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기발한 아이디어와 개성 넘치는 연출로 도시 전체를 디자인 축제로 이끄는 푸오리살로네의 현장 속으로.
모두를 감동시킨 넨도의 힘
지난해 패션 브랜드 질 샌더와 선보인 <Invisible Outline> 전시를 비롯해 일본 만화에서 영감을 얻은 의자, 편견을 깨는 입체적인 초콜릿 디자인 등 그동안 밀라노와 파리 메종&오브제에서 넨도 Nendo가 선보인 전시가 드디어 방점을 찍었다. 올해 토르토나에서 선보인 단독 전시 <Forms of Movement>는 넨도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보여줬다. 세계적인 지퍼 브랜드 YKK로부터 지퍼 디자인을 의뢰 받은 넨도는 지퍼의 마감이나 형태보다 지퍼가 움직이는 운동성에 주목했다. 어쩌면 의자라는 오브제도 우리를 앉게 하기 위한 운동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전시는 이런 생각에서 시작해 지퍼와 모래시계, 테이블, 타일 등 운동성에 대한 10가지 아이디어를 시각적인 움직임으로 선보였다.
넨도가 시각적으로 보여준 지퍼의 다양한 운동성
야생으로 들어간 모오이
모오이 Moooi만큼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는 브랜드가 있을까? 밀라노 디자인 위크 동안 모오이가 선보이는 전시는 환상적인 연출로 각종 매체의 이슈가 되곤 한다. 모오이는 올해 야생으로 들어갔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멸종 동물 박물관의 드로잉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벽지 시리즈. 그림으로만 전해내려오는 멸종동물 10마리의 모습을 담은 벽지부터 야생동물의 털이나 질감에서 디자인 모티프를 얻는 벽지를 선보였다. 지난해처럼 모오이 자체 디자인팀이 그동안 출시한 조명들로 거대한 메가샹들리에를 선보였고, 모오이의 공동 창립자인 마르셀 반더스 Marcel Wanders는 침대처럼 편안한 ‘40 윙크 Wink’ 라운지 체어와 동물 모양의 조명을 전시했다. 다른 협업 디자이너들의 제품 역시 꽃잎이나 식물에서 모티프에서 가져온 것이 많아 모오이가 선사하는 야생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10종의 사라진 동물을 테마로 한 벽지
(왼쪽 이미지) ‘아이코닉 아이즈 Iconic Eyes’ 조명과 ‘몬스터 Monster’ 체어, 멸종된 새의 깃털을 형상화한 벽지 (오른쪽 이미지) ‘40 윙크’ 라운지 체어와 ‘퍼치 Perch’ 조명, ‘드워프 리노 Dwarf Rhino’ 벽지
<월페이퍼>가 제안하는 웰니스
세계적인 매거진 <월페이퍼>가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이는 <월페이퍼*핸드메이드 Wallpaper* Handmade> 전시는 올해의 테마로 ‘웰니스&원더 Wellness & Wonder’를 선정했다. 어느 때보다도 경쾌하고 즐거운 전시를 선보였는데 커피 머신 브랜드 라바짜 Lavazza는 <토일렛 페이퍼> 매거진과 협업해 새로운 리미디트 에디션 커피 머신을 소개하는 팝업 카페를 열었고, 지난해 야외에 설치한 분홍색 램프로 화제를 모았던 마르크 안제 Marc Ange는 금색 야외 조명과 선브렐라 Sunbrella 사의 텍스타일로 만든 파란색 거대한 곰 인형을 전시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내부에서는 우아한 실루엣의 옷장을 선보인 핀치 Pinch와 핀란드 브랜드 니카리 Nikari와 협업한 최근식 작가의 벤치도 만나볼 수 있었고, 구프람은 디스코 클럽처럼 꾸민 공간에서 신제품을 소개해 흥겨움을 더했다.
