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척박한 땅이라도 그의 손이 닿으면 황금 열매를 맺는다는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 YG푸즈 노희영 대표, 그녀가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메종>을 초대했다. 아트에 대한 열정과 개인적인 취향이 더해진 집은 그녀의 카리스마를 쏙 빼닮았다.
YG푸즈의 노희영 대표. 오는 4월 다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두 개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건축가 최시영과 함께 만든 신개념의 납골당을 비롯해 태국에 오픈하는 YG리퍼블릭 코리안 스트리트가 그것이다. 노희영 대표 뒤로 보이는 액자는 마시모 비탈리의 해변 작품, 거실장은 르브 크로포드 라르센 작품이다.
사진작가 김용호의 ‘피안’ 작품 아래 20세기 실용 디자인의 선구자 장프루베의 오리지널 비블리오테크 북케이스와 1950년 핀 율이 디자인한 Bo98 체어를 배치한 거실.
가요계에 빅뱅이 있다면 외식업계의 빅뱅은 노희영이다. 그녀의 행보에는 새로운 트렌드와 흥행이 뒤따른다는 것은 이미 공식에 가깝다. 과거 청담동의 랜드마크로 불렸던 레스토랑 ‘느리게 걷기’부터 오리온 ‘마켓오’, CJ ‘비비고’, ‘제일제면소’, ‘투썸플 레이스’, ‘계절밥상’, ‘빕스’ 등을 성공시키며 국내 외식 문화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버렸고, 그녀는 살아 있는 외식업계의 전설이 되었다. 대중들은 그녀를 <마스터 셰프 코리아>의 심사위원 혹은 외식업계의 유능한 마케터로 알고 있지만 사실 영화, 외식, 공연, 쇼핑 등을 아울러 보다 폭넓은 문화를 디자인하고 창조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외식업계에 한정 짓는 것보다는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아우르는 전방위 디렉터가 그녀를 이해하기에 더 옳은 표현이 아닐까 싶다.
시대를 넘나들며 세계적으로 디자인적인 가치를 인정받는 디자이너들의 가구와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민 거실. 필립스탁 디자인의 카시나 소파를 중심으로 포르나세티의 티 테이블, 아르네 보더의 책상을 배치했고 벽에는 데미안 허스트, 곽인식 등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걸었다. 소파에 포인트를 준 쿠션은 요즘 주목하고 있는 브랜드 코럴&터스크.
2014년 그녀는 CJ를 퇴사하고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과 손잡고 YG푸즈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우리를 또 한번 놀라게 할 만한 공간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선 것이다. ‘맛있으면 돼지’라는 재미있는 슬로건의 고깃집 ‘삼거리 푸줏간’을 시작으로 ‘삼거리 펍’, 삼거리 타운을 만든데 이어 서울 여의도에 ‘더 스카이팜’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식문화 공간도 오픈했다. 이곳은 한식 퀴진을 선보이는 ‘곳간 by 이종국’, 한식 뷔페 ‘사대부 집 곳간’, 브런치 레스토랑 ‘세상의 모든 아침’ 그리고 연회 공간인 ‘프로미나드’로 구성돼 있다. 얼마 전 곳간 by 이종국은 세계적인 권위의 미슐랭 투스타로 선정되는 기분 좋은 일도 생겼다.
작은 거실에는 김우영의 그림작품과 핀 율의 펠리컨 체어, 이노홈의 소파와 쿠션을 배치해 유쾌한 느낌을 부여했다.
노희영 대표의 가구 선택 기준은 선과 색의 조화다. 두 개가 마주 보고 있는 의자는 체코 디자이너 인드리흐 할라발라의 아르데코 빈티지로 천갈이를 한 것이다.
아늑한 침실에는 사진작가 한홍일의 ‘일장춘몽’을 걸었다.
