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룩스의 조명박물관은 먼 과거의 조명부터 현대의 라이팅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바우하우스 시대의 조명 전시처럼 다양한 빛과 아이들을 위한 빛 체험 공간을 알차게 선보인다. 밝은 빛에 이끌려 종종 찾아가고 싶은 양주 조명박물관을 소개한다.
국내에는 약 825개의 박물관이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 조명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경기도 양주시에는 ‘감성 조명’을 추구하는 국내 조명 기업인 필룩스 Feelux에서 지은 조명박물관이 있다. 이미 지역 주민들에게는 잘 알려진 문화 공간으로 역사적인 조명 유물을 소개하는 것부터 작가들의 전시, 필룩스가 2005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빛공해사진UCC 공모전과 크리스마스 전시 등의 볼거리와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존이 마련돼 있다. 조명역사관에서는 조족등과 주마등처럼 쉽게 보기 어려운 조명 재현 유물을 볼 수 있는데, 전기 조명 이전에 사용된 조명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다. 필룩스의 조명박물관은 아이들과 함께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깜깜해야 하는 밤이 빛 때문에 밝아서 생기는 각종 문제점을 짚어보는 빛 공해 교육부터 조명을 놀이터 삼아 마음껏 뛰놀며 조명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1층과 지하 1층 곳곳에 포진해 있다. 가족 단위로 방문한다면 아이들도 즐겁고 어른들도 조명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특히 10월 6일까지는 빈티지 컬렉터 사보 Sabo의 조명 컬렉션과 조명박물관의 소장품으로 이뤄진 바우하우스 100주년 기념 전시인 <Reflex Bauhaus>가 특별 전시로 진행된다. 빌헬름 바겐펠트, 베르너 팬톤, 잉고 마우러, 아르베이 구치니 등 세계적인 거장과 조명 브랜드가 1920년대부터 70년대 사이에 탄생시킨 조명이 전시관을 빛내고 있다. 조명의 새로운 모습을 끊임없이 소개하고자 하는 조명박물관의 의지가 엿보이는 전시로, 바우하우스 시대의 조명을 실물로 볼 수 있는 기회다. 고리타분한 유물로 둘러싸인 박물관이 아닌 조명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꿈꾸게 하는 조명박물관은 살아 있었다.
INTERVIEW
박물관의 본질은 지키되 지역 주민과의 화합과 건강한 빛 문화를 위한 교육,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조명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생동감 있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조명박물관 구안나 관장과 나눈 인터뷰.
조명박물관을 세운 회사 필룩스가 궁금하다. 필룩스는 1975년 보암전기전자재료연구소로 시작해 2000년에 필룩스로 사명을 변경했고 현재는 부품, 조명, 전장, 신소재 사업 등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제품 회사로 45개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국내에 알려진 계기가 있다. 1990년대 국내 기업에서 유럽의 백화점에 설치된 조명을 수입하려고 보니 그 조명이 한국의 필룩스 조명이었고, 이후 계열 백화점 전 지점에 필룩스 조명이 설치됐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필룩스는 느낌 feel과 빛을 의미하는 라틴어 lux가 결합된 것으로 자연의 빛을 전달하는 감성적인 조명을 뜻한다.
많은 분야 중에서도 조명박물관을 짓게 된 계기가 있다면? 2000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조명 문화에 있어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해외에는 조명 기업 전시관이 꽤 있었고, 해외 전시에서도 제품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조명 문화를 선보였다. 우리보다 역사가 짧은 나라들도 고유한 조명 문화가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우리의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컸고, 조명 유물을 수집하면서 2004년에 조명박물관을 설립하게 됐다.
특별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Reflex Bauhaus>전은 어떤 전시인가?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로 빈티지 컬렉터이자 아티스트인 사보의 바우하우스 컬렉션과 조명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바우하우스 조명으로 이뤄져 있다. 사보가 전시를 기획했고 1919년부터 1970년대까지의 다양한 조명과 가구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당대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도리아 Doria, 코사크 Cosack, 템데 Temde 등과 같은 회사의 조명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전시를 통해 1919년에 독일에서 시작된 바우하우스 운동이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생활과 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과 변화를 주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바우하우스 시대의 조명은 어떤 특징이 있나? 바우하우스 조명은 실생활과 근접한 실용성에 바탕을 둔 아름다움이 있다. 산업화 시대의 공산품으로 등장했지만 디자이너의 철학과 시대성, 대중의 취향을 더해 독특한 작품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지금도 사용할 수 있는 조명으로 현재성도 지니고 있으며, 동시에 유물로서의 고유한 존재성과 가치가 있다. 최소한의 디자인을 적용한 아름답고 기능적인 조명이다.
인류가 처음 불을 사용했을 때 빛은 ‘생존’이었다. 현대인들에게 조명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현대인에게 조명은 기구가 아니라 문화라고 생각한다. 공연장의 조명은 공연을 즐길 수 있기 위해서, 사무실의 조명은 업무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카페의 조명은 분위기를 위해서 등 이제 조명은 공간의 스타일을 만들고 사람들의 느낌에 영향을 준다. 조명에 따라 다른 공간으로 변하기도 하고 다른 시간이 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서 조명은 밝기를 위한 1차원적인 조명이 아니라 생활 스타일을 구현하고 삶의 질과 행복을 도모하기 위한 중요한 가치 요소로 변화했다. 그런 의미에서 조명은 문화가 아닐까.
조명박물관의 하반기 기획 중 기대되는 이벤트가 있다면? 조명박물관은 2006년부터 매년 하반기에 크리스마스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조명박물관 캐릭터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스토리를 담은 겨울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특별전은 대개 11월 중순에 개최해 다음해 1월 말까지 진행되며, 공연과 체험도 함께 선보인다. 문의가 벌써부터 들어오고 있어서 기대가 된다.
조명박물관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조명은 과학적 원리와 속성, 신화적이고 문학적인 감흥, 예술과의 연계성, 우리 일상생활과의 밀접함 등에서 매우 독특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 조명박물관은 이러한 조명의 다양성을 끊임없이 찾아내 조명이 인류 생활에 어떤 존재였는지, 어떤 관계를 갖는지 생각하고자 한다. 조명을 통해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보고 상상하면서 조명 문화를 보다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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