라바짜와 <토일렛페이퍼> 매거진의 리미티드에디션 커피 머신
(왼쪽 이미지) 머트 디자인 Mut Design (오른쪽 이미지) 마르크 안제의 야외 전시
위워크와 만난 헤이
가구 브랜드 헤이 Hay는 글로벌 공유 오피스 브랜드 위워크 Wework와 전자제품 브랜드 소노스 Sonos와 신제품 전시를 진행했다. 헤이는 위워크와 함께 신제품과 기존 제품을 연출해 선보였는데, 다이닝 공간부터 오피스, 라운지 등 어디에서나 쉬거나 일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공간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위워크의 노하우와 헤이의 실용적인 제품이 만나 누구나 한 번쯤 꿈꿨을 법한 집과 오피스 공간을 실현시킨 것. 소노스와는 한정판 블루투스 스피커를 선보였다.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다양한 컬러를 선택할 수 있어 어떤 공간에서도 무난하게 잘 어울리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전시장 곳곳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레드 컬러의 프레임으로 맞춘 숍 코너에서는 헤이의 액세서리를 구입할 수 있어 아기자기함을 더했다.
괴물이 산다
지난해 성공적으로 첫선을 보인 벤투라 센트랄레 Ventura Centrale의 두 번째 전시가 진행됐다. 밀라노 중앙역의 버려진 창고 공간을 활용해 전시를 진행하는 벤투라 센트랄레는 올해도 크고 작은 10개의 전시를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를 모은 전시는 스위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슈테판 휠레만 Stephan Hürlemann과 스위스의 가장 오래된 가구 업체인 호르겐글라러스 Horgenglarus가 협업한 <Giants with dwarf> 전시다. 슈테판 휠레만은 호르겐글라러스의 가구를 만들고 남은 나무들을 모아서 3m 높이의 거대한 피규어와 작은 피규어를 만들었다. 30여 개의 조각으로 만들어진 이 피규어들은 도르래를 사용해 천천히 움직일 수 있어 어른들에게도 동화 같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왼쪽 이미지) 벤투라 센트랄레에서 선보인 (오른쪽 이미지) 슈테판 휠레만과 움직이는 피규어
국적불문 테이블
비토시 홈 Bitossi Home과 밀라노 5비에 Vie에 위치한 펑키 테이블 Funky Table 숍이 작년에 이어 두 번째 협업 전시를 진행했다. 비토시 홈은 루마니아의 일러스레이터 아이트크 Aitch와 협업한 컬러풀하고 화려한 테이블웨어를 준비했고, 세계 곳곳의 문화가 담긴 제품을 수집하고 디자인해온 펑키 테이블은 다양한 소품과 그릇, 오브제 등을 함께 연출했다. 실제 집에 적용해보고 싶을 만큼 밝고 경쾌한 테이블은 해가 잘 드는 작은 안마당에서 진행돼 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일러스트레이터 아이트크와 비토시 홈의 협업 접시
디모레 스튜디오의 세계
디모레 스튜디오는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 동안 각종 SNS를 뜨겁게 달군 주인공이었다. 올해는 스튜디오와 갤러리로 나눠 3가지 컨셉트의 전시를 풍성하게 펼쳤다. <Transfer> 전시를 선보인 디모레 갤러리는 20세기의 아이코닉한 디자인 제품과 자신들이 모아온 컬렉션을 패브릭으로 만든 텐트 안에 연출했다. 방마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텐트와 제품이 놓였고 배경을 감싸는 음악 또한 달라서 관람객은 마치 실크로드의 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우주선처럼 화이트 실크로 포근하게 마감한 각 방마다 하나의 제품만을 전시한 디모레 스튜디오의 전시에서는 앤티크 쇼케이스 안에 조화와 각종 소품을 전시한 방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Limited Editions> 전시는 안개가 자욱한 미스터리한 공간에 18~19세기의 빈티지 제품에서 영감을 얻은 디모레 스튜디오의 새로운 작품들로 채웠다. 몽환적인 공간과 나무 가구의 은은한 광택이 잠시 시대를 초월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