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의 핵심 철학은 여행 예술 Art of Travel이지만 이번에 오픈한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은 여행 예술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아우르는 경험을 선사한다. 프랭크 게리의 건축과 함께하는 루이 비통 메종 서울로의 예술 여행이 시작됐다.
10월의 마지막 날, 청담동에 희고 우아한 몸짓의 학이 내려앉았다. 2년 전 재건축에 들어간 루이 비통 메종 서울 매장이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 Frank Gehry의 지휘 아래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 것. 프랭크 게리가 건축을 담당하고, 주요 명품 브랜드의 매장을 디렉팅해온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피터 마리노 Peter Marino가 인테리어를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프랭크 게리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잘 이해하는 건축가다. 그는 가족 여행으로 서울의 종묘를 찾았을 만큼 섬세하고 시적인 한국의 미를 꿰뚫어보는 건축가로 이번 루이 비통 메종 서울 역시 흰 도포자락을 너울거려 학의 몸짓을 표현한 한국 전통의 동래학춤과 18세기 건축물인 수원 화성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25년 전 처음 서울을 방문했을 때 건축물과 자연경관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 종묘에 들어섰을 때 받았던 강렬한 인상이 아직도 또렷이 기억난다. 한국 문화의 전통적인 가치에서 영감을 받아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을 디자인할 수 있어서 기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굵직한 선과 비정형의 건축 디자인은 프랭크 게리의 개성인데, 루이 비통 메종 서울 역시 역동적이지만 무겁지 않으며 우아하다.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곡선형 유리로 만든 패널을 격자 형태의 철 구조에 부착했고, 입구부터 테라스까지의 외관을 유리 패널로 마감해 가볍고 우아한 느낌을 살렸다. 이런 외관을 강조하기 위해 피터 마리노 역시 유리와 철강을 주로 사용했으며, 지하 1층의 남성 컬렉션 공간부터 여성 컬렉션, 가죽 제품과 향수, 파인 주얼리, 프라이빗 살롱까지 내부 역시 외관 못지않은 리듬을 타며 이어진다. 특히 4층에 마련된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Espace Louis Vuitton Seoul은 내부와 외관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된 공간이다. 오랜 시간 예술과 함께해온 루이 비통의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한 공간으로, 이곳에 서서 천장을 바라보면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유리 창문과 유리 패널 덕분에 두둥실 떠오른 거대한 열기구 안에 있는 기분이 든다.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이 소장한 컬렉션 중 미공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프로젝트 ‘미술관 벽 너머 Hors-les-murs’의 일환으로 현재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대표적인 조각 작품 8점이 개관전으로 전시되고 있다. 패션의 완성이 구두나 신발이라면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의 화룡점정은 공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아트피스다. 매장 이름 앞에 붙인 메종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아우르기 때문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천장에 설치한 아틀리에 오이의 ‘스파이럴 램프’ 시리즈와 아틀리에 오이의 ‘오리가미 플라워’와 함께 연출한 캄파나 형제의 ‘봄보카’ 소파 등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Louis Vuitton Objets Nomades의 작품도 이제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마크 하겐, 안젤름 라일, 마르셀로 로귀다이스 등 피터 마리노가 직접 선별한 작가들의 화려한 예술 작품과 가구로 각 층을 연출해 공간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예술은 어디에나 있다 Art is everywhere!’는 그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설계된 내부 계단을 통해 층을 오르내리다 보면 이곳이 갤러리인지 헷갈릴 정도다. 패션 제품뿐만 아니라 건축과 예술 작품, 디자이너의 공예 작품까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분야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루이 비통 메종 서울. 프랭크 게리가 서울에서 처음 선보이는 건축물이기도 한 이곳에서라면 루이 비통의 브랜드 철학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