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C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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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사는 레스토랑의 오너 워너 휴고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르 캅의 언덕 위에 마련한 집. 차분한 색감의 럭셔리한 소재로 꾸민 인테리어가 야생의 자연과 대조를 이룬다.


건축가 거트 와이드맨 Gert Weideman이 디자인한 건축물은 외관 전체를 짙은 검은색으로 칠했다. 자연의 녹음에서 단연 눈에 띄는 색이다. 각 층마다 커다란 통유리창이 있어 자연을 집 안으로 들일 수 있으며, 침실 테라스에서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워너 휴고는 어린 나이에 고국을 떠나 런던에 정착했다. 행복한 디자이너이자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Piccadilly Circus에 있는 레스토랑 보카 디 루포 Bocca di Lupo의 오너인 그는 2년 전 자신이 태어난 도시에 집을 마련하기로 결심했다. “르 캅 Le Cap은 세상 끝에 있어서 좋아요. 광대한 자연과 웅장한 산으로 둘러싸인 격랑의 대양에서 나오는 에너지도 마음에 들어요. 이 집에 머무르면 새로운 영감과 원천을 얻는답니다”라며 그는 낭만적인 심정을 털어놓는다. “이곳에는 크리에이티브한 에너지가 있어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예 디자이너와 아트 갤러리, 트렌티한 부티크와 핫한 레스토랑이 이 도시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는데, 특히 우드스톡 Woodstock이라는 새 지구가 그렇지요. 도시가 변화하고 있답니다!” 이런 역동적인 분위기 속에서 워너는 히고발 Higgovale 지구의 언덕 위에 자리한 집 한 채를 발견했다. 그리고 데커레이터 에티엔 하네콤 Etienne Hanekom에게 전체적인 레노베이션을 맡겼는데 데커레이터는 이 집을 매우 시크한 바캉스 하우스로 개조했다. 벽을  매트한 검은색으로 칠하고, 바닥에는 청회색 돌을 깔아서 바깥 풍경을 조망하게 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이 데커레이션의 일부로 들어오도록 유도했다. 거대한 박스처럼 세워진 이 넓은 집은 4층으로 이뤄졌다. “많은 친구들이 이 집에 놀러 와서 각자 편한 대로 독립적으로 지낼 수 있기를 바랐죠. 차분한 컬러를 사용해 전체 공간에 통일감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방치하다시피 한 정원을 가까이 두고 생활할 수 있도록 했어요.” 1층부터 지붕에 만든 넓은 테라스까지 270㎡의 공간에 욕실이 딸린 침실 네 개와 세 개의 거실, 하나의 부엌과 다이닝룸이 자리하며 각각의 공간은 유리창에 인접한 계단으로 연결된다. “일이 끝나면 곧바로 이 집으로 옵니다. 무엇보다 독특하고 안정감 있는 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정말 좋거든요.”

 

 


부엌 겸 다이닝룸. 데커레이터 에티엔 하네콤은 나무와 검은 화강암을 매치해 조리대를 디자인했다. 검은색 벽과 청회색 돌 바닥이 이 조리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거친 느낌이 살아 있는 나무 테이블과 다리가 세 개인 플로어 조명은 웨이랜트 Weylandts 제품. 터쿠아즈 블루 의자는 로프트 리빙 Loft Living 제품. 펜던트 조명은 톰 딕슨 Tom Dixon 디자인으로 르 캅에 있는 크레마 Crema에서 구입했다.

 

 

 

큼직한 통유리창 덕분에 정원을 향해 열린 거실로 빛이 들어온다. 녹색과 파란색, 노란색 벨벳이 섞여 있는 L자 모양의 카나페는 데커레이터가 디자인했다. 낮은 테이블은 스텔렌보슈 Stellenbosch 벼룩시장에서 구입했고, 황동 타부레는 레그 스튜디오스 Leg Studios 제품이다. 유리 물병은 스테이블 Stable 제품으로 모두 르 캅에 위치한다. 테라스에 있는 암체어 ‘아카풀코 Acapulco’는 오케이 디자인 Ok Design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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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마테외 Nicolas Math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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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전설

물의 전설

물의 전설

먼 옛날, 피라미드를 거꾸로 쌓은 듯 보이는 인도의 전통 저수지들이 몬순이 몰고 온 비로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세월은 그곳을 무너진 문명의 환영으로 변화시켰다.


