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택배처럼 받을 수 있는 시대다. 한적한 자연 속에 작은 오두막집을 짓는 일이 더 이상 꿈이 아닌 것이다. 집을 규격화해서 원하는 곳에 설치할 수 있는 이동식주택에 대해 알아보자.
최근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이동식주택은 귀농, 귀촌 혹은 주말 주택에 대한 열망을 지닌 이들이 먼저 체험하고 경험해볼 수 있는 주택 형태다. 말 그대로 이동이 가능한 집으로, 넓게는 모듈형 주택에 속한다. 공간을 구성하는 벽, 바닥, 지붕 등을 모듈화하고 규격화해서 설계하고 시공하는 것이 모듈형 주택이다. 구성 요소를 현장에 가져와서 조립하고 설치하는 경우와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배송을 받는 경우로 나뉘는데, 후자가 이동식주택이다. 모듈형 주택과 이동식주택은 주택을 규격화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최종 완성을 어디에서 하는지가 다를 뿐이다. 보통 농업대지에 짓는 쉼터 목적의 농막은 6평까지 설치할 수 있으며, 규제 완화로 주택처럼 주방이나 화장실 시설을 갖추어서 이동식주택으로 불리기도 한다. 6평 이상 넘어가면 건축인허가는 필수다. 이동식주택은 보통 이동성과 조립 과정을 생각해서 주로 경량목구조, 경량철골조 그리고 컨테이너 소재로 만들어지며 업체마다 내부와 외부 마감, 단열재 등의 소재가 다르고 비용도 차이가 있으므로 자신한테 맞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 넓은 단독주택을 관리하기가 부담스러운 이들, 주말이나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마다 찾고 싶은 작은 별장을 꿈꾸는 이들, 제대로 된 집을 짓기 전까지 임시로 머물 집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이동식주택은 꽤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INTERVIEW
국내 최대의 건축사무소 중 하나인 간삼건축의 자회사, 간삼생활디자인에서 선보이는 ODM은 Off-site Domicile Module의 약자로 20m² 미만의 공간이자 건축가의 시선으로 완성한 이동식주택이다. 외장재부터 내장재, 내부 인테리어까지 세트 개념으로 이뤄졌으며, 구조에 따라 몇 가지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이동식주택을 구입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간삼생활디자인 이윤수 대표에게 질문을 던졌다.
6평짜리 세컨드 하우스
간삼생활디자인에서 선보이는 이동식주택 ODM 중에서 네스트 모델. 거실과 내부 평상, 화장실, 주방, 외부 발코니를 갖추었다. 화장실과 주방 가구, 냉난방 시설이 모두 포함된 세컨드 하우스 제품으로 중목구조+경량목구조로 이뤄져 있다. 면적은 기본형 6평(19.5m²)과 확장형 7.4평(24.3m²)이 있으며 내부는 자작나무 합판, 외장재는 호주산 유칼립투스 집성 외장용 보드를 사용했다. 네스트 모델의 기본형 판매 금액은 5천6백80만원(부가가치세 포함)이다.
문의 www.odmproject.com
구입부터 실제로 집을 받기까지 대략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간삼생활디자인의 경우 계약 후 3개월 배송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집을 제조하는 것 외에도 인허가, 기반시설 조성 등의 선행 작업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계약 후 건축인허가를 완료하고 기반 조성을 하는 데 약 2~3개월이 소요된다. 이동식주택이기 때문에 사전 준비와 동시에 건물이 제조된다. 계약 후 3개월 후에는 이불과 식기만 준비해서 입주하면 된다.
이동식주택을 구입하기 전의 선행 작업은 무엇인가? 집을 설치하기 전 대지에 상수, 하수, 오수, 전기 등의 기반시설 그리고 기초공사가 필요하다. 난이도가 높은 공사가 아니다 보니 현장에서 업체를 섭외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인허가, 기반공사(상수, 하수, 오수), 전기공사, 기초공사, 이동 및 설치에 필요한 예산은 1천5백만원 정도다. 건축인허가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현지 업체에 의뢰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이동식주택의 냉난방은 보통 어떻게 이뤄지나? 작지만 주택이기에 건축법 기준에 상응하는 단열재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보통 냉난방 기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설치한다.
이동식주택의 구조는 어떠한가? 간삼의 ODM은 중목과 경목을 함께 사용하는 복합 구조여서 이동을 해도 충분히 구조적인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이동식주택도 있고, 일반적으로 경량목구조, 경량철골조가 많은 편이다.
ODM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참 많이 듣는 질문이다. 먼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는데, 개념상의 차이 부분을 얘기하자면 ODM은 제품을 만들기 전에 소비자가 생각하는 또는 소비자에게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하고 이를 건축으로 구현했다. 예를 들어, 세컨드 하우스 제품인 ODM 네스트 Nest 모델에는 세탁기가 없다. 하지만 욕실은 2명이 충분히 샤워를 할 수 있을 만큼의 크기와 설비를 갖추었다. 우리가 생각한 세컨드 라이프의 삶은 늦은 시간에 밀린 빨래를 하는 것보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조상의 차별성은 스펙에 대한 이야기다. ODM은 작은 집이지만 작다고 허투루 만들지 않았고, 내진 설계를 적용했으며 양중을 위한 구조 검토 결과를 반영했다. 벽, 지붕, 바닥 모두 건축법 기준 이상의 단열재를 사용하고 3중 유리 독일식 시스템 창호를 사용한다. 내외부 마감재도 환경을 고려한 재료를 적용했고 자투리 공간을 가구처럼 만들어서 부족한 수납공간을 해결했다. 열거하면 끝이 없을 것 같다(웃음). 결국 ‘건축가 집단이 제대로 만든 집’이라고 정의하면 어떨까?
