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직접 설계하고 꾸민 집은 여느 신혼집과 달랐다. 감도 높은 스타일링과 색다른 소재의 선택을 보여준 105m²평 아파트를 찾았다.
전형적이지 않은 거실 구조 보통 TV가 놓이기 마련인 벽 쪽에 라운지 체어와 사이드 테이블을 두어 장식했다. 거실 창가에는 창문의 반 정도 높이로 수납장을 제작했다.
105m²의 이 집은 방 세 개, 화장실 두 개인 전형 적인 구조의 아파트다. 재미있는 것은 한 동짜리 아파트인데 호수에 따라 높이가 다르다는 것. 이 집은 그 호수에서 가장 높은 층이었다. 집주인 마미지 씨는 그동안 aA디자인뮤지엄, 모노콜렉션 등에서 근무하며 인테리어와 가구, 패브릭을 폭넓게 다뤄온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이제 막 독립해서 새로운 삶을 꾸리고 있는 그녀에게 신혼집을 직접 꾸미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공사를 하면서 천장을 철거했더니 높고 경사진 천장이 나왔어요.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다른 벽처럼 깨끗하게 도장하고 높이와 경사를 살렸죠.” 높은 천고를 갖게 된 이 집은 상업 공간 같은 독특한 느낌을 풍기는데, 전형적이지 않은 구성의 거실과 집 안에 사용한 자재 때문이기도 하다. 공사를 해서 거실 창문을 기존 높이의 반 정도로 만들었고, 그 아래는 수납장 겸 책장을 짜서 책과 식물, 좋아하는 오브제 등을 장식했다. “둘 다 TV를 잘 보지 않아서 거실에 TV를 없애고 대신 넓은 벽에 액자를 걸었어요. 집 안을 꾸미는 데 남편의 역할은 벽에 거는 액자를 고르는 거예요. 사진을 전공해서 액자 고르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 외에 가구나 조명 등은 제가 주로 골랐는데 점점 서로의 의견을 반영하게 되네요.” 약간의 구조도 변경했는데 특히 부부 침실이 재미있다. 일반적으로 세탁기가 놓이는 침실 베란다 공간을 확장하고 바닥에는 블루 컬러 타일을 깔았다. 중간 벽에는 작게 창문을 냈는데 여느 침실과 다른 쇼룸 같은 분위기다. “남편이 부탁했던 것 중 하나가 쾌적한 세탁실이었어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남편은 옷을 세탁할 일이 잦거든요. 널찍하고 빨래도 편리하게 널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침실 베란다를 확장했어요. 문도 없애고 하나의 공간처럼 보이되, 바닥에는 타일을 깔아서 분리했죠. 식물을 키우는데 물을 주기에도 편리해요.”
소소한 디테일 리폼 방문은 물론 문틀까지 나왕합판 소재로 리폼했다. 원형 식탁 세트는 정말 갖고 싶었던 것으로 운 좋게 독일에서 직구할 수 있었다.
경사를 살린 높은 천장 공사를 하면서 뜯어낸 경사진 천장은 도장을 해서 그대로 살렸다. 높아진 천고 때문에 집 안이 더욱 넓고 시원해 보인다.
(위)쇼룸 같은 침실 벽에 창문처럼 구멍을 내서 독특한 구조를 만든 부부 침실. (아래)침실 베란다 확장 침실에 달린 베란다 공간을 넓게 확장하고 타일을 깔아 쾌적한 세탁실을 만들었다. 문을 없애니 하나의 공간처럼 넓어 보인다.
집 안은 주로 나무 가구로 구성했는데 이 집의 주요 소재는 나왕합판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나무 느낌을 낼 수 있는 나왕합판은 주로 상업 공간에서 사용하는 소재로, 마미지 씨는 문과 문틀을 모두 나왕합판으로 리폼했다. 신발장과 그 위의 수납장도 같은 소재로 제작해서 통일성이 있으면서도 나무의 따뜻한 느낌은 살렸다. 서재에 ㅁ자 레일을 설치해 단 조명이나 거실 싱크대 주변에 붙인 붉은빛 타일, 다이닝 공간의 조명도 눈에 익은 디자인 아이템이 아니라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다. “전형적인 북유럽 가구로 집 안을 채우고 싶지는 않았어요. 거실에 둔 파란색 라운지 체어와 식탁과 의자 세트는 모두 독일에서 직구한 것들이에요. 침대나 수납장 등은 제작을 맡겼고, 방과 다이닝 공간에 단 조명도 외국에 갔을 때 구입한 것들이나 인테리어 현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것을 달았죠.” 이 집의 또 하나 포인트는 식물이다. 큼직한 박쥐란부터 선인장, 야자나무 등 다양한 식물이 거실과 공간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짙은 녹색 식물과 나무 가구의 컬러 대비는 집 안을 더욱 싱그럽게 만들었다. “광명시에 있는 화원에 종종 가요. 현장에서 필요하거나 집에 둘 식물을 사러 가는데 식물 상태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에요. 별다른 가구 없이 식물을 바닥에 두는것만으로도 인테리어 효과가 큰 것 같아요.” 마미지 씨는 오랜 시간 꿈꿔온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다. 그녀의 집은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그 흔한 북유럽 펜던트 조명 하나 없이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집. 그녀가 선보일 다른 공간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ㅁ자 조명 레일을 설치한 작업실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작업실이 중요했다. ㅁ자 조명 레일에 외국에서 구입한 조명을 달았고 벽 한 면에는 수납장을 만들었다.
(좌)쓰고 남은 타일 재활용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타일을 주방 벽에 붙였다. 무조건 새것을 구입하기보다는 있는 것, 남은 것을 즐겨 활용한다. (우)높은 천장을 활용한 데코 현관에서 바라본 집의 모습. 천장이 높기 때문에 포인트 조명을 달아 활용하기 좋다.
편의에 맞게 제작한 수납장 거실 창가와 코너의 수납장은 제작한 것으로 녹색 식물과 어우러져 싱그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남편이 찍은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함께 디스플레이했다.
(좌)나왕합판으로 제작한 신발장 경제적인 가격이면서 나무의 느낌도 살릴 수 있는 나왕합판으로 제작한 신발장과 수납장. (우)파란 타일을 깐 침실 베란다 침실과 연결된 베란다는 넓은 세탁실로 활용하기 위해 확장을 했다. 문을 없애고 대신 바닥에 타일을 깔아 침실과 구분을 했다.
데커레이션 역할을 하는 반려 식물 공간 곳곳에 녹색 식물을 배치해 인테리어 요소로 적극 활용했다. 박쥐란은 모양 자체가 멋스러워 행잉식물로 키우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