다다르 하리르 Dadar Harir 우물 안에서 하늘을 쳐다본 모습. 의도적으로 빛의 우물로 개조된 것이다. 다섯 개의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깊이를 지닌 이 굉장한 유적은 구자라트 주의 아흐메다바드 Ahmedabad 마을 근처에 자리한다. 

 

 


라자스탄의 자이푸르 Jaipur에 있는 나하르가 포트 바오리 Nahargarh Fort Baori는 18세기, 요새 옆에 건축됐다. 비대칭을 이루는 장미색 돌계단들이 물을 향해 내려간다. 마치 언덕 사면의 도랑처럼 말이다.


색다를 것 없는 흔한 문 앞에 선다. 별다른 기대 없이 문을 여는 순간, 신선한 바람이 불고 습한 냄새가 전해진다. 그 순간 덮쳐오는 엄청난 경이로움. 땅속 깊이 묻혀 있던 거대한 건축물과 맞닥뜨리는 순간이다. 인도의 북쪽, 구자라트 Gujarat나 라자스탄 Rajasthan에 가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작은 마을들 곳곳에서 계단이 있는 우물인 ‘바올리 Baoli’와 하늘로 활짝 열린 우물을 뜻하는 ‘쿤드 Kund’를 흔히 볼 수 있다. 

긴 건조기가 끝나고 나서 몇 주간 몬순이 몰고 온 비가 내리면 대홍수가 나곤 했는데, 이 우물은 10세기부터 19세기까지 그 빗물을 모아두었던 곳이다. 마을마다 자리 잡은 수백 개 혹은 수천 개의 이 계단 우물은 인도의 국왕 라자 Rajah 시절에 건설됐다. 땅속에 조각된 끝없는 디딤판이나 아래로 깊이 내려가는 계단으로 이어지는 이 건축물은 이제 용도를 다했지만 예전에는 모임의 장소로 이용되곤 했다. 사람들은 물을 가득 채우거나 동네 소식을 듣고 샘의 신을 찬양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신에게 술을 바치고 의식을 행하고 줄지어 서서 예배를 드렸다. 이런 물의 축전은 돌에 새겨져 역사가 됐다. 오늘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아찔한 현기증을 일으키게 만드는 텅 빈 공간처럼 보이는 땅속 건축물이다.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버려져 있던 인도의 ‘계단 우물’은 몇 년 전부터 역사 유적으로 복원되고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 덕분에 만들어진 문명의 놀라운 걸작이다.




건축적인 면에서 그리고 돌 조각 작업에서 놀라운 규모를 지닌 라니 키 바브 Rani Ki Vav는 구자라트의 파탄 Patan 마을에 있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라자스탄의 분디 Bundi 마을에는 여러 개의 ‘쿤드 Kund’가 있다. 쿤드는 윗부분이 하늘로 완전히 개방된 우물이나 저수지를 말한다. 다브하이 쿤드 Dabhai Kund는 가장 웅장한 곳 중 하나로 꼽힌다. 물이 부족해서 원래의 용도로 쓰이지 않고 버려진 사원이 되었다.

 

 


시대에 따라 저수지는 다양한 형태로 바뀌었다. 단순히 하늘로 활짝 열려 있고 계단이 조각된 웅덩이거나 이곳처럼 여러 개의 회랑과 계단을 갖춘 건축물 형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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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앙 디랑 Adrien Di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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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의 손길이 닿은 집

신혼부부의 손길이 닿은 집

신혼부부의 손길이 닿은 집

아파트를 구입한 뒤 셀프 인테리어와 홈 드레싱으로 공간을 모던하게 꾸민 109m² 아파트. 이제 막 부부가 좋아하는 가구와 소품을 하나 둘씩 들이기 시작한 3년 차 신혼부부의 현실적인 인테리어 이야기.


