은 공간이었다. 그래서 집을 꾸몄다는 표현보다 가꾸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기도 하다. 폴 앤 지아는 오직 둘만을 위한 공간에서 그렇게 살아간다.
1 침실 벽에 단 실용적인 스트링 선반. 2 천장에 매입된 형광등이 마음에 들지 않아 어렵게 설치한 아르텍의 펜던트 조명. 3 집 안에 들이닥친 낯선 이들 때문에 꼼짝없이 침대 아래로 몸을 숨긴 고양이 폴. 4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그녀의 주방에는 탐나는 재료와 도구들이 많았다. 5 곽지아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서재의 나무 책장.
1 폴이 좋아해주길 바라며 큰마음을 먹고 설치한 패브릭 소재의 캣타워.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 볼 때마다 아쉽다고. 2 집이 서향이라 오후에 침실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주로 침실 창가에 식물을 두었다. 3 깔끔한 원목 옷장처럼 보이는 자작나무 합판의 옷장을 둔 드레스룸. 옷장 사이를 연결해 간단한 화장대로 사용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