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과 성향이 다른 아내와 남편을 위한 아파트는 집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서로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집’이란 수식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집을 만났다. 딩크족인 부부의 확실한 성향을 느낄 수 있는 요소를 갖춘 집으로 SNS에서 인기 있는 집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올해 3월에 공사를 마친 171㎡ 아파트는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다. 집을 디자인한 므나디자인의 박경일 대표는 “저는 집을 디자인할 때 그 사람의 삶을 반영하고자 해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거든요 . 사는 사람이 각기 다른데 집은 비슷하다는 것이 이상하잖아요? 집만 보더라도 사는 사람이 그려질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라며 사소한 디테일 하나에도 차별성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 집에는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아내와 듬직하고 남성성이 강한 남편의 취향을 존중한 개인적인 공간 그리고 함께하는 생활을 위한 공간의 목적이 확실했다.
관리할 필요가 없도록 인조 식물을 심은 테라스는 부부의 힐링 장소다. 부부는 네온 레터링 조명을 설치한 테라스에서 하루에 있었던 일과를 이야기하고, 고기를 굽거나 와인을 마시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실제 식물처럼 보일 만큼 품질이 좋은 인조 식물은 사계절 내내 푸른빛을 유지한다. 박경일 대표의 제안으로 주방과 다이닝 공간에는 색채로 포인트를 주었다. 컬러를 넣은 주방과 벽에 건 마크 로스코의 그림 덕분에 넓은 집이지만 휑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알파룸을 터서 다이닝 공간을 만들었어요. 회색 기둥이 그대로 드러나서 날것의 느낌도 나지만 안에 녹색으로 선반을 짜 넣어 실용성도 보완했고, 삭막해 보이지 않아요. 주방에는 평소 부부가 식사할 수 있는 넓은 아일랜드를 두었고, 대부분의 가전과 살림살이가 보이지 않도록 빌트인으로 수납했어요. 대신 카키색을 사용해 넓지만 따뜻한 느낌도 나죠.”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하는 부부를 위해 거실에는 스피커의 진동을 보완할 수 있도록 단차가 있는 받침 구조를 만들었고, 소리를 잘 흡수하고 방음이 가능하도록 올록볼록한 템바보드로 벽면을 마감했다. 장식적인 효과도 있고, 기능적인 부분도 누릴 수 있는 요소다.
박경일 대표는 “함께 생활하는 거실이나 테라스, 다이닝 공간이 절충적인 역할을 한다면 남편을 위한 영화 방과 아내의 운동하는 방은 서로의 취향을 보여줘요. 아내의 방에는 곡선이 훨씬 많고요, 남편의 방은 블랙 컬러로 마감해 강인한 느낌이 들죠. 대신 침실 벽면은 몰딩처럼 굴곡이 있도록 마감해서 간접조명을 켜면 마치 흰색 커튼이 너울거리는 듯한 부드럽고 밝은 느낌을 더했어요”라며 두 사람의 취향을 어떻게 균형적으로 집 안에 반영할 것인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 집을 보면 곡선과 직선처럼 서로 상반되는 듯한 이들도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위안이 든다. 집에서 생활하는 가족에 대해 온전히 생각하고 고민한 결과 모두의 바람을 만족시키는 특별한 집이 완성됐다.