셀프 인테리어로 완성한 벽 취향에 맞지 않았던 기존 대리석 벽을 부부가 셀프 페인팅해 하얀색으로 깔끔하게 마감했다.

 

메종 인스타그램 회원이자 플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공민선 씨는 3년 차 신혼 주부다. 고등학교 동창생인 김상훈 씨와 9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했고 경기도 광교에 있는 109m²의 아파트를 구입해 살고 있다. 현대자동차 연구원으로 경기도 화성에서 근무하는 남편과 서울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아내는 서로 출퇴근이 용이한 곳을 찾다가 경기도 광교에 터를 잡았다. “결혼에 대한 로망이 있어 서둘러 결혼했지만, 신혼집 꾸미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신혼 초에는 생활에 필요한 가구들만 집 안에 툭툭 놓아두는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사는 공간이 바뀌면 생활도 바뀐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좋아하는 물건들로 집 안을 하나 둘씩 채우면서 집에 있는 시간도 늘어났고 밖에 나가지 않아도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충전 받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라며 공민선 씨가 지난 시간을 회상한다. 잘 갖춰진 인테리어를 꿈꿨지만 맞벌이 부부에게 레노베이션 비용은 크나큰 장벽이었다. 그래서 부부가 선택한 해답은 셀프 인테리어와 좋아하는 가구를 시간 차를 두고 구입하는 것이었다. 기다란 복도를 끼고 양 옆으로 부부 침실과 서재, 게스트룸, 욕실이 자리하고 복도 끝에 거실과 주방이 이웃해 있는 구조의 아파트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부부는 거실의 대리석 벽과 군데군데 있었던 원목 마감의 벽을 직접 흰색 페인트칠을 했는데, 한결 깔끔해 보인다. “거실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벽이 나이 들어 보이는 갈색 톤의 대리석 마감이었어요. 벽이라도 바꿔보자는 생각에 벤자민 무어에서 구입한 하얀색 페인트로 대리석을 칠했더니 모던한 분위기로 바뀌었어요.” 거실에는 신혼 초에 장인가구에서 구입한 검은색 소파가 놓여 있고, 모벨랩에서 구입한 커피 테이블과 페르시안 카펫을 깔았다. 소파 옆에 놓인 원목 수납장은 덴스크에서 구입한 것으로 TV 대신 꽃과 그림으로 장식해 심플한 감성 공간으로 거듭났다. 주방에는 까사미아에서 구입한 식탁 위로 PH5 조명을 달아 포인트를 줬다. 벽에 건 프린트 작품은 부부가 해외여행에서 구입한 것으로 둘만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 “우리 부부는 특별한 취미가 없어요. 하지만 요즘은 주말마다 데이트하듯 가구숍과 소품숍을 둘러봐요. 우리 두 사람의 취향을 알아가고 새로 구입할 제품을 계획하는 재미가 생겼어요. 집을 꾸미는 일이 곧 우리의 취미가 된 셈이죠. 신혼의 재미를 3년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느낀다는 부부의 아파트는 비어 있는 듯 보이지만 감미로운 음악과 부부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카펫으로 포인트 있는 거실 연출 평범한 거실도 개성 있는 카펫 하나면 힘 있는 스타일로 바뀐다. 집안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도 데코 요소가 될 수 있다.

 

 


(위)둘을 위한 집 결혼 3년 차에 신혼집을 꾸미는 즐거운 취미가 생겼다는 공민선, 김상훈 부부. (아래)부부의 추억이 담긴 소품 장식 PH5 는 부부가 구입한 첫 디자인 조명이다. 여행지에서 사온 액자는 부부만의 추억을 되새겨주는 소품이기도 하다.

 

 


원목 가구로 연출한 내추럴 감성 침실은 편안함을 강조하기 위해 원목 가구로 통일감을 주었다. 수납장 위에 올려 둔 두상 오브제와 촛대가 공간에 포인트 역할을 해준다.

 

 


소박한 아름다움 투명한 병에 꽂아놓은 초록 이파리들이 주방 한 켠을 싱그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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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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