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랜드마크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가 새 옷을 입었다. 에르메스의 어제와 오늘, 내일의 비전을 담은 브랜드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새로워진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를 소개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건축물은 그 브랜드의 얼굴이나 다름없다. 예술적으로 진화한 건축물은 마치 웅장한 박물관처럼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2006년 개관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는 건축가이자 장 루이 뒤마 전 에르메스 회장의 부인인 故 르나 뒤마가 한옥에서 영감을 얻어 건축한 것으로 갤러리와 레스토랑을 겸한 품격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서울의 랜드마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고집스레 이어가는 브랜드의 진정한 헤리티지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감탄과 가장 부드럽고 우아하며 품격있는 방식으로 표현해낸 변화와 혁신에 놀라게 된다. 에르메스는 이 공간을 통해 예술과 패션, 음식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하며 국내 팬에게도 에르메스 의 가치를 여실히 입증해왔다.
2014년 10월 대대적인 레노베이션 끝에 새 옷을 입었던 에르메스는 2017년 5월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았다. 에르메스의 변화가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줄 새로운 바로 미터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번 레노베이션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남성 컬렉션 공간이 1층에 자리한 것과 2층 여성복 컬렉션 공간에 만든 VIP룸의 신설이다. 남성 컬렉션이 1층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엄청난 기세로 증가하고 있는 남성들의 패션 소비라는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이로써 남성 컬렉션과 여성 컬렉션, 홈 컬렉션을 층별로 구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레노베이션은 건축물은 그대로 두고 내부 분위기만 바꾸었는데, 전 세계 에르메스 건축 책임자인 드니 몽텔 Denis Motel은 “레노베이션의 핵심 키워드는 건축물과 하모니를 이루는 빛입니다”라고 언급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빛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과 내부의 다양한 색감이 어우러지는 것으로, 색감의 변화를 준 공간에 주목할필요가 있다. 특별히 파리에서 공수해온 아트피스가 매장 곳곳에 더해져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에 대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1층 실크 컬렉션 공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실크 제품이 진열된 체리 우드 격자 프레임으로, 매장 곳곳에서 개방형 칸막이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실크 스카프 하나로도 공간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데코 아이디어도 배워볼 수 있다. 남성 컬렉션 공간은 기다란 구조의 공간을 양쪽으로 나누어 사용하는데 메인 컬러로는 모래색과 진한 적색을 적용했고 일부 벽면을 은은한 호피 무늬 대리석으로 시공해 편안하면서도 품격 있는 색감과 소재가 조화를 이룬 분위기를 연출했다. 2층에는 여성 컬렉션과 가죽 제품, VIP 룸이 있다. VIP룸은 핑크 베이지색의 스투코 벽면, 로즈색 대리석 테이블, 헤이즐넛색의 가죽, 새들 브라운의 카펫 등이 조화를 이뤄 황금빛 건물외관과 어울릴 수 있게 했다. 3층에 자리한 홈 컬렉션 공간은 마치 누군가의 집에 초대 받아 들어선 듯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거실과 서재, 다이닝 공간으로 구분 지은 이 공간은 필요에 따라 손쉽게 변신할 수 있는 가변적인 월 패널을 설치해 새로운 스타일을 적용하기 용이하다. 테라스를 통해 연결되는 VIP라운지는 남성복 맞춤 제작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에르메스의 전통적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보다 특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3층에서 눈여겨 볼 것 중 하나는 계단 입구 천장에 설치된 양혜규 작가의 작품 ‘솔 르윗 뒤집기 Sol lewitt Upside-184배로 확장한 하나와 66배로 확장’을 만날 수 있는 것인데, 마치 또 다른 건축물이 공간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파워풀하다. 지하에 위치한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는 새 단장을 기념해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 o philo, ludeis philos>를 선보인다. 전시장에는지난 10여 년간 의미 있는 여러 전시에 경의를 표하는 6명의 국내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특히 사람의 7년에 해당되는 개의 1년의 짧은 시간을 매개체로 만든 시공간을 넘나드는 독특한 영상 작품‘써 킷 Circuit’은 흥미로운 작품 감상의 포인트가 되어줄 듯. 한편 창문 위의 예술인 윈도 디스플레이는 지난 10여 년간 에르메스 윈도에 전시되었던 작품의 앙코르 전시라 할 수 있다. 공사 중에도 이곳을 찾는 이들을 웃음 짓게 만든 윈도 디스 플레이로 화제가 됐던 위고 가토니의 일러스트는 건물로 자리를 옮겨 또 다른 위트를 선사하며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