“CJ 다닐 때는 1년에 3분의 2는 해외에 있었어요. 나처럼 여권을 많이 갱신 한 사람도 드물 거예요. 비행기 탑승만 200만 마일일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집이란 존재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회사에 종일 근무하다 밤에 들어가 잠만 자고 나면 바로 비행기를 타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죠.” 1년에 새롭게 만든 매장만 50여 개, 도면을 본 것만 해도 100여 장이 넘었다. 브랜드에 맞는 최적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수천여 권의 디자인&인테리어 관련 서적도 봤고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보고 경험 해왔다. 당연히 공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터였지만 정작 자신의 집을 돌볼 여유는 없었다. “10여 년 동안 혼자 살면서 35평 이상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주위 사람들이 많이 놀라곤 해요 . 제가 아주 으리으리한 집에서 살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1년 전 이 집으로 이사 오게 됐는데 생활 패턴이 달라졌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보니 큰 평수의 집이 필요했어요. 사실 이 집은 평수는 크지만 작은 평수에 비해 그렇게 비싸지 않아 결정했어요.”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면 현관을 중심으로 기다란 복도를 따라 양쪽으로 나뉜다. 왼쪽에는 거실과 주방, 부부 침실이 있고 오른쪽에는 소거실과 서재 그리고 게스트룸이 있는 형태다. “함께 사는 사람이 있어도 각자의 공간은 필요합니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했어요. 다행히 이 집의 구조가 그런 부분을 충족시켜줍니다. 사실 방이 많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아파트 구조가 몹시 싫었지만 집을 지을 형편이 못되니 만족하며 살 수밖에 없었죠. 대신 옷 방 하나만 크게 터서 짐 Gym 공간을 만들었어요.” 대대적인 레노베이션 끝에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시킨 사람은 10여 년 동안 언니 동생으로 지내온 이노홈의 김계연 대표다. “공사 현장에서 워낙 손발을 많이 맞춰왔던 터라 아! 하면 어! 할 정도로 서로의 감각과 니즈를 잘 알기 때문에 공사할 때도 손발이 잘 맞았어요.” 집 안의 전체 벽 마감은 화이트를 적용했는데 부부 침실과 서재에는 각각 그린 색상으로 화사하고 밝은 이미지를 부여했다. 특히 신경 쓴 부분은 거실에 있는 창호를 가리는 일로, 둔탁한 창호를 가리고 나니 군더더기 없는 새하얀 캔버스 같은 공간이 됐다. 각각의 부실은 마치 하우스 갤러리를 방문한 듯 다채로운 미술 작품뿐 아니라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세계적인 가구가 놓여 있다. 장 프루베, 핀 율, 허먼밀러, 카시나, 포르나세 티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가구를 비롯해 시모 비탈리, 데미안 허스트 , 서도호, 민성식, 노은님, 육근병 등 10여 점의 현대미술 작품은 그녀의 셀렉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트렌드를 창조하는 그녀의 집에서는 지속 가능 한 공간 디자인의 코드도 읽혔는데 바로 ‘오래된 것과 현대적인 것’의 조우다. “나처럼 집에 색을 많이 쓴 사람도 드물 거예요. 그래서 정리하는 데만 1년이 걸렸는데 아직도 끝나지 않았어요(웃음). 인테리어할 때는 지인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는데 건축가 최시영 씨는 현관 입구에 작은 가든을 만들어 주셨고, 마영범 씨는 빈티지 오디오를, 포토그래퍼 김용호 씨와 한홍일 씨는 사진 작품을 선사해주셨어요. 기억에 남는 것은 건축가 김명길 씨인데 본인이 직접 마루를 시공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작은 현장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깃든 마루여서 맨발로 밟아보면 그 진가를 느낄 수 있어요.”
스스로를 영화와 아트, 전시, 미술에 미친 사람이라고 표현한 그녀는 “아트와 디자인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디자이너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요리도 마찬가지죠. 맛있는 것을 먹으려는 열망이 없는 사람은 셰프가 되면 안 됩니다. 테크닉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거죠. 요리 기술자가 많이 먹어본 놈을 못 이긴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디자인이든 요리든 경험한 사람을 못 이긴다는 이야기예요.”
민성식 작가의 작품 아래로 원컬렉션 의자를 배치한 식탁이 주방 앞쪽에 자리한다.
지인을 초대해 파티를 자주 즐긴다는 그녀는 손님이 오면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한다. 자신 있는 요리는 파스타와 음식 맛의 베이스가 되는 육수라고 한다.
영화 <라따뚜이>에서 영감을 얻은 빈티지한 색감의 주방. 그녀의 위시리스트였던 라꼬르뉴 샤또 그랑까스텔90 브리티시 그린 색상을 설치했다.
이 집의 백미는 거실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공간은 바로 주방이다 . 영화 <라따뚜이>에서 영감을 얻은 주방은 그린 색상과 원목이 조화를 이룬 따뜻한 빈티지 느낌이다. “제가 정말 갖고 싶었던 제품 중 하나인 라꼬르뉴 오븐을 설치했는데, 특히 빈티지한 색감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이 주방은 제가 평소 꿈꿔왔던 꿈을 실현시킨 공간이기도 해요. 요리를 잘하는 비결은 좋은 식재료와 불 조절이 가장 중요한데 만족도가 최고예요.” 아티스트 백남준은 ‘인생에는 되감기 버튼이 없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문구가 자신의 인생 철학과도 같아 작은 거실에 붙여놓았다는 노희영 대표는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위한 설계도를 구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