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컴퍼니 제이홍’의 홍자영 대표는 새로운 것을 추가하기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 그리고 생활에 좀 더 친밀하게 와닿아 있는 것들을 미덕으로 삼는다. 추억과 시간이 깊게 개입해 내실을 다진 집 안으로 들어갔다.
1 서까래가 있어 아늑한 느낌을 더하는 거실.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거실 가구들은 커버링만 다시 해서 사용하고 있다. 벽에는 임상빈 작가의 작품이 포인트로 걸려 있다. 2 홍자경 대표의 집에는 한국 작가의 작품이 특히 많다. 경현수 작가의 입체적인 회화 작품이 문 너머에 걸려 있다. 3 30년 전에 설치된 벽난로를 철거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1 아늑한 다락방 구조를 띤 2층 아이 방 모습. 2 ‘마케팅 컴퍼니 제이홍’과 이태원에 위치한 카페 ‘셉템버 16’도 운영하고 있는 홍자영 대표. 3 부부 침대 옆에는 앤티크 축음기가 놓여 있다. 4 카페 같은 느낌으로 고친 세면 공간.
한남동 유엔빌리지에서도 유일하게 오래된 붉은 벽돌로 지어진 낡은 빌라로 이사한 그녀는 이 집을 택한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다. “이사를 결심하고 수많은 집을 봤는데 새로 지은 집, 특히 아파트는 우리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지 않았어요. 이 집은 특히 서까래가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는데 지하 주차장에서는 5층까지 꼬박 걸어 올라가야 하는 터라 선뜻 선택하기 쉽지 않았죠. 하지만 30년 된 이 빌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늑함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지금껏 살아온 집도 공사 인부만을 써 손수 고쳤다는 전력 때문인지 집을 고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그녀의 공사 계획은 간단명료했다. 2층 구조를 띤 오래된 빌라가 가지고 있는 구조는 최대한 살리고 최소한 생활할 수 있을 만큼만 고치자는 것. 그 결과 둔탁했던 갈색 톤을 입고 있었던 서까래를 흰색으로 마감해 낮은 천장고의 시야를 터줬고, 철거하지 않은 오래된 벽난로는 거실의 분위기를 보다 아늑하게 해주는 장치로 남았다. 2층 아이 방 베란다에는 붉은색 벽돌 벽이 남아 이 집만의 색깔 있는 풍경을 만들고 있다. 그녀가 인테리어 전문가 못지않은 감각을 지니게 된 데에는 집 꾸미는 것에 남다른 애착이 있는 가족 구성원의 영향이 컸다. “엄마는 오래전부터 종 bell과 오리 모양 오브제를 컬렉팅하셨고 시어머님은 특히 그릇을 좋아하셔서 모아오신 것들을 물려주셨어요. 남편은 오랫동안 가구와 패브릭을 수입하는 사업을 해왔던 터라 많은 것을 접하고 경험할 수 있었어요.” 여기에 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부부의 세월도 한몫했다. 홍자영 대표는 과거 에르메스와 리츠칼튼 호텔에서 홍보 일을 했다. 20대에 외국에서 남편을 만나 아이가 4살이 될 때까지 사이판, 뉴칼레도니아, 뉴질랜드, 영국 등 16개 나라에서 생활했다. 세일링을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세일링 마스터가 되기 위한 공부도 했고, 크리스티나 소더비에서 예술품을 보고 작품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금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스타로 불리는 임상빈, 경현수, 손진화의 작품도 집 안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아이 때문에 회사를 관뒀지만 긴 공백 끝에 다시 브랜드의 컨셉트를 잡아주는 마케팅 일을 하고 있다. 이사 온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치 오랫동안 살아온 곳처럼 아늑해 보인다. 특히 거실에서는 집주인의 스타일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커버링만 새로 한 가구, 무드 있는 공간 연출을 위해 사용한 간접조명 그리고 틀에 박히지 않은 가구의 레이아웃에서는 집주인의 자유분방한 개성이 묻어난다. “집을 꾸밀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간접조명을 쓰는 거예요. 작은 조명 하나로도 무드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거든요. 그리고 커튼은 정말 중요해요. 우리 집에 있는 커튼들은 원단만 핀에 고정시켜 걸어놓은 것인데, 흔히 말하는 나비 주름으로 박지 않아 자연스러운 느낌을 배가시켰어요. 가구는 작품이 아니라 실용성을 따지고 콤비네이션을 잘 이루는 것을 선택해서 싫증나면 바로 바꿀 수 있는 그런 제품을 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좋은 원단을 사서 창문을 바꿔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이 집이 여느 집과 달라 보이는 이유는 구조가 주는 새로움도 있겠지만 공간 곳곳 패브릭을 많이 사용했다는 것. 그래서 더 아늑하고 세련돼 보인다. 매일 새로운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 추억과 시간을 공유하는 평온한 이 공간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1 린지 아델만 조명으로 포인트를 준 다이닝룸. 2 소박한 분위기의 주방. 3 다락방 구조가 아늑한 느낌을 주는 2층 거실.
부부 침실 옆에 놓여 있는 라운지 체어. 화려한 패브릭을 입은 의자가 공간에 포인트를 준다.
etc.
시간의 더께를 입은 우아한 집을 만들기 위한 아이템.
볼레 펜던트 조명 비눗방울 같은 유리 볼이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펜던트 조명은 갈로티&라디체.
라피스 테이블 조형적인 디자인으로 포인트를 주기 좋은 사이드 테이블은 닐루파 갤러리.
듀옹 커피 테이블 두 가지의 나무 색감이 조화를 이룬 커피 테이블은 프라텔리 보피.
레오나르도 테이블 율동감 있는 다리 라인이 멋스러운 테이블은 펜디까사.
프레스코 카펫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카펫은 사하르 카펫.
크바드랏 CW 패브릭 아름다운 색감의 패브릭은 크바드랏.
6503 트리클리아나 셰이즈 라운지 우아한 디자인의 셰이즈 라운지는 프라텔리 보피.
앤드류 체어 부드러운 곡선 라인의 의자는 펜디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