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취향이 드러나는 이현진 씨의 클래식한 집은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현진 씨 집은 중용의 미덕을 보여준다. 클래식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가족은 새 집으로 이사하며 집 안 곳곳에 취향을 반영했는데 접근방식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여러 업체와 미팅을 진행했지만 최종적으로 히틀러스플랜잇 신선주 실장과 집을 디자인하게 됐고 이는 꽤 재미있는 조합이었다. 신선주 실장은 모던하고 시크한 공간을 선호하고 지금까지 그런 분위기의 인테리어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클래식한 집을 디자인해본 적이 없어서 보여드릴 포트폴리오도 없었어요. 하지만 잘할 자신은 있었고 저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라 흥미가 있었죠.” 신선주 실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모던한 감각과 가족들이 좋아하는 클래식한 분위기를 적절하게 믹스&매치하기로 했다.
그동안 전셋집으로 오랫동안 사용된 집은 그만큼 낡고 닳아 있었다. 하지만 반전처럼 흥미로운 요소가 공사 중에 발견됐다. 2m가 좀 넘는 천장을 부수니 그 안에 더 높은 천장이 드러난 것. 덕분에 단독주택에서나 가능한 4m 정도의 높은 천고와 사선 형태의 천장을 갖게 됐다. 답답해 보일지도 모른다는 걱정 없이 단을 높여서 거실과 다른 공간을 구분했고, 아이들 방은 높아진 천고 덕분에 다락방을 꾸며줄 수 있었다. 특히 놀이방은 벽에 실내 클라이밍을 설치해 아이들이 마음껏 매달리고 기어오를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이다. 개방적인 구조에 힘입어 인테리어에도 더 많은 자유가 허용됐다. 이 집의 DNA이기도 한 클래식 디자인을 살리기 위해 벽 전체에 몰딩을 둘렀다. 보통 벽의 반 정도를 몰딩으로 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천고가 높아서 세로형 몰딩을 과감하게 시공할 수 있었다.
가구를 고를 때도 이현진 씨는 원래 클래식한 디자인이 단번에 느껴지는 디자인을 선호했다. 하지만 가구를 보러 다니면서 좀 더 실용성 있고 집 안에서 많이 튀지 않는 가구를 고르게 됐다고 전했다. 초등학생인 딸아이의 방에는 핫 핑크 컬러의 무아쏘니에 장식장을 포인트로 두었는데 주방에도 비슷한 스타일의 가구를 두려 했지만 그릇을 장식할 용도에 맞게 DK3 선반을 선택했다. 거창한 샹들리에 대신 린지 아델만의 조명을 다이닝 공간에 달았고, 칠을 해서 오브제처럼 보이는 앤티크 스타일의 피아노, 침실에 둔 암체어와 베딩 등에서 클래식을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이 느껴졌다. 특히 이 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현관과 다이닝 공간의 중문이다. 금속 프레임에 우드로 마감한 아치형 중문은 이 집의 백미다. 따뜻함을 선사하는 아치형 중문은 몰딩과 함께 높은 천고로 밋밋해질 수 있는 집 안에 훌륭한 데커레이션 역할을 한다.
클래식한 집은 분위기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포인트로 골드 컬러를 사용했고, 바닥재 시공과 벽 컬러에도 이 집만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담았다. 욕실 수전과 액세서리를 비롯해 식탁과 식탁 의자 다리 등에 골드 컬러를 가미해 반짝이는 포인트를 주었고, 또 각 방의 벽지와 천장 컬러를 똑같이 맞춰 방마다 컨셉트를 명확하게 나눴다.
클래식한 집이라고 하면 부피가 크고 곡선 장식이 과한 가구가 놓인 그림부터 떠올리는 이들에게 이 집은 새로운 클래식을 보여준다. 모던하지만 클래식할 수 있고, 클래식하지만 모던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어렵듯 좋아하는 취향을 절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집은 중용의 미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