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단독주택에는 강아지와 고양이 네 마리를 기르는 부부가 산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에게는 아파트나 빌라에서의 삶이 쉽지 않다. 이웃과의 거리가 좁다 보니 여러 가지 신경 쓸 게 많기 때문이다. 이를 고민하던 김지혜, 김대욱 씨 부부는 과감하게 직접 집을 지었다. “원래는 주상복합건물에 살았거든요. 테라스가 있어서 너무 좋았죠. 그런데 반려동물과 함께 살다 보니 방음이 잘되는 집이었는데도 이웃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단독주택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김지혜 씨의 설명이다. 이제 막 결혼 4년 차로 접어든 부부는 고양이 쿠루와 쿠키, 강아지 루키와 루나를 키우는 반려동물 애호가다. 결혼 전 남편이 기르던 고양이와 아내가 기르던 강아지가 함께 살게 되면서 지금의 대가족을이루게 되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단독주택에서의 삶이 안락할 것 같았지만, 막상 아무런 경험이 없었다. 무작정 집을 구입하기에는 분명 위험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시범 삼아 2년간 단독주택에서 전세로 살게 됐어요. 살아보니 저희의 라이프스타일에 훨씬 잘 맞더라고요. 이웃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고요.” 단열이 부족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당시 살았던 집은 무척 좋았다. 결국 단독주택으로 마음을 정하고 매물로 나온 수많은 집을 보러 다녔지만, 아쉽게도 마음에 딱 드는 곳이 없었다. 회사에서 가까운 용인 고기동 언덕의 땅을 구매해 직접 단독주택을 짓게 된 이유다. 하지만 시공 당시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본래 부부가 꿈꿨던 주택은 단층으로 된 큰 원룸 형태였으나, 땅의 크기와 주택 · 토지 관련 법에 의해 층당 20평 규모의 집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것. 시공을 맡은 817 디자인 스페이스와 논의 끝에 여러 가지 대안을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원하는 집은 지을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계획을 수정했죠. 일단, 조금이라도 공간을 넓게 쓰고자 일반 아파트나 주택처럼 벽으로 공간을 나누는 것은 지양했어요. 화장실을 지하 공간에 배치한 것도 1층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함이었죠.”
1층을 간단한 작업이나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었기에 카페 스타일로 만들었고, 2층은 동물이나 다른 사람들의 방해 없이 부부만의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꾸몄다. 특히 2층은 시공 당시 가장 중점을 두었던 공간. 별도의 공간 분리 없이 원룸 스타일로, 다른 층으로 내려가지 않아도 웬만한 것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여행을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집에서조차 돌아다니는 걸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방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별도로 여행을 가지 않고도 기분을 낼 수 있는 호텔 같은 공간을 생각했죠.” 한쪽 벽은 전체를 옷장으로, 화장실과 욕실은 유리로 개방감 있게 꾸며 시야를 확보했다. 시공 단계에서부터 고려한 것은 또 있었다. 바로 또 다른 가족인 고양이 쿠루와 쿠키, 강아지 루키와 루나 말이다. 반려동물과의 삶을 고려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에 자그마한 공간을 설계했고, 1층 바닥을 타일로 깔아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는 강아지들과 자주 토하는 고양이들의 흔적을 쉽사리 청소할 수 있게 했다. “바닥이 타일이라 온도가 차갑다 보니, 일종의 쿨 매트 같은 역할도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공간에 단차가 있고 계단도 많고, 창가마다 약간씩 공간이 있다보니 고양이들한테는 집 자체가 캣타워처럼 느껴지나 봐요. 딱히 대답을 들은 것은 아니지만, 아파트에서보다 좀 더 여유 있게 누워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면 이미 대답을 들은 것 같아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집주인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특히 집의 핵심이 되는 1층의 단차는 소파의 대용 공간이 되기도 하고 다소 심심하게 보이는 공간에 포인트가 된다. “원하는 대로 꾸민 집이다 보니 저희는 마음에 들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왠지 매매로내놓아도 안 팔릴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부부는 또다시 기회가 있다면 원래 계획했던 단층 형태의 주택을 지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집 가운데는 중정 구조의 정원을 만들어, 반려동물들이 집 밖으로 나갈 걱정 없이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고 싶다고. 고기동 집을 자유롭게 뛰노는 반려동물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았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물씬 느껴지는 집, 이곳이야말로 수많은 반려동물 애호가들이 꿈꾸는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