이동식주택은 어디까지 소비자가 결정할 수 있나? 수전이나 주방 가구 등도 개인이 고를 수 있나? 공장에서 완제품 형태로 출고되고 패키지 상품처럼 판매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각 업체마다 제품을 둘러볼 수 있는 카탈로그에 나와 있는 스펙을 그대로 구입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당이 있는 집에 이동식주택을 놓고 싶을 때도 신고를 해야 하나? 마당이 있는 집이라 하면 현재 대지에 주택이 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이동식주택을 놓는다는 것은 시설물을 증축하는 것이므로 건축허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동식주택에 대한 흐름은 어떠한가? 앞으로 이동식주택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 같다. 현재 우리의 삶은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는 시점이라 생각한다. 독일의 경우, 주정부에서 주택단지 개발 시 입주자에게 클라이가르텐이라는 주말농장을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인생 시즌2에 대한 관심과 욕구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일례로 DIY에 필요한 공구와 자재를 판매하는 홈디포라는 글로벌 유통회사가 있는데, 이들의 해외 시장 진출 기준이 소득 3만달러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이제 본격적인 단독 매장 형태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런 흐름을 알 수 있다.
판교 현대백화점 야외 가든에서 선보인 ODM은 어떤 프로젝트였나? 2018년 4월에 진행한 현대백화점 판교점 행사는 현대백화점 그리고 윤현상재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우리는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하는 요소가 집이라는 것에 동의했고, 그 모습을 소비자에게 직접 구현하는 것이 목표였다. 아웃도어박스는 우리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잘 부합하는 가구 브랜드였다. 윤현상재의 소개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도 함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탐구하고 있다.
더 이상 주택을 이용하고 싶지 않을 때는 어떤 방법이 있나? 폐기보다는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또는 그 주택이 필요한 이에게 중고로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 이미 경기 양평에 설치한 ODM이 재판매돼서 충남 당진으로 이사를 간 사례도 있다.
간삼 ODM의 제품 모델과 가격대가 궁금하다. ODM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건축 공간을 상품으로 제안한다. 숙식에 기초한 세컨드 라이프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ODM 네스트 Nest, 단순 작업 공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ODM 팝 Pop, 소규모 상점과 사무실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ODM 팝+ Pop+, 마지막으로 정주를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ODM 모노 Mono 등 총 4개의 상품으로 구성된다. 가격대는 부가세를 포함한 소비자 판매가 기준으로 4천7백80만원부터 7천2백80만원까지 다양하다.
현재 간삼 ODM을 체험하거나 볼 수 있는 곳이 있나? 기존 판교 태봉산 자락에 위치한 메인 쇼룸은 재개관을 위한 공사 중이다. 정주형 가구를 위한 ODM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상품을 준비하는 만큼 운영에도 변화를 주려고 한다. 기존에는 관람을 위한 장소였다면 앞으로는 대관 등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운영하고자 한다. 실제 판매되어 설치된 사례를 보고 싶다면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 명달계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소재 패널로 만든 집
픽셀하우스는 라이트판 LitePanⓇ이라는 신소재 건축용 컴포지트 복합 패널을 사용한 신개념의 건축 공법을 선보이는 브랜드다. 자체 제작한 고강도 소재인 라이트판은 발암물질을 포함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내뿜지 않아 친환경적이며 심지어 가볍기까지 하다. 시공은 프리패브 방식으로 진행되어 바닥이나 벽체 등 계획된 용도에 따라 미리 재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빠른 시공이 가능하다. 주택의 종류, 규모 및 디자인에 따른 차이는 있으나 패널식 공사의 경우, 완공까지 평당 4백만~5백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모된다. 경기도 화성에 설계된 이 소형 주택의 경우도 프리패브 방식을 거쳤다. 연면적은 45㎡이며, 라이트판 컴포지트 단열 패널 구조로 제작됐다. 건축 비용은 5천5백만원.
문의 ㈜엑시아머티리얼스 031-366-5640
자연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이동식주택
작지만 완벽한 주거 공간을 만드는 미국 뉴프론티어타이니홈은 가정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집을 만드는 회사다. 그중 알파 Alpha 모델은 2인 킹 베드와 주방, 다이닝, 풀 사이즈 욕조, 접이식 평상을 갖춰 부부가 살기에 넉넉한 공간으로 구성된다. 커다란 차고 문은 자유롭게 접었다 펼 수 있어 자연과 보다 가깝게 지낼 수 있으며, 풀 사이즈의 키친과 다이닝 공간이 세팅돼 있어 최대 8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특히 집을 구성하는 돌이나 목재 등의 자재와 가전제품을 프리미엄급만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문의 www.newfrontiertinyho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