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건물을 매입해 미래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상가 주택에 다녀왔다.
안양에 사는 조성윤, 정혜은씨 부부는 몇 달 전 30년 된 상가 건물을 매입하고 112㎡ 꼭대기 층을 집으로 리모델링했다. 거주만을 고려한다면 단독주택을 선택할 수도 있었으나, 미래를 염두해 상가 건물로 결정하게 되었다고 했다. “저는 취미로 전통주를 배우고, 아내는 꽃을 공부했어요. 두 가지를 접목해 3년 뒤쯤, 1층에 꽃을 파는 술집을 열 계획이에요. 지하는 양조장으로 만들어 직접 술을 담글 거고요.” 남편이 설레는 표정으로 말했다. 화이트 톤에 나무 소재로 멋을 낸 집은 열정 가득한 부부의 젊은 취향을 닮았다. 밖에서 보면 오래된 벽돌 건물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처음에는(오래된 건물을 보고) 작은아들이 이사 오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이게 무슨 단독 주택이냐면서요. 그래서 집을 공사하는 데 있어서는 아들의 요구를 많이 들어줬죠. 페인트를 칠해야 한다고 하길래 그렇게 했고요(웃음).”
30년의 시간을 입은 건물 내부는 과거의 시간을 모두 잊은 듯 새롭게 재탄생됐다. 일단, 같은 층에 있던 세 개의 집을 하나로 합쳐 공간을 확장했고, 주방이었던 곳은 서재 겸 드레스룸으로, 창문이 있던 자리는 주방으로 변경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을 거쳤다. 몇 달간의 공사는 모노펙트 이윤진, 박민서 대표의 손길을 거쳐 진행됐다. 그렇게 탄생한 공간은 가족의 취향을 반영해 꾸며졌다. 주방 옆에는 식탁이 있는 다이닝룸을 만들어 식사뿐 아니라 차를 마시거나 음악을 듣는 등 여가 공간으로 활용한다. 거실에는 TV 대신 좋은 화질의 빔 프로젝터를 설치해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진열장 한 켠을 가득 채운 술과 술지게미를 젓는 동도지, 직접 심은 만세 선인장 등 부부의 취미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아이템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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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내가 직접 식재했다는 식물은 공간에 싱그러운 생기를 더했다. “옛날에는 여기가 안양의 중심이었어요. 지금은 구시가지가 되어버렸지만요. 아이들도 있으니 너무 번잡한 상업지구는 좀 그래서 살짝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잡았죠.” 조성윤 씨가 오미자를 넣어 직접 담갔다는 막걸리를 건네며 말했다. 오래된 거리여도 변화를 이끄는 힘 하나만 있으면 충분할 것이다. 곧 문을 열 부부의 작은 공간이 그러한 힘이 되지 않을까. 참고로 가게의 이름은 팁시 플라워. 술에 취한 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