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즐기는 트리앤모리 이혜실 대표는 가구 배치나 소품 등을 끊임없이 바꾼다. 일상에 무료할 틈이 없다.
작은 가구와 소품으로 오밀조밀하게 채운 거실
유독 변화에 민감한 사람이 있다. 지루한 것을 싫어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을 접하며 스스로를 자극하는 것으로 기쁨을 얻는 이들.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인테리어 소품, 베딩, 그릇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리빙숍 트리앤모리의 이혜실 대표도 그런 사람이다. 4년 차 주부이자 삼식이, 수리 두 고양이의 집사이기도 한 그녀는 결혼 후 광진구 능동에 첫 집을 마련해 살다가 1년 전, 일산 덕양구에 있는 32평 아파트로 이사했다. “사무실은 동묘에 있어요. 여기서 한 시간 거리인데 전보다 멀어지긴 했지만 한적하고 공기 좋은 곳으로 가고 싶어서 여기로 오게 되었죠. 개인적으로 사업을 하다 보면 업무와 일상의 경계가 무너지기 쉽잖아요. 회사와 멀어지면서 오히려 균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렇다고 일과 가정을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었다. 트리앤모리에서는 그녀가 그린 일러스트도 판매하는데, 집에서 생활하다 이런 이미지로 꾸며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집에서 자주 작업을 하게 되었던 것. 대신 의무감이 아니라 즐겁게 하자는 게 그녀의 철칙이다. “작업실 책상도 원래 다른 곳에 있었는데 탁 트인 장소가 좋아서 거실로 옮겼어요. 거실 구조는 이사하고 서너 번은 바꾼 것 같네요.” 주방과 이어지는 거실은 작은 냉장고를 수납할 수 있는 파티션 벽 너머의 작은 복도와도 연결된다. 아파트가 지어질 당시 정해져 있던 식탁 자리에 원형 테이블을 놓았는데, 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다 보니 답답한 기분이 들어 거실 창가로 이동했다. 얼마 전 새로 구입한 소파도 창을 바라보도록 배치했고 침대 옆에 놓았던 사이드 테이블은 소파 앞으로 옮겨 커피 테이블로 사용하고 있다. “거실이면 거실, 주방이면 주방, 이렇게 정해진 대로 썼는데 다양한 배치를 시도해보니 꼭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공간에 대한 관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심지어 침대를 거실로 옮겨볼까 싶은 마음까지 들었어요.” 배치를 이리저리 바꾸려고 할 때 큰 가구는 제약이 많다. 반면 작은 가구는 여러 개 모아서 큰 가구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틈새 공간에 두기도 좋아서 알차게 활용할 수 있다. 또 큰 가구를 구입하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하니 선뜻 구입하기에도 부담이 덜하다. 이 집이 넓지 않음에도 공간이 다채로워 보이는 것은 작은 가구들로 채웠기 때문이다.
1 거실과 이어지는 주방. 싱크대 하부장은 기존 나무색이었는데 회색 시트지로 리폼했다. 2,3 7년째 키우고 있는 러시안 블루 삼식이와 이혜실 대표. 4 소파 맞은편에 둔 원형 식탁.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바깥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5 얼반아웃피터스에서 직구한 전등갓. 6 스툴 위에 화분을 올려놓은 건 고양이 삼식이가 뜯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하우스닥터의 사다리 가구와 사이드 테이블 등과 식물을 어우러지게 놓아 침실을 싱그럽게 꾸몄다. 7 자주 사용하는 잡다한 물건을 정리하는 데는 작은 상자와 트레이만 한 게 없다.
가변성을 즐기는 그녀는 물건의 쓰임도 다시 보는데, 이케아에서 구입한 담요에 집게를 달아 냉장고를 가리는 커튼으로 쓰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온 집 안을 부산스럽게 돌아다니며 이리저리 가구를 옮기고 소품도 바꿔놓으면서 에너지를 발산하고, 다시 얻는다.
TV와 컴퓨터를 놓고 멀티미디어룸으로 사용 중인 작은방은 남편이 애정하는 공간. 낮은 가구로 안락하게 연출한 침실은 아내인 이혜실 대표가 좋아하는 장소다. 평소 잠자리가 예민한 그녀는 편안한 분위기를 위해 침대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만 바닥에 두었고, 그에 맞춰 선반도 낮게 달았다. 책이나 그림 등 소품도 바닥에 자연스럽게 놓았더니 훨씬 안정감이 느껴졌다. 침실과 이어지는 작은 베란다는 취미 삼아 키우는 식물들을 모아 작은 온실로 꾸몄다. 요즘 여러 식물을 키우면서 힐링을 얻고 있다.“트리앤모리를 운영한 지 5년이 되었어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위주로 해나갔는데 주류만 좇다보면 해외 브랜드나 대기업에서 만드는 물건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점점 나이 들면서 좋아하는 코드가 계속 바뀐다는 그녀는 집과 함께 성숙해지고 있었다.
8 유리병 안에 나무 조리 도구를 가지런히 정리한 모습마저 데커레이션이 된다. 9 이혜실 대표가 직접 그린 식물 일러스트. 실제 식물과 같이 놓으니 한결 생기 있어 보인다. 10 침대 옆에 달아놓은 노란색 선반이 청량함을 더한다. 11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만 놓고 그에 맞춰 가구와 소품을 낮게 배치했더니 안정감이 느껴진다.
12 거실 겸 주방을 가로지르는 벽 안에는 냉장고가 들어 있다. 오른쪽에 있는 복도는 두 고양이가 질주하는 놀이터다. 13 침대 안쪽에 자리한 작은 테라스는 작은 화분들을 모아놓고 온실처럼 꾸몄다. 14,15 TV와 컴퓨터를 놓은 작은방은 주로 남편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