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기도, 안 고치기도 애매한 아파트. 컬러와 패브릭을 주재료로 틀을 깨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보다 수월하게 개성 있는 홈 드레싱에 성공할 수 있다. 바로 이 집처럼.
1 광주의 패피로 이름난 임애리 씨. 2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거실. 루이스 폴센 콜라주 조명을 비롯해 가리모쿠 60의 사이드 보드와 2인용 K체어는 비블리오떼끄에서 구입한 것이다.
박쥐란, 보스턴 고사리, 스파티필름 등 싱그러운 식물로 꾸민 공간은 보태니컬 가든이라고 이름 붙였다.
1 집주인의 자유로운 감성이 만든 개성 있는 거실. 2 작은 거실에는 아이들을 위한 가리모쿠 60의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3 세덱에서 구입한 원목 식탁 위로는 루이스 폴센의 PH 조명을 달았다.
전라도 광주에 사는 임애리 씨는 두 아이의 엄마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날씬한 몸매에 매력적이고 센스 있는 패션 감각을 갖고 있다. 가녀린 몸매를 강조한 드레스를 입고 촬영팀을 맞이한 그녀는 “아침부터 서둘러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제 집을 촬영한다니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돼서 밤잠도 설쳤어요. 이렇게 물어보는 게 촌스럽지는 않나요? 배는 고프지 않으세요?”라며 상대방의 안부를 살피고 자신의 걱정도 토로하는 모습이 참 곰살맞다.
평소 믹스매치 패션을 즐긴다는 그녀의 인테리어 감각에 틀에 박힌 정형화된 스타일은 어디에도 없다. 유행을 타고 있는 눈에 익은 몇몇 가구와 소품들이 보이지만 그녀의 방식대로 옷을 갈아입힌 인테리어는 패션 스타일을 투영한 듯 이 집만의 고유의 색깔로 물들어 있었다.
임애리 씨는 대학에서는 미술을 전공했고 현재 ‘녹원’이라는 회사를 운영 중이다.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진 작가나 새로운 디자이너를 발굴해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일로, 특히 감성을 자극하는 동화적인 모티프를 입은 작품이나 그래픽적인 작품을 선호한다. 집 안 곳곳에서 마주치게 되는 작품들이 그녀가 셀렉션한 것들이다.
1,2 양재영 작가의 작품 뒤로는 두 아이가 함께 쓰는 방이 있다. 아이가 있는 다른 집과 달리 어른용 침대 주변으로 동심을 자극하는 몇 개의 소품만으로 공간을 꾸민 것이 특징이다.
이사 와서 마감재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는 그녀는 멀쩡한 것들을 해체하는 레노베이션 대신 합리적인 홈 드레싱이 해답이라는 결론을 냈다. “대리석과 석재, 체리색 원목이 군데군데 마감되어 있었어요. 체리색 마감재를 페인팅하면 새로운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벤자민무어에서 구입한 블루색 페인트를 주문해 셀프로 칠했어요. 한번 하겠다고 결심하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편이라 별 고민 없이 페인트 붓을 들었다가 4일을 꼬박 어깨를 두드리며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하.”
거실은 마치 작은 정글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다. 빛이 잘 드는 베란다 창문 곁으로는 커다란 야자수와 옹기종기 모아둔 작은 가든이 햇살을 받아 싱그럽게 빛난다. 커다란 소파 앞으로는 제작한 대리석 테이블과 가리모쿠 60의 2인용 K체어를 배치해 아기자기함을 더했다. 대부분 소파 앞으로는 커다란 커피 테이블과 라운지 체어를 두거나 아니면 비우는 것이 정석처럼 여겨지는데 이 틀을 탈피한 것도 새롭다. 알록달록한 패턴 원단을 입은 쿠션과 페르시안 카펫은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는 소파 주변의 표정을 바꿔주는 주인공들이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건 소파 천장에 드리운 작은 망사 커튼. “소파에 앉아서 천장을 바라보면 스팟 조명 두 개가 보이는데 빛의 밝기를 조절할 수 없어 망사 원단을 주름 잡아 드리웠더니 바라봐도 눈이 부시지 않아 좋아요. 실용이 만든 독특한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요.” (웃음)
1 부부 침실과 연결되어 있는 욕실. 2 놀이방으로 들어가는 입구.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액자가 바닥에 놓여 있다.3 부티크 호텔 느낌으로 꾸민 부부 침실. 4 친정엄마가 물려주신 무형문화재 장인이 만든 옻칠 자개장이 부부 침실 한쪽에 놓여 있다. 아이들이 커서 결혼하면 물려줄 집안의 가보이기도 하다.
거실과 주방은 파티션처럼 드리워진 대리석 벽을 사이에 두고 나뉜다. 핫 핑크색이 마치 화려한 액세서리처럼 보이는 루이스 폴센의 콜라주 펜던트 조명 옆으로는 빈티지 탄로이 스피커를 배치했다. 주방 식탁은 결혼할 때 세덱에서 샀던 에스닉 크래프트 원목 식탁을 사용하고 있고 조명은 루이스 폴센의 PH5를 매치했다. “손님을 초대해 파티를 자주 즐겨요. 파티를 할 때도 흥을 돋우기 위해 곧잘 화려한 모습으로 변신하곤 하죠. 루이스 폴센의 조명은 밤이 되면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빛을 내뿜어요. 특히 콜라주 펜던트는 파티가 자주 열리는 우리 집에 딱 어울리는 액세서리 같은 아이템이라 고민 없이 구입했어요.”
이 집에서 안방은 보석 같은 곳이다. “1년 전 친정엄마가 물려주신 옻칠 자개 장롱과 화장대예요. 나중에 엄마의 얼굴처럼 보라고 하시면서 주셨는데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엄마가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 것 같아요. 저도 제 아이들이 컸을 때 물려주고 싶은 소중한 가구예요.” 한쪽에 침대가 놓여 있는 안방은 독특한 구조가 주는 색다름과 진한 녹색 페인팅이 어우러져 입식과 좌식 모두 어울리는 유니크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예전엔 옷을 입을 때도 남의 눈치를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우아한 여자들은 그녀들의 방식대로, 저처럼 터프한 여자들은 저만의 방식대로 표현하는 거죠. 집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유행하는 것을 똑같이 따라 하는 복사본 같은 집은 흥미롭지 않아요. 제 가족의 방식대로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고 즐기면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인생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